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책임져요,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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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책임져요, 대리님








띠리릭-





"압빠!!"

"으응, 주연아. 잘 놀고 있었어?"

"우으!!"

"잠시만, 엄마한테 가보고 우리 주연이랑 놀아줄게."

"잠깐 저기서 티비보고 있어."





역시나 집안은 조용했다. 나는 소리라곤 주연이의 웃음소리, 티비 소리가 끝이랄까. 예전엔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 항상 현관 앞까지 나와서 인사하고 반겨줬는데. 이런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 그리울 때가 있다. 왜 이렇게 됐나 싶기도 하고...





덜컥-





"여주야, 나 오늘 일찍 왔는데..."

"..밥은 먹었어?"

"우리 바람 좀 쐴 겸 밖에 산책갔다 올까?"

"...여보야, 어디 아파?"

"..끕.. 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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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봐봐, 정여주. 병원가자."

"여주야, 응? 얼른 일어나봐."





방에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건 이불을 다 덮어쓰고 있는 여주였다. 항상 이랬어서 오늘도 좀 우울한가보다 싶었는데 어디가 아픈지 우는 소리가 살짝씩 새어나오며 이불이 들썩거렸다. 설마 왕자가 벌써 나오려는 걸까? 아니면 진통 때문에 그러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잘해주지 못해서, 힘들어서 우는 걸까...?





"끄으... 오..쁘아... 흐끕.."

"으응, 우리 여주가 왜 울까?"

"끕.. 아까아.. 너머졋는데.. 흐윽.."

"왕,자.. 잘못되면.. 끄읍... 어떡해요.."

"..쉬이, 진정하고..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만약 왕자가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난 너만 괜찮으면 돼."

"어디 아프고 이런 건 아니지? 혹시 모르니까 병원갈까?"

"내일.. 끅... 같이,가요.."

"그래그래, 내일 꼭 같이 가자."





여주의 목소리를 듣는 거 정말 오랜만이었다. 말도 안 하던 애가 아이가 잘못될까 봐 말을 튼다는 것도, 여주가 넘어졌다는 것도 그냥 다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덕분에..? 여주 목소리도 듣고, 내 품에 오랜만에 여주를 가둬보고.. 여주는 정말 걱정을 많이 했겠지만 난 조금 웃음이 나왔다. 우리 아내, 진짜 사랑스럽네_





"오빠한테 먼저 얘기해줘서 고마워."

"우리 여주 목소리 오랜만에 듣네~"

"미안,해요...흐읍.."

"왜 너가 미안해 해, 내가 미안하지."

"우리 내일 산책도 가고, 쇼핑도 하자."

"그동안 모진 말 한 거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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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랑해, 여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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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우리 둘이 있는 거."

"단둘이 데이트하는 거 주연이 낳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씁... 왕자가 있으니까 단둘이는 아닌가..?"

"..둘이면 어떻고 셋이면 어때요..ㅎ"

"나 지금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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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ㅎ 좋아해서ㅎ"





주연이를 민윤기에게 맡기고 병원에 다녀왔다. 다행히도 왕자는 건강히 잘 자라나고 있었다. 주연이도 없는 김에 여주가 그토록 나가고 싶어했던 걸 이제서야 들어주고 있다. 카페음료 손에 들고, 서로 손을 꽉 잡으면서 산책로를 걷는 게 다였지만 정말 행복했다. 여주도 정말 행복해보였다. 이 모습을 보고 왜 나가주지 못했을까 후회스럽기도 했지만 앞으로 더 잘해주면 여주도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다.





"우리 내일도 나올까? 나 회사 끝나고."

"...오빠 힘들잖아요... 주연이도 맡길 곳 없고.."

"나 하나도 안 힘들어, 우리 여보랑 같이 있는데 행복하지."

"..그럼... 내일도... 나와줄 거예요...?"

"꼭, 꼭 나오자. 주연이랑 같이 나오자."





원래의 여주였다면 바로 나오겠다고 하면서 엄청 좋아했겠지. 하지만 그때 했던 말들이 여주에게 너무 상처를 줬나보다. 주연이랑 여주 챙기는 거 솔직히 힘든 일이다. 어린 애가 어디로 튈 지 모르고, 여주가 언제 심해질지도 모르는 거고. 그런데도 가족이니까 참고 했어야했는데. 기죽은 듯 손가락 꼼질 거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여주야, 내가 많이 미안해."

"..아니에요, 나도 미안해요."

"행복하게 해준다고 해놓고 해준 것도 없고.."

"이렇게 같이 몇 분 걷는 게 뭐가 힘들다고.. 그치?"

"우리 여보랑 왕자가 원하는 건데 왜 못해줬을까..?"

"..내가 오빠였어도 힘들었을 거예요."

"나도 내가 힘든데.. 주연이랑 노는 것도 힘든데."

"오빠는 일도 하고 들어오잖아요.."





이렇게 나 생각해주는 앤데 얼마나 나가고 싶었으면 나한테 말을 했을까. 집에만 있는 게 얼마나 심심하고 싫었을까. 임신한 몸으로 주연이랑 실랑이하는 것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름만 남편이라고 남편은 주연이만 챙기고 자기는 챙겨주지도 못하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 아무래도 여주랑 만나지 말았어야 했나.. 어린 애 데리고 힘들게만 하네...





"..앞으로 내가 힘들어도 우리 가족 잘 챙길게."

"내가 힘들어봤자 우리 여주보다 힘들겠어?"

"이번에 정신 차리고 우리 가족 힘들게 안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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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결혼한 거 후회 안 하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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