

나랑 같이 들어왔다던 동기 있잖아.. 걔가 계속 날 피하는 거야. 부우운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로 면상에 욕 박으면서 잘 놀았는데, 오늘 오니까 인사도 안 받아주고 계속 째려봐..

나 혼자 책상에 머리 박고 생각하다 몰라서 글 남김요.. 익명깅들아 나 좀 도와줘ㅠㅠ 진짜 너무 소중한 친구라 잃기 싫은데..엉엉ㅠㅠ...

아. 그리고 나 부장이랑 사귐.ㅋ

댓글:
익명: 아. 마지막. 킹받네.
ㄴ익명: 얘네 헤어지면 나 좀 깨워줘라
ㄴ글쓴이: 나쁜샊이들
ㄴ익명: 베베베벧걸!
ㄴ글쓴이: ...^ㅗ^
익명: 우리 동기 상처받았네... 오구오구 똥강아지 나한테 와
ㄴ익명: 할머니...?
ㄴ익명: 이러네?
ㄴ익명: 그럼 엄마...?
ㄴ익명: .
ㄴ익명: 형!
ㄴ익명: 아가리 닫아
ㄴ익명: 웅
익명: 카톡도 대답 안 해?
ㄴ글쓴이: ㅇㅇ.. 화난 거 같은데 이유를 모르겠어..
ㄴ익명: 그냥 물어봐
ㄴ글쓴이: 눈빛 개 무서운데....
ㄴ익명: .. 나보고 어쩌란겨
ㄴ글쓴이: 먄
.
.
.
.
.
.
익명: 잘 기억해 봐.
더 보기...


"...."
이 사원. 결국엔 퇴근할 때까지 쭈뼛쭈뼛 거리다 박 동기한테 아무 말 못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잘못한 게 뭐가 있는지, 평소에 뭔 말을 하고 다녔는지 몇 번을 되짚어도 생각나는 게 없었음..
지금 마음 같아선 카톡으로 바로 물어보고 싶은데, 하고 안읽씹 당할까 봐 못하는 중. 짙은 한숨 푹 내쉰 이 사원은 그냥 내일 물어보자, 하고 자려는데 손에 쥐고 있던 폰이 지잉하고 울린다. 발신자 확인하고 이 사원은 피식 웃고선 초록 버튼 가볍게 스와이프 하고 귀에 척, 올려놓음.
"여보세요오."
-"여보세요?"
"웅. 자기야."

-"나 지금 마트 들렀다 네 집으로 갈 건데, 필요한 거 있어?"
".. 지금?"
-"응. 오늘 너 기분 별로인 거 같아서. 야식이나 같이 먹을까 했는데. 괜찮아?"

"난 당연히 좋지....!"
자기라는 손발 오그라드는 애칭을 쓰면서 통화하는 둘을 보니 현타가 온 작가. 어쨌든 이 사원, 민 부장 온다는 말에 이불 걷혀재끼고 룰루하면서 설거지 시작함. 물론 민 부장이랑 전화하면서.
설거지 다 끝내고 손 탁탁 털어내는데 경쾌하게 카톡이 울렸음. 이름 확인하니까 박 동기임. 이 사원 놀라 자빠질 뻔한 거 겨우 참고 폰 집어 들었음.
"ㅈ, 자기야. 내가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나 곧 도착인데."
"그럼 그냥 들어와!"
-"응."
이 사원 다급하게 전화 끊고 카톡 내용 확인하는데.. 얘 취한 거 같은데. 씁. 오타투성이로 집 앞이라며 내려오라는 박 동기. 아 설마? 진짜? 순간 뭔가를 알아차렸는지 우당탕탕 거리며 주섬주섬 뭐 좀 챙기고 현관문 열어젖혔음.

"...."
".. 자기야."
"아래 박 사원 기다리더라."
"...."

"갔다 와. 아직 추우니까 이거 입고."
자기가 입고 있던 후드 벗어주고 이 사원 입혀주는 민 부장. 훅 느껴지는 민 부장의 특유의 향에 이 사원 기분 좋아져서 배시시 웃었지. 짧게 입 맞추고 현관 벗어나서 우다다다 내려가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자기야! 난 크림 파스타야!"
하고 다시 내려간다.



