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다.
“자, 들어오세요. 여기가 제 집이에요.”
태형은 신발을 벗다 말고 양말 벗겨진 줄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며 문턱을 넘었다.
"우와.... 사람들이 사는 집은 이렇게 생겼군요.."
"보통.... 집이 다 이렇게.. 생겼죠?
제 집은 약간 더럽긴 하지만요 하하...."
“천상계에는 이렇게 따뜻한 느낌이 안 나거든요....”
“…? 천상...계요?”
"오...! 천상계 그러니까 음... 부자들의 집?"
"오호... 네.... ㅎㅎ^^ 칭찬이죠?"
"그..그럼요!!"
“ㅎㅎ 이 방이에요! 남는 방인데 당분간 쓰세요. 침대도 있고, 창문도 있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으실 거에요”
태형은 조심조심 방 안으로 들어섰다. 눈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ㄱ...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근데 왜 절 이렇게 도와주시는 거에요?
제가 어떤 사람일 지 알고..."
"태양이를 찾아주신 은인이시잖아요! 강아지 아끼는 사람치곤, 나쁜 사람 못 봤어요 ㅎㅎ
왜요, 너무 잘 해줘서 오히려 무서워요?!"
"그건 아니고..! 너무 감사하고 죄송해서... 빨리 기억 찾을께요..
찾게 되면 꼭 보답도 할께요...!"
“ㅎㅎ 고마워요. 태형씨 기억, 꼭 찾게 도와드릴게요. 진심이에요.”
태형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다니... 진짜 천사같아요.”
“천사요?? ㅋㅋㅋㅋ”
“제가 태어나서… 아니, 기억나는 한도 내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 처음 본 것 같아서요.”
"핳 감사합니다...ㅎㅎ"
잠깐, 아주 짧은 숨 같은 정적이 흘렀다.
둘 다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진짜로 할 말이 없었다...
“…그 출출하시진 ... 않으신가....요?”
하늘이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오... 그런 것 같기도..."
“오오!! 그러면 제가 라면 끓여드릴게요.”
“매운 거 괜찮으세요?”
"음 괜찮을 것 같아요. 라면이 매운 음식인가요?"
"음... 경우에 따라 매울 수 있죠?"
물이 끓기 시작했고, 라면이 냄비 속에서 팔팔 익어갔다.
“이 냄새… 뭔가 신성해요. 이건 거의 제의 수준인데요.”
“ㅋㅋㅋ스프 향이 아주 죽이죠?”
"처음 맡아보는데.... 너무 좋네요."
"엥?????? 그럼 라면을 처음... 드셔본단 소리....?"
"제 본능적인 감각으로 미루어보자면... 아마도 처음인 것 같네요"
"헉!!!!.... 빨리 기억을 찾아드려야겠네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신건지...."
"라면이라는 게 그 정도로 유명한 음식...? 인가요?"
"음 일단 먹어보고 생각해보시죠! 먹어보면 기억이 날지도?"
식탁 위에 라면이 놓이자, 태형은 본능적으로 젓가락을 들었다.
처음엔 이상한 손놀림이었지만 금세 능숙해졌다. 그리고 첫 입을 먹은 순간, 그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와… 이거 뭐예요…? 왜 이렇게 맛있어요…?”
“ㅎㅎ 맛있죠?!”
“짭잘한데… 멈출 수 없어요… 이거… 위험한 음식이에요…”
하늘이 입을 떼려던 찰나, 태형은 자연스럽게 냄비 안에 있던 라면을 다 먹기 시작했다.
2인분을 결국 거의 혼자 다 헤치운 태형.. ^^
“…?”
태형은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젓가락을 멈췄다.
“아… 죄송해요. 손이 막 멋대로…”
“아뇨… 아뇨, 괜찮아요. 저도 뭐… 다이어트 하려던 참이었어요…”
머쓱하게 웃는 태형을 보며 하늘도 웃고 말았다.
“ㅋㅋ 라면은 어쩔 수 없구,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나갈래요?”
“아이스크림… 그거… 차가운 건가요?”
“에엥? 아이스크림도 모른다구요? 시원하고 달고 얼마나 맛있는데요!!”
“그런 게 진짜로 있어요?”
“있으니까 같이 나가자는 거죠. 지금 가봅시다!”
편의점으로 가는 길.
태양이는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걷고 있었고, 둘은 나란히 뒤따랐다.
“태양이는 원래 사람 잘 안 따르는데, 태형님은 잘 따르네요?”
“음 제가 사실 모든 동물들의 왕? 기질이 있거든요."
“아 자꾸 장난치실래요 아까부터?!?! ㅋㅋㅋㅋ”
"ㅎ...하핳 장난.. 그쵸 장난 ㅎㅎ ㅋㅋㅋ ^^ㅠ"
.
.
.
그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태형, 너 여기 있었구나?”
둘 다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태형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골목길에 서 있었다.
붉은 눈동자, 익숙한 기운, 그리고 묘한 웃음.
“기억 없는 척, 꽤 연기 잘하네?”
태형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하늘은 당황한 듯, 그 남자와 태형을 번갈아 쳐다봤다.
“…누.. 누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