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 고백하면 백 번 차이는 박지민 보고싶다

백 번 고백하면 백 번 차이는 박지민 보고싶다

photo


지민이는 평범한 스물 두 살. 외모 준수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괜찮게 하고, 성격도 좋음. 다른 사람 인정하기 싫어하는 민윤기가 인정한 진짜 진국 중의 진국이 박지민이란 말이야. 박지민은 태생이 착해서 거만하고 재수 없고 이런 거랑 거리가 멀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가 진짜 상위 1퍼센트까지는 아니어도 평균 이상은 된다고 믿었음. 솔직히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는 것도 있었고, 본인도 알았지. 20년 정도 살다 보면 알잖아. 아, 나 그래도 평균 정도는 되는구나 하는 거. 평범한 남자가 했으면 엥스러웠겠지만 박지민은 그럴만해. 잘났잖아.







그런 박지민에게 딱 하나 있는 의문 아닌 의문이 있었는데 바로 연애 관련 문제였음. 지민이 좋다는 사람도 많아서 연애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이상하게 지민이가 좋다는 사람은 지민이를 안 좋아했음. 한두 명이 그런 것도 아니고, 죄다. 정말 하나같이 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말고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된다고?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음. 제일 큰 문제는 먼저 지민이가 좋다고 다가온 사람도 지민이랑 연애를 시작하면 마지막에는 꼭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지민이를 찼음. 이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지민이도 스트레스를 받는 거야. 아니, 만나는 사람마다 그러니까 자기가 진짜 문제 있나 싶고…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거울로 본 얼굴은 정석 미남은 아니어도 트렌디하게 잘생겼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한데. 성격이 이상한 걸까? 착하단 소리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는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고. 재미가 없는 걸까?







“…….”







그런 문제인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박지민.























photo


짜잔. 산타 아니고 정국이. 오랜만에 생긴 박지민의 짝사랑 상대는 전정국…이 아니라 전정국 옆에서 붙어 다니는 수진이. 정말 안타깝지만 수진이도 오랫동안 정국이를 좋아하던 걸로… 정국이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자기랑 수진이는 쌍방이 아니란 걸 알게 된 지민이는 울적한 마음으로 학교를 다녀. 전정국은 왜! 수진이랑 친해서, 또 잘나긴 더럽게 잘나서… 내가 못난 게 아니라 전정국이 너무 잘난 거야. 생각하는데 청승 떠는 걸 여주가 봄. 여주랑 지민이는 얼굴 알고 말만 튼 사이…인데 지민이가 구석에 앉아서 슬픈 얼굴 하고 있는 게 너무 관심받고 싶어 하는 고양이 같아서 여주가 관심 주려고 나왔음. 여주는 정국이와 수진이 친구. 특이사항: 전정국을 좋아했던 적이 있으나 지금은 아님.
















“어, 여주… 여주야 안녕.”







지민이는 슬퍼도 슬픈 척을 하지 않아. 뒤늦게 웃으면서 인사 건네보지만 혼자 구석에 앉아서 전정국 어쩌고… 수진이가 어쩌고 하는 거 다 들은 여주는 표정관리를 못하고 지민이를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바라봐. 그 눈빛에 바로 기죽은 지민이. 사람을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말함. 네가 불쌍해서…라고는 말 못 하고 지민이 옆에 같이 쪼그려 앉은 여주.











“미안한데 내가 다 들어버렸어.”

“…뭐, 뭐를?”

“수진이 어쩌고, 정국이 어쩌고.”

“…….”

“정국이를 좋아하는 수진이를 좋아하는 지민이?”











놀리려고 한 말은 아닌데 그 말에 지민이 표정이 쭈우우욱 쳐짐. 다 들었구나… 들켜서 창피하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제 처지가 안쓰럽기만 한 지민이야. 누구한테든 이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서 자기처럼 쪼그려앉은 여주한테 상담 아닌 상담을 하기 시작해. 그러니까아… 내가 수진이를 좋아하는데. 처음엔 정상적으로 흘러가던 상담이 조금씩 이상해졌음.

















photo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으응.”

“나보다 못난 애들 다 멀쩡하게 연애하던데….”









왜 나는 계속 차이기만 해? 여주야, 네가 봤을 때 나 어때? 뜬금없는 지민이의 말에 여주가 슬슬 저려오기 시작하는 종아리 몰래 주무르다 대답했음. 어… 음. 너 괜찮지. 미적지근한 여주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지민이가 질문을 추가했어. 여주가 곤란해한다는 걸 모르고서.









“그럼. 정국이랑 나 둘 중에서는?”

“어?”

“누가 더 네 스타일이야?”









아묻따 전정국이죠. 김여주는 전정국을 좋아했던 적이 있는데…? 지민이는 여주가 정국이를 좋아했단 걸 모르니까 저렇게 해맑게 물은 거고. 꼴에 거짓말 못 하는 여주가 지민이가 서운해하지 않을만한 답을 찾는다고 머리를 굴렸음. 생각이 하나도 안 나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취향은 지민이가 아니고 정국이었거든. 지민이는 큐트 타입이지만, 여주 취향은 정국이 같은 섹시한 남자였단 말이지. 박지민은 괜찮은 사람이지만, 너무 귀엽…













photo


“나 대답 기다리다 죽을 것 같아…”

“…아, 미안.”

