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책임져요,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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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책임져요, 대리님








짝짝짝- 시끄러운 함성 소리와 박수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모두 다 응원하고, 축하하고, 반기기 바빴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축하받는 기분이 어색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항상 그리웠던 사람들을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여주씨, 그동안 고생많았어요!”

“애들 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ㅠ”

“이제 다시 일하는 거죠?? 여주씨가 사라지니까 완전 적막했어요...”

“크으~ 드디어 부서가 밝아지겠구만!!”





아이를 낳고 첫 복귀였다. 이 회사가 첫 회사였고, 사랑을 만난 회사였고, 행복했던 회사였어서 꼭 다시 나오고 싶었다. 내가 다시 복귀를 하면서 자연스레 오빠가 육아휴직을 쓰게 되어 미안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회사 사람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기쁨에 울컥했다.





“여주씨, 대리님 없으니까 까놓고 말해보자.“

”대리님이 잘해줘요?“

”네에-ㅎ 완전 잘해줘요, 너무 잘해줘서 탈이에요..“

”주연이는 많이 컸겠다ㅎ 나중에 한 번 보러가도 돼?“

”당연하죠, 이제 말도 잘해요ㅎ“

”주형이는 완전 대리님 판박이던데?? 벌써부터 미모가..“

”말 안듣는 것도 오빠랑 똑같아요.. 완전 김태형 미니미죠..”





첫 날이라 그런가, 나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은 없었다. 주형이 낳은지도 그렇게 많이 되진 않았으니까 배려해주는 걸 수도..? 부서 사람들 모두가 결혼 안 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주연이, 주형이를 많이 예뻐했다. 오빠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거의 이모, 이모부이다.





”오늘은 너무 무리하지 말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혀!“

”감사합니다!ㅎ“

”그래그래, 여주 들어온 기념으로 회식이나 한 번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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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릭-





”오쁘아... 나 와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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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왔어? 완전 취했네..ㅋㅋㅋ”

“히.. 고생해쪄요.. 사랑해에..”

“뭐야아?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가 보네?ㅋㅋ“

”우으..ㅎ 재미이썻지요..~“





회식이 있다고 늦게 온다는 여주의 문자를 보곤 얼른 애들을 재우고 기다렸다. 도어락 소리가 들리자 현관쪽으로 가보니 술에 떡이 돼선 몸도 못 가누는데 웃겨 죽을 뻔 했다.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평소 잘 떨지도 않는 애교를 부렸다. 회사생활을 정말 하고 싶었나. 차라리 주연이 때부터 내가 육아휴직을 쓸 걸 그랬나...





”우리 공주가 재밌어해서 다행이네ㅎ“

”애기드른..? 자요..?“

”오빠가 다 재웠다! 잘했지?? 우리 여보 고생할까 봐 오기 전에 다 재워놨지~“

”...수고해써여.. 미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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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바보야.”

“오빠 육아 잘하는 거 알잖아ㅎ”

“잘하눈 거랑.. 힘둔 건 다른뎅..”





언제 기분이 좋았냐는 듯 애들 재웠다는 소리 듣고 금새 시무룩해진다. 애들 재우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니까 미안해하는 거겠지. 정작 미안한 사람은 난데. 칭찬 받으려고 꺼낸 말이지만 눈물 그렁그렁 달고 있는 공주님 달래느라 애썼다. 물러 터져선 회사 생활 잘할 수 있나 몰라..





“걱정은 됐네요, 우리 큰공주도 자야지.“

”..말 돌리지 마요오..“

”나 하나도 안 힘들어, 사랑하는 애들 돌보는 게 뭐가 힘들겠어ㅎ“

”얼른 들어가자, 시간 늦었어. 내일 회사 가야지.”

“따랑해.. 김태횽 진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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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사랑해, 공주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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