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정국이와의 우결 첫 촬영의 내용은 신혼집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같이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앉는다. 가상이라고는 하지만 정국이랑 같이 사는 신혼집이라니.
"저.. 햄씨, 우리 그럼 찬찬히 살펴볼까요? 우리 신혼집."
"좋아요!"
"아, 그리고 우리 이제 말 편하게 해. 동갑이잖아."
사실 정국이랑 초면은 아니지만 촬영 스태프들의 눈이 신경 쓰여서 어떻게 말을 놓아야할 지 몰랐는데 정국이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줬다. 정말 누구 남자친구인지 못하는 게 없다니까.
"그래. 그러자."
"나는 햄이라고 부를래. 너는?"
"난 꾸꾸."
"나는 정국이도 좋은데."
정국이는 내심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길 바랐나보다. 뭐, 정국이가 듣기 좋은 게 나도 듣기 좋은 거니까.
"그래. 정국이라고 부를게. 그럼."
"그럼 해줘."
"뭘?"
"정국이라고."
정국이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내 눈을 마주봤다. 정국이의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나..나중에."
나는 정국이의 행동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버려서. 정국이를 더 이상 보고 있지 못할 것 같았다. 들키고 싶지 않잖아. 왠지 나만 설레는 것 같아서 지는 기분이 들어.
"같이 가! 햄아."
신혼집 안으로 들어오니 외관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인테리어가 시선을 잡았다.
"우와. 너무 예쁘다."
"그러네."
정국이는 집안을 찬찬히 둘러보다 부엌에 시선을 두고 한참을 서있다.
"뭘 그렇게 유심히 봐?"
"좋아서."
"뭐가?"
"저기에서 요리하고 있는 햄이를 상상했거든. 근데 상상만으로 너무 좋다."
정국이가 저렇게 좋아한다면 나는 요리학원을 풀코스로 다닐 준비가 되어 있어. 정국이도 나처럼 신혼생활을 상상하고는 하는 구나. 정국이는 가까이 있어도 꼭 요정인 것 같아서 나랑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위에도 올라가보자."
정국이는 신이 난 모습으로 내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도 덩달아 신이 나 버렸다. 위층에는 침실이 있었다. 2인용 침대를 보는 순간 정국이와 나 사이에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정국이랑 스치는 시선마저도 떨리는 기분에 차마 정국이를 보지 못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침대 예쁘다. 그치?"
"그러게. 하하."
정국이는 처음보다 많이 어색하게 굴었다. 정국이도 부끄러운가 보구나. 침대만 보면 못된 상상력이 펼쳐지고 만다. 정신 차리자. 햄아. 이건 가상이야.
"푹신해야할 텐데."
정국이는 주섬주섬 침대 위에 올라와 누웠다.
"푸..푹신하면 좋지."
"푹신하네."
정국이는 팔을 펼치더니 다른 손으로 침대를 툭툭 두드렸다.
"햄이도 이리 와서 누워봐."
"오늘 처음 만났는데?"
"좋으면 그만이지. 그냥 누워보는 건데 어때?"
아니면 뭐 엉큼한 거라도 생각했어? 정국이의 도발적인 멘트에 나는 얼굴에 불이 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기분에 또 달아나려다가 정국이한테 팔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어딜 도망가려고!"
나는 정국이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귓가에 정국이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햄아. 고개 들어봐."
"부끄러워."
"그래도 예쁜데 수줍어해도 내 눈엔 그냥 귀여운데."
정국이는 두 손으로 내 뺨을 감싸서 자신을 마주보게 만들었다. 어째서 너는 이렇게 달콤한 걸까. 이래서는 숨길 수가 없잖아. 정국이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이렇게나 넘쳐흐르고 있다는 거.
"컷!"
감독님의 사인에 나는 꿈에서 깬 것 같았다.
"연기 잘 하는데? 누가 보면 둘이 진짜 사귀는 줄 알겠어."
감독님은 칭찬으로 한 말이겠지만 나는 정국이와의 사이를 들킬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나는 내가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아이돌이라면 위험한 발언임에는 분명했으니까. 볼을 꼬집어 봤지만 꿈은 아니다. 내 눈앞에는 여전히 정국이와 감독님이 서있었다.
"저 햄씨가 이상형이거든요."
데뷔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나에게 전정국은 너무나 치명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