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정국의 홈마다.

시즌3 6화


[6]

 

 

 

 

정국이가 오해를 해버렸다. 어차피 헤어진 지금 다 소용없는 일이겠지만 정국이가 내가 윤기이한테 마음이 흔들렸다고 생각하는 건 싫었다. 나는 여전히 정국이를 좋아한다. 다만 내 마음이 정국이한테 해가 될까 우려됐을 뿐이다.

 

"아미 사랑해요!"

 

정국이는 무대 위에서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는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지 못했는데. 여기에서부터 정국이와 나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정국이는 진짜 프로. 나는 가짜. 윤기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생각이 될 정도로.

 

"자. 깜짝 인터뷰 시간이 있겠습니다. 오늘 많은 분들이 콘서트에 함께 해주셨는데요. 특히나 빅히트 신인가수 햄이씨의 해외 데뷔 무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번 만나볼까요?"

"안녕하세요. 햄입니다."

 

와- 예상과 다르게 나를 반겨주는 팬들이 많았다. 그냥 빅히트 신인이라 방탄소년단 팬들이 나에게 소리를 질러주는 줄 알았는데 내가 나오자 팬들이 내 노래의 한 구간을 불러줬다. 방금 전까지 가수가 된 게 잘한 일인지 고민하던 나에게 팬들은 응원을 보내줬다. 나에게는 너무 과분한 사랑을 줬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팬들의 응원에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터져 나와서 팬들이 울지 마라고 외치는데도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팬분들이 이렇게나 저를 사랑해주셨는데. 저는 저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노래로 더 멋진 모습 보여드릴게요. 사랑합니다."

 

다른 가수들에 비하면 한참이나 모자란 수였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수보다 큰 의미를 가지는 이들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나를 태형과 지민이 달랬다. 덕분에 함성소리가 더 커졌다.

 

"울지마요."

"햄이 최고!"

 

덕분에 그 시각 각종 SNS에서 빅히트의 신인이 되어 방탄소년단을 사랑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쏟아졌다. 내가 아마도 그들의 위치에 있었다면 이 자리를 간절히 원하고 부러워했겠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로 이 자리에 서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의 팬들을 위해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서.

 

"태형이 왔지롱!"

 

태형이가 대기실로 찾아왔다. 화장을 고치고 있는 내 곁에 태형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햄이 감동 받았구나? 눈물을 펑펑 흘리고."

"솔직히 나한테 팬들이 있을 줄 몰랐어. 그냥 빅히트 소속이라서 소리 질러주는 줄 알았는데."

"에이. 그럴 리가. 내가 들어도 햄이 목소리 좋다고.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햄이라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어."

"고마워. 항상 내가 가수가 된 게 잘한 일인가 고민했었는데. 이제는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아."

 

가수가 되길 잘했다고.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일은 이거라고. 태형이는 내 눈치를 살피다가 대기실을 찾아온 본래 이유를 드러냈다.

 

"음. 근데 정국이랑 무슨 일 있었어? 다툰 거야?"

"

"사귀다 보면 다툴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래도 괜찮아. 정국이가 햄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깨졌어."

"응?"

"헤어졌어. 정국이랑."

 

태형이는 상당히 당황한 얼굴이었다. 나도 하루아침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헤어지자고 말했지만 정작 헤어지고 나서 이렇게 공허할 줄은 몰랐다.

 

"햄이가 헤어지자고 한 거야?"

"응. 그랬어."

"아. 그렇구나. 혹시 윤기 형 때문이야?"

"아니야. 윤기는 상관없어. 그냥 나 때문이야."

 

태형이는 별 다른 물음 없이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태형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태형이는 가벼운 사람이 아니니까. 다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정국이를 너무 많이 좋아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자꾸 욕심이 나서. 그것 때문에 정국이가 힘들까봐. 사사건건 질투하고 매번 화내고. 정국이 스케줄도 바쁜데 내가 짐이 될까봐. 그래서."

 

태형이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웃었다.

 

"그거 정국이한테 말 안했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태형이가 메이크업 언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누나. 나 햄이 빌려가도 돼요? 잠깐이면 되는데."

"메이크업은 끝나서 괜찮은데. 빨리 돌아와야 해."

"걱정 마세요. 시간 엄수할게요."

"그래. 그럼 다녀와."

 

태형이는 나의 손목을 붙잡고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태형아. 어디 가?"

"정국이한테요."

"뭐? 거길 왜 가?"

"말해."

 

태형이는 여전히 내 손목을 꽉 붙들고 있었다.

 

"정국이한테 내가 너무 좋아한다고. 그냥 네가 생각 느끼고 있는 감정 다 말해. 정국이가 그걸 이해 못 할 것 같아? 화낼 것 같아? 아니, 그렇게 안할 걸."

"그렇지만."

"힘든 건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 그건 정국이가 결정할 일이지. 왜 정국이 감정을 네가 마음대로 결정해 버려?"

 

태형이 말에는 틀린 게 없다. 하지만 난 지금 정국이를 볼 용기가 없는데.

 

"무조건 말해. 나는 너 정국이한테 배달할 거니까."

 

태형이는 무지막지하게 나를 이끌고 방탄소년단의 대기실로 끌고 들어갔다. 대기실로 들어가자마자 서로를 등지고 있는 정국이와 윤기의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둘 사이가 흐지부지해진 것도 나 때문이겠지.

 

"햄이가 정국이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대요."

 

정국이는 조심스럽게 상처받은 눈길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당장이라도 정국이를 감싸 안아 다독이고 싶었다. 다 오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정국이랑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정국아."

"응."

"나 너를 좋아하는 게 너무 힘들어."

 

정국이는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었다. 괴롭지만 꾹 참고.

 

"내가 자꾸 욕심내버려서 너무 힘들어. 너를 더 좋아하고 더 안고 싶고 나만 보고 싶고 욕심이 나서. 그래서 너무 힘들어."

 

정국이는 다소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역시 부담스러운 걸까. 너는.

 

"미안해.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아서. 이제는 네 곁에 서있을 수 없게 되어버렸어. 너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뒤돌아서서 대기실을 빠져나오려는 나를 누군가가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