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책임져요,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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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책임져요, 대리님








“..여보야, 어디 안 다쳤지??“

”막 누가 말 걸고 하진 않았지?“

”왜 그렇게 뛰어와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무슨 일이 있을리가.“

”우리 여주 걱정돼서 빨리 온 거지..ㅎ“





김석진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두려웠다. 날 붙잡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 여주를 해칠까봐, 여주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봐 바로 뛰쳐나왔다. 다행히 여주는 벤치에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여주에게 김석진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여주에게 잘못한 건 없지만, 그냥 김석진을 꺼내기 싫었다. 내가 지는 것만 같아서...





“얼른 들어가자, 바람이 차다.“

”잉... 벌써..?“

”응, 감기 걸리면 안돼.“

”나중에, 날씨 좋아지면 그때 나오자.“

”..알겠어요.“





엄청 기대했을 여주인데... 뭐가 무서워서인지 집에 들어가야할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역시 나는... 아직도 찌질이임이 틀림없었다. 한순간 실망에 찬 여주의 눈이 내 가슴에 날라와 꽂혔다. 내가 밉겠지, 짜증나겠지, 정말 싫겠지... 난 정말 최악이었다. 아직도 그 시절 그대로 멈춰있다는 게 바보같았다.





“오늘요, 나와줘서 고마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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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안 미워...?”

“사랑하는 사람을 왜 미워해요.”

“..그래도 약속했는데...”

“약속했죠, 이렇게 나와줬잖아요ㅎ”

“나중에 또 나와요, 오빠 한가할 때.”

“나는 괜찮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

“오빠 힘든 거 보기 싫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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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 흐끕..!“

”괜찮아... 괜찮아, 응?”

”오,빠아... 하아... 병원.. 끕...“

”잠깐, 잠깐만.. 주연이 좀 챙기고...“

”조금만 버텨줘... 미안해.“





산책을 하고 집에 들어온지 5시간이 흘렀다. 새벽에 갑자기 진통이 왔다. 주연이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고통도 더 큰 것 같고, 정신도 더 없어졌다. 이미 한 번 겪어봐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아이가 있으니까 아직 어린 주연이도 챙겨야하고, 아픈 나도 챙겨야하고 오빠가 정말 정신 없었다. 하필 새벽이라 억지로 깬 주연이 달래주느라 병원도 못 갈 뻔 했다.





”바로 분만실로 들어갈게요.“

”..여주 괜찮은 거 맞죠..? 아이도 괜찮은 거죠??“

”걱정 마세요ㅎ 아이도, 산모님도 별 탈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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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 힘내, 사랑해.. 미안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저렇게 약한 애가 아이를 낳는 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도와줄 수 없다는 게... 차라리 내가 아프면 마음이 편할텐데 눈물밖에 안 나왔다. 분만실 앞에 앉아서 주연이 껴안고 울면서 비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남편분 들어오실게요!!“

”끕... 끅, 여, 주야....“

“힘들, 었지..? 끅...”

“오..빠아...ㅎ 왜 울고 그래...”

“사랑해.. 흐끕... 사랑해, 진짜...”

“나도... 나도 사랑해요..ㅎ”





여주의 모습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입술이 트고, 땀 범벅에 진이 다 빠져 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고생했을까.. 왕자를 품에 안은 여주의 모습이 너무 예쁘면서도 슬펐다. 다행히 왕자와 여주 모두 건강했다. 기도가 통했을까, 다시 남편, 아빠 노릇을 잘해보라는 신이 주신 기회겠지_





“여주 닮았다..ㅎ”

“우리 왕자요... 간호사 분들이 이렇게 잘생긴 애기 오랜만이래요ㅎ“

“오빠 닮아서인가봐.. 잘생긴 거 보면..ㅎ“

”주야, 자기야.. 고생 너무 많았어...”

“나 눈물 나오려고 그래..”

“아까부터 울었으면서 무슨...ㅋㅎ”

“...사랑해, 정말 말로 표현 못할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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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열심히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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