“너도 정국이야?”







나 말고? 대체 나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긴 할까? 대답 듣지도 않고 여주 의도 차린 지민이가 축 처져서 저렇게 얘기하니까 여주가 응원해준답시고 어… 정국이? 정국이는 너 되게 좋아하던데. 이런 말 함. 지민이가 그거 듣고 발끈해. 자기가 지금 그런 말 듣고 싶어 하는 줄 아냐고 하면서. 위로가 필요한 것 같길래 해줬더니 해줘도 지랄이네… 생각보다 성깔 있는 지민이 성격에 여주가 속으로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생각하는데 지민이가 또 물었음.












photo



“나한텐 없고 정국이한테만 있는 게 뭐인 것 같아?”

“…겸손?”

“뭐?”

“아니, 잘못 말했어. 어…”











아니. 내가 왜 이런 걸 대답하고 있는 거지? 난 그냥 관심받고 싶어 하는 것 같길래 잠깐 받아주려고 했던 것뿐인데. 자기도 모르게 지민이 페이스에 휘말려서 20분 넘게 쭈그려 앉아 있었던 여주, 갑자기 물밀듯 밀려오는 현타 때문에 질문에 대답을 못했음. 김여주우… 빨리 대답해. 다리는 저리지, 갑자기 현타는 오지, 옆에서는 유치원생처럼 재촉하지. 여주가 그냥 아무 말이나 포장해서 말하자고 결심함.













“그건 모르겠는데. 전정국한텐 없는데 너한테 있는 건 뭔지 알겠어.”

“흐음…”

“너 되게 귀여워. 알지? 그냥 태생이 귀여운 거? 전정국은 그런 게 없,”

“나 뭐.”


photo

“안 들어온다 했더니 뒷담 까고 있냐?”

“…뒷담 아닌데?”

“다 들었거든.”

정국이가 여주 보고 계속 그렇게 앉아있을 거냐고, 아예 누워있지 그러냐면서 극딜함. 정국이는 여주 입에서 자기 이름 나왔는데도 크게 불쾌해하지 않는 것 같았음. 조금만 얘기하다 갈게. 그 말에 정국이가 티 안 나게 살짝 얼굴 구겼는데 여주랑 정국이 관찰하던 지민이가 묘한 표정으로 정국이 쳐다봄. 수진이가 좋아하는 정국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거든. 정국이 시선이 지민이한테 꽂힘. 여주랑 지민이랑 그렇게 친했던가? 30분 넘게 얘기할 만큼? 정국이가 지민이 말없이 보기만 하다가 들어감. 적당히 하고 들어와, 하는 말 안 빼놓고.

“깜짝 놀랐네, 갑자기 나와서. 어디까지 얘기했지?”

“…….”

“박지민?”

대박. 이 정도면 가능성 있잖아? 전정국이 김여주를 좋아한다고 확신한 지민이. 자기한테도 기회가 오는 거 아닐까, 처음으로 기대해봄.

그래. 전정국이 김여주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낸 것까지는 잘했는데. 수진이한테 말 걸고 시간 쏟고 해도 모자랄 판에 지민이는 본격적으로 여주를 쫓아다니기 시작함. 여주가 좋아서가 아니라, 정국이가 여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그렇게 해서 정국이랑 여주 사이가 발전하는 게 지민이한텐 1순위였음. 여주는 그 이상했던 고민 상담 이후로 자기 따라다니는 지민이를 이상하게 생각함. 아, 저번에 받아주지 말걸. 또라이였잖아?

웬만하면 거절하려고 그랬는데 전에도 말했듯 박지민은 모태 애교쟁이라 이상하게 거절하는 게 엄청 어려웠음. 김여주우. 나랑 밥 먹으러 가자. 해서 밥도 먹고 나랑 술 마시자. 술? 나 술 잘 마셔… 해서 술도 마셨음. ㅡ 술 잘 마신다고 해서 그냥 마시게 내버려 뒀더니 바닥에서 자길래 그냥 두고 나온 적도 있음. ㅡ 다음 날 찾아와서는 어떻게 자기 그렇게 두고 가냐고 쫑알 쫑알… 여주는 그런 지민이 보고 깨달았음. 박지민이 차이는 건 다른 문제도 아니고 그냥 상대방이 박지민이 또라이인걸 몰랐던 거라고.

또 지민이는 여주 만날 때마다 “넌 좋아하는 사람 없어? 호감도?” 이런 식의 질문을 했는데 지민이의 질문이 정국이를 겨냥한 거라는 걸 모르는 여주는 세차게 고개 저음. 아, 설마 박지민 나 좋아하나? 안 되는데. 하는 착각까지 했음. 학교 앞에 파스타집 새로 생겼다길래 ㅡ 심지어 사람 많아서 30분 웨이팅 ㅡ 거기로 저녁 먹으러 왔는데 먹으면서 한다는 말이 또 저 말. 좋아하는 사람 없어? 진짜로? 잘 생각해봐.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서. 응?”

“난 너 안 좋아하는데.”

“…나?”

전정국 얘기했던 거지 자기 얘기한 건 아닌데. 지민이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여주 봄. 뭐야, 자기 어필하는 거 아니었나. 지민이 반응에 두 배로 당황한 여주가 포크 내려놓으면서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