"... 왔네."
"너 술 엄청 마셨구나."
"누가 몰라줘서."
"...."
그래서 조금 마셨어. 박 동기 씁쓸하게 웃는 거 빤히 쳐다보다 뭔가를 다짐했는지 주먹 꼭 쥐고 입 뻐끔거리는 이 사원. 박 동기가 말하라는 고갯짓을 해줘서야 허업, 심호흡하고 참아왔던 말들 줄줄이 내뱉었다.
".. 나 진짜 아니길 바랐어."

"...."
"난 정말, 설마 했지. 근데 이제 확신했어."
"...."
"... 왜 숨겼어."

".. 네가 먼저 알아주길,"

"너 신천지지?! 이 새끼 너, 내가 친화력,부터 이상하,다 했어!"

"...." (에휴 시발.)
썩 꺼지지 못할까?! 아까 주섬주섬 챙겼던 굵은 노금 바지 주머니에 꺼내집어 휙휙 던지면서 박 동기한테 뿌리는 이 사원. 박 동기 욕 오지게 박으면서 이 사원 말리겠지. 존나 독특한 발상이다. 진심. 고개 좌우로 휙휙 젓는 박 동기.
겨우 진정해져서야 박 동기 입 열려는데 아직도 경계 태세인 이 사원 보고 헛웃음 터트렸음. 나 신천지 아니다. 그냥 요즘 기분 별로여서 그랬던 거야. 그의 변명에 작게 고개 끄덕이고 잔뜩 챙겨 운 굵은소금 꺼내서 박 동기 손에 쥐여줌.

"이거 먹으면서 가. 정신 못 차려서 차에 꼬라박아 죽기 싫으면."

".. 존나 감동이다. 시발."
"^^."
어쨌든 난 내 남치니가 기다려서 가본다! 벌떡 일어나 엉덩이 툭툭 털어내고 휘적휘적 손 젓고선 빌라로 들어가는 이 사원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박 동기는, 고개를 툭 떨기며 손에 있던 굵은소금을 바닥에 뿌려던졌음.
평정심은 유지하던 얼굴은 어디 가고 박 동기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아랫입술에 피딱지가 앉을 정도로 꾹 물었지만. 끝내 신발 위로 툭 떨어지는 눈물.

"...."
"나 진짜 너 잊는다. 첫사랑이라고 이제 안 매달릴 거야."

"몇 년 동안 첫사랑 해줘서 고마웠어."
그렇게 오랜 시간 조용히 눈물 흘리다 자리를 뜬 박 동기의 뒷모습은 후련해 보이지도, 미련해 보이지도 않았다.

"자기야! 나 돌아왔어!!"

"자~기~야~"

"....?"

"으흐흐..."
민 부장 정신 못 차리고 헤헤 웃으면서 이 사원 꼭 껴안음. 덩치 차이 때문에 이 사원 뒤로 휘청하니까 허리 받혀주고 더 세게 끌어안아줘... 이 사원은 민 부장이 취한 걸 알아차림. 제정신으로 자기도 못 부르는 민 부장이 절대 이럴 리가 없다는 걸 알거든.
이 사원 어깨 부근에 얼굴 꾹 묻고 있다가 고개 들어서 눈 마주치더니 아무 말 없이 뽀뽀했음. 이 사원은 그저 민 부장이 귀여워서 가만히 그의 스킨십을 받아줬음.
".. 자기 맨날 술 마셔야겠다."
"그랬으면 좋겠어?"
"응."

"그럼 맨날 술 마시고 출근해야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걸 알면서도 그가 이렇게나 자신을 생각한다는 게 마냥 좋았다.
그 뒷이야기?
음...
아침에 이 사원이 허리 부여잡고 일어났음.

"... 자기 허리 괜찮아?"
"아니. 죽을 맛이야."
"내가 미안해..."
"미안하면 허리 좀 눌러봐."
"웅.."

상상은 여러분들의 자ㅡ유☆


2화 이 사원이 썼던 글 :

7화 박 동기가 했던 말 :


완결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박 동기 이야기는 외전에 풀어야징
좀 늦었지만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