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한다, 우리는 원한다"사람이 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나라, 유토피아. 그 유토피아로 갈 단 1명을 뽑기 위한 게임의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전세계의 TV와 도로의 전광판에 유토피아로 가기 위한 게임 참가자를 모집하는 광고 문구가 울려퍼졌다. 사람이 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나라라니,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도 남을 말이었다.
그러니 지금, 게임이 열리는 장소인 대한민국의 어느 대형 벙커의 메인홀에 동서양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만 명이 모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각자 가슴팍에 큼지막한 이름표를 달고, 귀에는 전세계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최신 과학 기술로 만들어진 언어 자동 번역기까지 하나씩 끼고 모인 벙커 안의 사람들은 벌써부터 연합을 형성하려 하며 게임에 어떻게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수많은 사람들 중, 단연 눈에 띄는 한 명의 여자가 있었다.
"저 사람 대한민국 사람 맞지···?"
"아까 혼잣말로 한국어 하는 거 봤어, 저런 여자가 왜 여기···."
그 여자는 매우 마른 몸으로, 육안으로 보아 툭 치면 쓰러질 듯 가녀린 몸이었다. 이름표에 쓰인 그녀의 이름은 '정소현'. 한국 여자의 이름으로서는 굉장히 흔한 이름이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탈락할 것처럼 보이는 소현은 다른 참가자들에겐 협력하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타겟'으로 보였다. 겉으로는 웃으며 소현에게 말을 걸지만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면 소현을 가장 먼저 죽여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수두룩이었다.
사람들의 속마음을 일찌감치 눈치챈 것인지 소현은 그 누구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입고 있던 후드집업의 모자를 더 눌러 쓸 뿐이었다.
그렇게 벙커 안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만을 몇십 분 째. 처음엔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사람들도 지쳐서 조용해 질 즈음이었다. 남성용 구두를 신고 새하얀 가면에 올블랙 정장을 입은 인물이 뚜벅뚜벅 걸어와 작은 단상 위로 올라갔다.
"모든 참가자가 모였습니다. 저는 게임의 메인 진행자, A입니다."자신을 게임의 메인 진행자라 소개하는 A에 몇몇 참가자들이 박수를 쳤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에 A는 이어서 말을 시작했다.
"이 곳에 모인 참가자들 중 단 한 명만이 살아남아 유토피아에 가게 됩니다. 여기에선 죽이지 않으면 죽고, 유토피아에 가기 위해서가 아닌 '살기 위해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잔인한 말들을 무감정한 말투로 일관되게 말하는 A는 마치 사람이 아닌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에 소름이 끼친다는 듯 양 손으로 팔을 비비는 참가자들도 있고, 두 손으로 주먹을 꼭 쥐어보이는 참가자도 있었다.
게임의 참가자들은 결국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도박에 참여한 것이기에 이미 버린 목숨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그 누가 도박에 참여하며 자신이 질 것이라 생각하겠는가. 모든 참가자들은 자신의 유토피아에 가게 될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자, 바로 게임의 1라운드가 시작됩니다. 1라운드는 여기 있는 참가자들의 수가 처음의 딱 절반이 될 때까지 진행됩니다. 이제, 살아남기 위해 싸우십시오!"
갑자기 1라운드가 시작되었으니 싸우라는 A의 말에 당황해 벙쪄있는 것도 순간. 행동이 빠른 참가자들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는 게임 시작 전 연합을 맺기로 한 사람들까지 서로를 때리고 죽여나갔다.

"으아악!"
"지, 지금 날 죽이면 너만 손해보는거야···!"
곳곳에 비명소리와 어떻게든 자신에게 살기를 띄우고 있는 상대방을 설득해 보려 노력하는 목소리들이 가득 찼다.
한 편, 1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모든 참가자의 타겟이 되어 죽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소현은 오히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빠른 속도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참가자부터 차근차근 처리하였다.
상상도 못한 소현의 활약에 참가자들이 놀라 소리를 지르고, 그 와중에도 사람은 계속해서 죽어갔다. 소현의 폭주를 막은 사람은 다름아닌 평범한 회사원으로 보이지만 꽤나 다부진 몸을 가진 '김석진'이라는 이름의 참가자였다. 석진과 눈이 마주친 소현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
"김석진, 네가 어떻게 여기에···?"소현의 목소리를 듣고 눈동자가 동그래진 석진이 이내 덤덤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뭘, 그냥 인생사는 게 쉽지 않더라.""대학교 때 이후로 6년만인가?"
"그렇지···."
같은 대학교, 같은 과를 나온 석진과 소현이었기에 서로의 얼굴을 아는 것이었다. 석진과 소현이 대화를 나누는 걸 본 다른 참가자들은 이때다 싶어 소현에게로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참가자들을 가뿐하게 제압한 소현은 석진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너도 운동 꽤 했으니까 네 앞가림은 하지? 1라운드 끝나고 만나자. 그때 누구 데려올거면 진짜 믿을만한 놈들만 데려오고, 연합맺게."
"알겠어, 1라운드 끝나고 무사히 만나자!"
말을 하자마자 다시 메인홀의 중앙으로 뛰어나가는 소현의 뒷모습에 석진이 소리쳐 대답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