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한다, 우리는 원한다

Episode 3 [령삠도령]







“그래서 넌 쟤네들을 어떻게 알게 됐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었다.





그래서 여유롭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고향에서 친한 애들이었어.”





“고향?”





“응, 그때 서로 집 문 두드리면 나오고 항상 같이 놀았던 사이였거든.”





추억에 잠긴 듯 어두컴컴한 벙커의 하늘을 바라보는 석진이었다.





- 곧이어 2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재정비 시간을 갖겠습니다.






아직 완전히 목숨이 끊기지 않은 사람들의 비명 소리 가운데 단상 위에 오른 A가 말했다.





곧이어 벙커는 불에 탔다.





불을 피하려다가 죽는 사람도, 크게 다치는 사람도 있었다.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는 그런 잔혹한 장면은 30초 만에 사라졌다.





1라운드에서 용케도 잘 살아났던 사람들이 탈락을 했음에도 목숨이 끊기지 않는 자들을 처리하는 시간에 죽어버렸다.





“... 웃긴다.”





“그러게. 살려고 아등바등 거리다가 죽는 꼴이 생명만 끌려고 하는 바퀴벌레 같아.”





소현은 벙커의 벽에 몸을 기대 자신의 손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김석진, 네가 데려온 애들, 싸움 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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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금방 죽지는 않을 애들이야. 지 몸 하나 간수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아무런 대답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 소현은 자신의 왼쪽에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6명을 바라봤다.





“… 우리 이길 수 있을까.”





“그러길 바라야지.”





석진이 대답을 끝맺는 동시에 A는 다시 말을 이었다.






- 2라운드 팀을 호명하겠습니다.





- A팀 참가자는 김남준, 김석진, 김태형, 민윤기, 박지민, 전정국, 정소현, 정호석 입니다.





이어서 다른 팀이 호명 될 때, 소현이 남자들을 향해 걷자 시선은 소현에게 모였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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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김석진이 그렇게 못 지켜서 안달이라는 여자애야?”





소현에게 질문을 던진 건 꽤나 가녀려 보이는 흑발의 남자였다.





“응, 난 여기에 온 애들을 완벽히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김석진이 너넬 믿을 수 있다고 해서 한 번 믿어보게.”





당당한 소현의 태도에 기가 찼는지 비소를 살며시 날린 남자는 소현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 뭐. 너 이름은 뭔데?”





“정소현. 넌?”





“... 박지민.”





그렇다. 그 남자의 이름은 박지민이었다.





“너 이름 되게 약해보여.”





“실상 여기서 제일 먼저 죽을 것 같은건 넌데.”





은근 펼쳐지는 기싸움 현장을 본 석진은 뒤에서 살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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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박지민, 정소현 건들면 좆 돼. 죽어 그냥.”





“저 여자애가 얼마나 세길래.”





“쟤가 건장한 애들 대여섯명은 죽였을걸.”





어느정도 무리가 형성 될 기미가 보였다.





벌써 3명이나 통성명을 했기에 나머지 5명도 통성명을 안 할 수는 없었다.





얼굴은 가장 어려보이지만 몸은 석진 보다 조금 더 다부져 보이는 남자가 말을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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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정국. 아마도 여기서 내가 제일 어리겠지.”





“나이 따윈 알 필요 없어. 어차피 여기서 죽으면 끝인 거니까.”





“그러니까 살아 남아야지.”





무심 한 듯 발을 까딱 거리던 정국이 답을 했다.





“그래서, 시계 방향으로 자기 이름이나 말 해봐. 내가 너넬 부르긴 해야 되잖아.”





소현의 기준으로 시계방향 순으로 앉은 남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김남준이야.”





“민윤기.”





“... 김태형.”





“나는 정호석.”





어딘가 신나보이는 호석에 소현은 질문을 건냈다.





“너 뭐가 그리 좋다고 실실 웃냐.”





“그냥, 이제 남자들만 우글한 곳에서 잔인한 장면만 보지는 않을 것 같아서.”





터무니 없는 이유에 호석에게 평서문의 질문 아닌 질문을 던졌다.





“너 어디 아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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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저것들을 내가 어떻게 죽였겠냐-.”





호석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이미 거뭇해져 마치 재가 되어버린 듯한 시체들이 13구 가량 있었다.





“저걸 네가 다 죽였어?”





“응.”





“... 힘이 딸리진 않는 구나.”





검지 손가락으로 벙커의 바닥을 소리나게 긁던 소현 뒤에서 A가 말했다.





- 2라운드, 시작.





난데 없는 싸움 시작에 소현은 당황한 듯 시선을 굴렸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친 정국은 급히 소현의 손을 끌었다.





“미쳤어? 그렇게 멕아리 없이 멍 때리면 어떡해. 니 뒤에 어떤 남자 오고 있었어.”





“... 이렇게 뜬금 없이 시작한다는 게 어이 없잖아.”




“어이가 있던 없던 살아야지.”





소현의 뒤통수를 어디서 난 건지 모를 굵은 철로 치려고 한 남자를 맨손으로 죽인 건 윤기였다.





“등신아. 그렇게 가오 잡으면서 말만 하면 뭐 하냐. 죽여야지 쟬.”





환멸 난다는 듯 머리를 슥슥 긁은 윤기는 발로 또 한명의 남자를 찼다.





“뭐가 이리 많이 꼬여.”





이미 호석은 자신에게 공격을 가해오는 사람들과 싸우는 중이었고, 석진은 손에 들린 작은 돌을 던지고 받고를 반복할 뿐이었다.





“김석진, 정신 차려.”





마치 망상에 잠긴 사람처럼 초점이 없는 석진에게 소현은 크게 외쳤다.





그리고 그런 소현에게 웃는 건지 무표정인지 모를 애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