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오후5시
본 팬픽 내용은 픽션이며 해당 지역, 기관, 종교,
실제인물과는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천동섭과의 접견을 막 끝낸 지민은 무겁게 닫히는 문 뒤로
차가운 공기를 마주했다. 귓가에 숨겨진 이어폰 끝에서
미세한 잡음이 흘러나왔고, 곧이어 들리는 누군가의
음성소리와 고요한 복도에 울려 퍼지는 그의 낮은 목소리는, 마치 긴장과 결심이 뒤섞인 음영을 드리운 듯했다.
지민_ “ 어, 준비됐어? “

태형_ “ 응. 세팅 완료 ”
지민_ “ 오케이. 그럼 슬슬 시작해보자고 ”
지민은 길게 뻗은 복도를 묵묵히 걸으며 통화를 마쳤다.
귀에서 이어폰을 천천히 빼낸 그는, 목에 걸려 있던 변호사
공무원증 카드를 거칠게 잡아당겨 단숨에 끊어냈다. 뚝 하고 끊기는 소리가 복도에 메아리쳤고, 지민은 그것을 무심히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내던졌다.잠시 입가에 번진 냉소 같은 미소와 함께,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교도소의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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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점-동면환전 세탁소)
몸의 절반을 문신으로 덮은 사내들이 커다란 보따리를
부지런히 차로 나르고 있었다. 묵직한 짐이 연이어 실려
가는 동안, 그들 중 윗자리에 선 남자는 무심한 눈빛으로
지시를 내리며 사람들을 몰아세웠다.
남자2_ “ 야, 빨리빨리 움직여! ”
남자3_“ 예 ”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들더니,
다급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자1_ 📞 여보세요? 야 천회장님 오더 떨어졌으니까
캐시 들고 빨리 튀어와.
남자1_ 📞 어디긴 어디야!! 원성호텔이지 아, 혓바닥을
잘라버려, 씨...
누군가에게 날 선 목소리로 화를 퍼부은 그는 곧 차에
올라탔고, 엔진이 켜지자마자 급히 어디론가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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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점- 원성호텔)
태형은 한적한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 안에서 휘파람을
흥얼거리며 노트북 하나로 여유롭게 해킹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코드들은 마치 장난감처럼 가볍게 다뤄졌고, 화면 속 문제들은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이때, 지민은 원성호텔 중앙 홀 앞에 파란색 스포츠카를
세우고 내렸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회전문을 통과하던
그는 귀에 꽂힌 이어폰을 손끝으로 건드리며 다시 통화를
이어갔다.
지민_ “ 정국이는? ”
태형_ “ 몸 풀고 있지~ ”
지민_ “ 위치는 파악됐고? ”
태형_ “ 어. 28층 스위트룸 , 거기가 천회장 비밀 집무실.
전용 엘리베이터 따로 있고 ”
지민_ “ 뭐? 전용? 무슨 전용 ”
태형_ “ 야, 그 자식이 투자한 데잖아~ 아무튼 조심해 경비가 아주 그냥 바글바글하다 “
지민_ ”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 “
지민은 태형이 전해주는 정보들을 머릿속에 그리듯 정리하며, 마치 아무 근심도 없다는 듯 태연한 걸음으로 나아갔다.
그의 시선은 곧장 천 회장이 호텔에 투자해 만든 전용
엘리베이터 앞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에게 향했다.
지민_ “ 자, 몽타주 갑니다~ ”

지민은 전용 엘리베이터 복도를 조심스레 지나며, 경비가
서 있는 부근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통화하는 척하면서도 눈빛은 날카롭게 움직였고, 태형에게 얼굴 인식을 보내듯
카메라를 향해 미묘하게 각도를 맞추며 지나갔다.
지민_ “ 예. 예예 지금 도착 했습니다. ”
코너를 돌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지민은, 지나가는 여자의 몸매에 잠시 눈길을 주며 감탄했다. 이어 정리된 옷을 옮기는 호텔리어 옆을 스치듯 지나가며, 그는 날렵하게 경비의
유니폼을 집어 들었다.

곧이어 태형은 지민이 보내준 얼굴 인식을 바탕으로
경비원 배치 명단 속 얼굴과 대조했다. 순식간에 대상자를
찾아낸 그는, 그 경비원의 가족 중 아내가 임신했다는
사실까지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해킹을 감행해 메시지를
보냈다.
📩 오빠~ 나 양수 터졌어.....전화 못 받으니까 병원으로 빨리 와줘
보안요원2_ “ 하.. 씨....야야 , 나 먼저 가봐야겠다. ”
보안요원1_ “ 예? .... 아니 아, 그럼 여긴 뭐 어떻게 하라고요? “
보안요원2_ ” 어. 미안해 어? 야 내가 다른 사람 보낼게,
알겠지?? “
보안요원1_ “ 아니..!!! ”
보안요원 2는 “급하게 간다”와 “사람을 남긴다”라는 말을
남기고, 어느 틈에 사라졌는지 흔적도 없이 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잠시 후 급히 사라진 보안요원 2의 자리를, 지민은 몰래
숨어 지켜보다가 자연스럽게 그 빈 자리로 이동해 땅콩을
까먹으며 자리를 차지했다.
지민은 옆에 남아 있던 보안요원 1에게 땅콩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풀었다. 이어 앞서 온 질문을
꺼내며 대화를 시작했다.
보안요원1_ “ 교대 나오신 겁니까? ”
지민_ “ 응? 아니야 ”
보안요원1_ “ 그럼 누구.... “
지민이 내민 가짜 경찰 신분증을 본 보안요원은 순간 흠칫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이내 당황을 감추려는 듯
헛기침을 하고는, 지민의 말을 얌전히 귀 기울여 들었다.
지민_ “ 짭새야, 짭새 “
지민_ ” 야야, 긴장하지마 긴장하지마. 어? “
지민_ ” 너희들이 뭔 죄가 있겠냐? 저기 위에 있는
놈들이 나쁜 놈들이지 ”
지민은 태형이 건네준 정보를 머릿속에 정리한 뒤,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한 채 은근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협박 같지 않은 말투였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뼛속까지
스며드는 협박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지민_ “ 홀어머니 모시고 사느라고 힘들지, 응? “
보안요원1_ 아니... 그걸 어떻게...? ”
지민_ “ 다 알지~ 대한민국 경찰이 모르는게 어딨냐? ”

