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책임져요, 대리님
“오빠아..!! 나 잠시만 나갔다와도 돼요..?“
”오빠..?!“
쿠당탕-!!
”어어..? 뭐라고?!!“
”주연아..!! 그거 입에 넣으면 안돼!!“
”..으앙ㅇ!!“
”..주형아.. 깼어..? 밥 먹을까??“
“어허!! 김주연!! 떽!”
“끅.. 끄아앙!!”
”하하... 주야, 뭐라고했지..?“
”아.. 아니에요, 주형이 분유 내가 먹일게요.“
왕자를 낳고 몇달 뒤, 엄청난 극악의 육아를 하고 있다. 아이가 하나도 아닌 둘이니 주연이 때보다 더욱 더 힘들었다. 잠시 일이 있어 나가려고 준비를 했는데 저렇게 바쁜 오빠 두고 갈 수 없었다. 한창 호기심 많을 나이인 주연이는 손에 닿는 거 입에 다 넣어보고, 주형이는 그냥 울기만 한다.
“옷 예쁘게 입었네, 어디 나가려고?”
“..나가긴 어딜 나가요..ㅎ, 분유 저한테 주세요.”

“내가 주형이 먹일게, 얼른 나갔다 와ㅎ”
“아.. 안 나가도 돼요, 그렇게 중요한 거 아니여서..”
“얼른 갔다 와, 애기들 신경쓰지 말고.“
”..오빠 힘든데 안 도와주면...“
”나는 괜찮습니다~ 여보야 기분 전환하고 오세요!“
겉옷을 벗고 주형이 안아들어 분유를 주려고 하는데 오빠가 옆에 앉아선 나가라고 재촉했다. 자기도 힘들면서 주연이가 입에 갖다대려고 한 거북이 인형을 손에 들고는 현관까지 날 이끌었다. 정말 내가 나가도 되는 건가 싶었다. 놀러 가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나 진짜 가요..?“
”갔다 오세요, 공주님ㅎ“
”..미안해요, 밤에는 내가 애들 볼게요.“
”조금만 수고해줘요..“
”조심히 다녀와, 사랑해ㅎ“

“..저긴가...?“

“..아 저깄다, 석진씨..!”
“어? 여주씨 오셨어요?ㅎ”
“..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해요.”
“괜찮아요, 딸기라떼 미리 시켜놨어요ㅎ”
석진씨를 만나러 왔다. 그런 만남이 아닌 정말 끝내려고 먼저 만나자고 했다. 주형이가 안 태어났을 때 오빠랑 같이 산책을 갔던 날 왜 저렇게 뛰어왔나 의문이 들었지만, 흔들리는 동공이 누가봐도 무슨 일이 있는 사람이었다. 집을 가려면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가야하는데 그때 석진씨가 일하는 걸 봐버렸고, 오빠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더이상은 오빠를 불안하게 하고싶지 않다.
“생각해주신 건 감사한데 금방 들어가봐야 돼서요.“
”아... 네,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죠?“
”..앞으로 저희 가족 앞에 안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네?“
”불편해요, 석진씨가 저 좋아하는 거.“
”전 태형오빠랑 잘 살고 있고, 평생 같이 살고 싶어요.“
”근데 석진씨가 계속 저희 가족의 행복에 훼방을 놓고 있어요.“
”..태형이가 그렇게 말하던가요?“
”솔직히요, 내가 더 낫지 않아요? 저런 찌질이보다.“
”김태형보다 여주씨 더 행복하게 해줄 자신있는데ㅎ“
내가 아는 석진씨라면 금방 포기해줄 줄 알았다. 내 앞에서는 오빠 욕 안할 줄 알았다. 아무리 남이라도 욕먹는 걸 보면 눈쌀이 찌푸려지는데 남편을 욕하는 건 가슴이 너무 아팠다. 도대체 뭐가 저렇게 당당한 걸까. 학창시절 범죄나 저질렀던 저 사람이 당당한 게 뭐가 있을까. 저런 놈 때문에 우리 오빠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백배천배 나아요.”
“석진씨와 다르게 남 욕도 안 하고, 괴롭히지도 않고, 번듯한 직장도 있고, 저를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이에요.”
“..김태형도 나랑 똑같아요, 직장만 있을 뿐이지.“
”아뇨, 석진씨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마세요.“
”이제는 그만해요, 신고할 거니까.“
”..그래요, 난 이렇게까지 날 싫어하는 사람 안 붙잡아요.“

“잘 살아보세요, 김태형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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