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있다면

06 태형의 비서

그 순간, 태형의 등 너머로 수상한 선글라스 남자가 다가왔다.

태형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하하… 안..... 녕하세요…?”

 

 

 

 

 

 

“도련님, 정말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ㅜㅜ 연화 회장님께서 애간장이 다 타셨습니다.”

 

 

 


“연화… 회장님? ㄷ.. 도련님이요?”

 

 

 


"예?"

 

 

 


"누구... 신데요? 자꾸 저를 따라오시는 건지..."

 

 

 


"ㄷ.. 도련님 ㅠㅠ 왜그러셔요 ㅠㅠ"

 

 

 


남자는 명함을 내밀었다. 연화 그룹 비서실장이라고 적혀있었다.

"비서.. 실장?"

 

 

 


"네... 도련님의 충직한 비서 아닙니까 제가...."

 

 

 


"아...?"

 

 

 


남자는 옆에 있는 하늘에게 물었다.

"혹시.. 도련님과 어떤 관계신 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저...저는!! 그 태형 씨가 기억을 잃으신 것 같아서.. 임시 보호 (?) 하고 있었어요..!"

 

 

 


"도련님께서 다치셨다구요 ?!"

 

 

 


"잘은 .. 모르겠는데, 그럴 가능성이 클 것 같네요."

 

 

 


“일단 지금 바로 본가로 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이분도 함께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도련님 상태가… 조금… 특이해서.”

 

 

 


하늘은 당황했지만, 태형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조용히 따라나섰다.

 

 

 



 

 

 

 

 

 

 

둘을 태운 검은 고급 세단은 골목을 빠져나와, 도심을 지나 언덕 위 커다란 저택 앞으로 도착했다.

하늘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집...? 안에 용 한 마리쯤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크기..…아냐...?'

 

 

 


"들어가시죠 도련님, 모시겠습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입구로 들어선 두 사람.

바로 그때, 저택 안에서 한 할머님이 다급히 달려 나왔다. 고운 치마 자락이 흩날렸고, 눈물에 젖은 얼굴이 태형을 향했다.

 

 

 


“아이고 태형아!! 이 녀석아, 도대체 어디 갔던 거냐ㅠㅠ!”

 

 

 


태형은 당황해서 두 팔을 벌려 할머님을 안았다.

 

 

“하, 할머니... 진정하세요…!”

 

 

 


"이 놈아!! 어딜 갔던 거냐.. 할미가 정말... 너를 많이 찾았다.... 아휴..."

 

 

 


"회장님, 일단 거실에 앉아 자초지종 들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아유 그래... 태형아 어서 이리로 오거라"

 

 

 


"넵..."

 

 

 


넓고 고풍스러운 응접실에 할머님과 태형, 하늘이 마주 앉았다. 하늘은 조심스럽게 태양이를 안고 앉아 있었고, 할머니는 눈가를 훔치며 입을 열었다.

 

 

 


“이 아가씨가… 우리 태형이를 데리고 있어줬다고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정말… 사례를 꼭 하고 싶은데…”

 

 

 


하늘은 허둥대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전 정말 그런 거 아니라구요!! 태형씨가 저 먼저 도와주셨어요… 저희 강아지를 찾아주셨거든요. 전 그냥… 당연히 은혜를 갚은 것뿐이에요!”

 

 

 


할머니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아유~ ... 마음이 고운 아가씨네…”

 

 

 


그때였다.

태형이 갑자기 머리를 움켜쥐며 고개를 숙였다.

 

 

 


 

 

"ㅇ...윽!!!"

 

 

 


"ㅌ..태형 씨? 태형 씨, 왜 그래요?"

 

 

 


“읏… 윽… 머리가…”

 

 

 


“ㅌ...태형아?! 태형아!!!”

 

 

 


할머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담 주치의 불러라!! 당장!!!”

 

 

 


진료를 마친 후, 중년의 남자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진단을 내렸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 같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충격,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고요. 다행히 뇌손상은 없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할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사를 보내고, 조용히 태형 옆에 앉아 그의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가씨.”

 

 

 


 

"ㄴ...네?"

 

 

 


하늘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내가 아가씨에게 미안하지만... 부탁을 하고 싶은 게 있어요."

 

 

 


"ㅁ.. 말씀하세요 할머니...!"

 

 

 


“우리 태형이… 지금 상태가 이런데, 옆에서 조금만 더 도와줄 수 있을까요? 물론, 폐가 되지 않게 조심할 거고… 정식으로 부탁드릴게요.”

 

 

 


"태형 씨... 옆에요?"

 

 

 


"그래요, 말하자면 비서 같은 역할이 될 거에요. 혹시 하고 있는 일 있어요?"

 

 

 


"아... 아직 취직 준비 중이긴 했는데..."

 

 

 


"오~ 그럼 딱이네, 우리 연화 그룹 나쁘지 않아요. 하늘 양은 내가 특별히 더 대우해줄 수 있어."

 

 

 


"네..? 아, 저는 그게 아니라.. 제가 연화 그룹에 들어가기엔 너무 부족해서..."

 

 

 


"겸손한 태도까지~ 이렇게 참하고 똑부러진 아가씨가 태형이 옆에 있어주면 내가 맘이 놓일 것 같애, 걱정하지 말아요."

 

 

 


"ㄱ.. 그럼..."

 

 

 


"그럼 부탁해요, 하늘 양"

 

 

 


하늘은 당황했지만, 태형의 할머님이 조용히 눈을 맞추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창밖으로 햇살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하늘과 태형의 앞에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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