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후회가 먹고 싶었다

7년 전, 어느 기억



센티넬 번호 NO.001


그 번호의 주인공은 첫 번째의 영광이 아닌.


비극을 맞이했다.





5년 전, 센터라는 곳이 이제 막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할 때 난 그곳 첫 번째 센티넬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리 좋은 대우를 받진 못 했다. 제일 위험하면서도 등급이 낮았던, 시섬 센티넬이었으니.

센티넬 번호 NO.001
이름 정호석
능력은 시섬 D급

난 시섬이라는 이유로 매번 안대를 쓰고 살아야 했고 그 행동이 화근이 되어버렸다.


순순히 버려졌던. 센터에게 원망을 쌓기 시작했던 화근.


일종의 훈련이랍시고 날 움직이지 못하게 센터는 봉인 술사를 이용하더니 내 모든 행동을 봉인했다. 덜컹, 차에 태워지고 침묵의 연속. 결박되고 시야가 차단돼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며 내 속 깊이 숨어있던 불안감이 꿈틀거렸고 급기야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차가 천천히 멈춰 서고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몸이 붕 떠올랐다. 쿵.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살결이 부딪쳤다. 살이 찢어져 피가 흘러나왔음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차 엔진 소리가. 피가 흐를수록 멀어졌으니까.


"아무, 아무도 없어요?"


고작 14살이었던 나에게, 그 상황은 공포 자체였다. 눈물이 안대를 적시고 목놓아라 꺼이꺼이 울부짖어도 찾아주는 사람 하나 없었다. 다시 한번 움직임을 시도하려다 하려던 동작을 거둬들였다.

몸이 제멋대로 떨기 시작할 때 즘.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몸이 자유를 찾았다. 숨을 다시 들이켜기도 전에 시야를 차단하고 있던 안대를 벗어던지자, 보이는 얼굴. 아니, 가면.


"... 누구세요."
"반정부."
"... 반정부."


목구멍에서부터 아, 하는 소리가 난다. 반정부. 들어본 적 있다. 센터와는 다른 이유로 만들어진 곳. 악랄한 자들이 득실거리는 곳. 센터에서 말하길, 미래의 그들을 적군으로 두라고 당부했다.


"... 내가 필요해서 찾아왔어요?"
"아니."
"...."
"여기 있길래."
"... 난, 난 버려졌어요."
"맞아. 넌 버려졌어.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내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아까 미처 마시지 못했던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느리게 내뱉는다. 다른 말과 함께.


"난 필요 없는 아이에요."
"...."
"낮은 등급, 위험한 능력에,"
"모순적이야."
"...."
"위험한 능력이 낮은 등급일 수 없어."


흔한 능력이 위험할 정도의 등급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손을 내민다. 주름이 가득하지도, 그렇다고 팽팽하지도 않은 정도의 손이 내 얼굴 앞에 놓인다.


"같이 가자."


반정부.

난 그들이 "악" 임을 알았음에도.


"... 네."


"선" 이 날 버렸기에


"악"이 되고 싶었다.















"시섬."
"네."
"너에게 첫 단독 임무를 선물하려 한다."
"네."


현재 시점. 그의 말은 모든 것이 진실이었다는 듯이, 난 시섬 SS급이라는 등급으로 또 한번의 발현과 더불어 염력을 얻었다. 그리고 첫 임무.


"센터에 잠입해."
"... 네?"
"말 그대로야."
"...."
"하여주."
"아."
"너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간 센티넬."


안다. 왜 모르겠는가. 어린 나이부터 높은 등급 희귀한 능력이라며 대우를 받으며 살았던 아이일 텐데.


"그 아이를 이곳으로 데리고 와."
"...."
"기간은 없어. 그냥 그 아이를 안전하게,"


센터에서 버려지게 만들면 된다.

심장이 요동친다. 질투. 온전한 그 감정으로 덩어리가 졌다. 난, 버려지면서 어느 일까지 벌이며 여기까지 성장했는데. 주먹을 말아 쥔다.


"... 꼭 데려오겠습니다."


넌 그 센터라는 곳에서 보호라는 걸 받았을 게 보여서.


"이 근처로 가서 실컷 상처받은 척하고 있으면 된다. 우리가 작은 소동을 벌이면 그 아이가 찾아와 말을 건넬 거야."


버려지고 구원을 받으라니.

그깟 거 해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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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거. 한번 이미 버려졌는데 과연 두 번이 어려울까.


작전처럼, 그들이 날 찾았다. 모든 것이 수월하게 흘러갔고 역시나 그녀는 나와 눈높이를 맞추며 대화를 시도한다. 눈알을 굴리니 보이는 미리 숙지해둔 차트에 박혀있던 익숙한 얼굴들. 얘가 가이드 민윤기. 사이코 메트리 김남준. 예지력 전정국,


"... 시섬이라."


날 기억 못 하는 이그노어 하여주까지.


"같이 갈래?"


최고의 연극쇼가 막을 올렸다.















여주야.


아프고 아프면 돼.


내가 버려졌던 만큼.


그리고 다시 구원받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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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