이때, 아까 내보냈던 보안요원2가 대신 보낸 또 다른
보안요원이 다가오는 장면을 CCTV로 확인한 태형은,
곧장 지민에게 다급하게 전했다.
태형_ “ 아유, 저 한놈 온다, 한놈 왼쪽에서 오네 “
지민_ ” 어. “
그 보안요원을 마주친 지민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넸고, 자연스럽게 다시 돌려보냈다.
지민_ “ 어 됐어, 다른 데 가봐 ”
그리고 나서, 태연한 표정으로 보안요원1에게 다음 말을
꺼냈다.
지민_ “ 봤지? 오늘 별로 일진이 안 좋아. 지금 병력 쫙
깔렸거든. “
보안요원1_ ” 저,저는 아,아무것도 모르고요.. 전 진짜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고, 그냥 그냥 알바.. “
지민_ ” 알지 알지 다 알지,,, 응? 그러니까 형이 지금
온 거 아니야~ “
지민은 잔뜩 긴장해 어깨가 굳은 보안요원에게 다가가,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지민_ ” 너 어떻게 할래? 어? “
지민_ ”.... 뭐 정, 저놈들이랑 의리 지키고 싶으면 빵
가서 한 5년 있다 나오면 돼, 어? “
보안요원1_ ” 아 아뇨 아뇨! “
지민_ ” 왜, 싫어? 그럼 그냥 계속 여기 있을거야? “
지민은 보안요원에게 지금이라도 물러나면 눈감아 주겠다는 뉘앙스로 말을 흘렸다. 그 속내를 단번에 눈치 챈 보안요원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질문을 던졌다.
보안요원1_ ” 그... 지금 그냥 가도 될까요? “

지민_ ” 흠........그래. 너 어머니 봐서 빼주는 거다 ”
보안요원1_ “ 가가감, 감사합니다!! ”
지민_ “ 그래, 어리바리까지 말고 효도 인마~ ”
보안요원1_ “ 예!! “
보안요원은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 인사를 올리더니,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황급히 퇴근길로 달려 나갔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지키던 보안요원들을 모두 물러나게 한
지민은, 주위를 살핀 뒤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꺼낸 파란 폴더폰을 펼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민_ “ 아이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내가 제보할 게 하나
있는데.. ”

전화를 받은 이는 다름 아닌 석진이었다. 석진은 천동섭의
별채를 수사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지민의
연락을 받은 그는 지체 없이 윤기를 호출하고, 곧바로
어딘가로 향할 준비를 했다.
석진_ “ 민윤기, 가자. ”

윤기_ “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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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점-동명환전무리들)
검은 승용차 두 대가 원성호텔 앞에 멈춰 섰다. 곧바로 움직인 인물들은 나머지 돈을 챙기기 위해 스위트룸의 문을 힘 있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1_ “ 싹 다 담아. 돈 구겨지지 않게, 알았어? ”
하지만 그 방 안에는 이미, 검은 짐가방에 수많은 돈들을
싸고 있는 지민이 서 있었다.
남자1_ “ 뭐야. 어디 퀵이야, 이거? 세큐... 아이 영어 이씨 너 뭐냐고!!!! “
지민이 입고 있던 유니폼의 영어 문구를 읽던 남자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던 지민에게 금세 화를 냈다.
지민_ ” 어 왔어? “
남자1_ ” 뭐? “
지민_ “ 야야야야 이거봐라 , 이거 담아도 담아도 끝이
없다. 어? 돈 냄새 봐라~ 어? “
남자1_ ” 야. 네가 불렀냐? “
직원1_ ” 아뇨, 처음 보는데요? “
지민_ ” 멀뚱히 서 있지 멀고 와서 좀 담아, 어깨
빠지겠어 “
남자1_ “ 하하하!!! 너 지금 우리한테 하는 소리야? ”
지민_ “ 어? 아 아니야, 신경쓰지마 너희한테 한 말
아니야. 가서 일 봐 “
남자1_ ” 우리 말고 누가 있.... “
남자 1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뒤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본 남자 1과 그의 무리들은,
뒤에 서 있던 남자를 보고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