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너 여기 있었구나?”
그 목소리에 태형은 걸음을 멈췄다.
하늘은 반사적으로 태형을 뒤로 숨기고, 그 남자를 바라봤다.
검은 코트, 묘하게 기분 나쁜 여유. 눈빛은... 선명하게 붉었다.
“기억 없는 척, 꽤 연기 잘하네?”
“…누, 누구세요…?”
태형은 숨을 삼켰다. 머릿속 어딘가가 짜릿하게 당기는 기분.
익숙한데, 기억나지 않았다. 그게 더 섬찟했다.
"ㅇ....으윽.... 머리아파..."
“진짜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그는 조용히 웃으며 다가왔다.
하늘은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저기요, 누구세요? 아는 사이세요?”
“아~~ 주 잘 아는 사이지. 진짜 기억 안 나? 왜저래?”
“...기억상실이라는데, 무슨 일 있었던 건지 아세요?!”
“많지. 근데 지금 알려줘봤자, 감당 못 할 텐데?”
"네에?"
석진을 바라보는 태형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남자의 시선이, 천천히 태형의 눈동자를 파고들었다.
“자, 김태형. 생각해봐. 네가 왜 여기에 떨어졌는지.”
“그... 그건 후계자 시험 때문이잖아요...?”
"맞아, 그 경쟁자가 바로 나잖아."
"...?"
"기억이 없는거야?"
"그냥.... 시험때문에... 떨어졌다.. 그정도만..."
하늘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은 가만히 있고, 너. 나도 기억 안나?"
"... 안 나는데..."
“....? 어째서 페르소나가 아예 없는거지?”
"당신은 기억이.. 다 나시는 거에요?"
"당연하지. 원래 부여받는 페르소나가 다 있을텐데? 문제가 생겼나?"
태형은 그제야 깨달았다.
카센이 세팅했을 거라 믿었던 기억과 페르소나—그게 애초에 없었다.
누군가가 방해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 그럼 당신이 제 경쟁자라는 거죠?"
"맞지? 크극.. 날 모르다니, 진짜 바보 됐네 김태형?"
"그럼 당신 짓인가요?"
“내가 했으면, 그냥 너를 죽였겠지. 힘들게 뭣하러 기억을 지우나?”
"...."
“난 그냥 알려주는 거야, 경쟁자가 이렇게... 바보같이 굴면 재미없잖아?”
하늘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태형을 봤다.
“…태형 씨, 이 사람… 믿어도 되는 거예요?”
“…나도 아직 모르겠어요. 근데…”
태형은 이마를 짚었다.
“저 사람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아요...”
남자는 천천히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곧 또 보게 되겠네.. 그땐 기억이 돌아와 있을지도? 행운을 빈다, 밥팅아?”
그는 골목 모퉁이를 돌아,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태형과 하늘은 말없이 한참 서 있었다.
태양이는 그 틈에도 태평하게 하늘의 발을 핥고 있었다.
“…그 사람… 누군 거 같아요?”
“…적어도 지금은… 우리 편 아닌 것 같아요.”
“그럼, 뭔가 엮여 있다는 건 확실하네요.”
"근데, 태형씨... 뭔가 후계자...? 라고 하는 거보면.. 재벌?? 그런 거에요?"
"?? 어............ 뭐 그렇다고 해야할까요? 하하...."
"아!!!! 저 사람이 태형씨 아는 것 같았는데, 집을 물어볼껄 !!!!"
"헉!! 어떡하죠..? 절 아는 유일한 사람 같은데..."
".... 괜찮아요!! 하하.. 저희 집 어차피 안 쓰는 방이라, 더 계셔도 됩니다... ^^;;"
그렇게 말하곤 하늘은 속으로 생각했다.
'재벌이라니..... 이거이거 돌봄 서비스해드리고 나중에 막 1억 받는 거 아니겠지..? 우후훟..."
".... ㅜㅜ 감사해요"
"일단!!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요, 기분전환~!!"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골목을 지나며 태형은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를 느꼈다.
머릿속 깊은 어딘가에서 — 특정한 기억이 희미하게 솟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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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