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내 손을 붙잡은 건 정국이었다. 윤기는 내 손을 붙잡은 정국이의 손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햄아. 그런 건."
"
"그런 건 나도 있단 말이야."
그런게 나한테 짐이 될 리 없잖아. 질투하는 게 당연한 거잖아. 정국이는 나를 품에 안아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정국이의 따뜻한 온기가 내 몸으로 전해졌다.
"정국아."
"나도 질투해."
"
"네가 다른 남자들 보고 웃으면."
내가 얼마나 속 좁은 지 알려줄까? 정국이는 나의 손을 꼭 붙잡고 나를 마주봤다.
"네가 가수가 되어서 무대에 오르는 건 좋은데 관객들 중에 남팬들이 너한테 좋다고 소리지르는 건 싫다? 그냥 선후배 사이인 거 아는데. 그냥 좀 친한 거 아는데. 너랑 다른 선배님들이랑 관련된 사진 올라오면 진짜 미칠 것 같이 질투나. 내가 그 자리에 있고 싶고. 차라리 네가 홈마였을 때가 좋았다고 이기적인 생각을 해버려. 적어도 그 때는 네가 나만 봤었으니까."
"정국아."
"나 이렇게 이기적이야. 햄아. 네가 짐이 되는 거라면 나는 너한테 매달려 있는 거나 다름 없다고."
정국이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보일 것처럼 빛나는 눈으로 내 모습을 담고 있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정국이가 다른 여자후배랑 같이 대화하는 것만 보고 질투하고. 멀리 있다고 마음이 식었다느니 혼자서 불평하고.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고.
"미안해. 정국아."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 나 이제 그 말이 제일 무서워. 또 햄이가 헤어지자고 할 것 같단 말이야."
"우리 다시 사귀는 거야?"
"말했잖아. 난 네가 없으면 안 돼. 진짜 찌질하게 매달릴까 생각도 해봤다고."
아니야. 정국아.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내가 너를 나쁘게 볼 일은 없을 거야. 정국이는 나한테 누구보다도 멋지고 빛나는 사람인 걸. 홈마였을 때도 가수가된 지금에도 변함없이.
"찌질했지. 완전 자기 혼자 오해하고 토라져서 나를 무시하고."
아마도 대기실에 있는 동안 정국이가 윤기를 무시한 모양이었다. 윤기는 어쩐지 서운하다는 얼굴로 정국이를 보고 있었다.
"그건 햄이가 형한테 마음이 간 줄 알고 그런 거지. 솔직히 내가 봐도 형은 멋지고 어른스러우니까."
"그걸 이제 알았냐? 그런 의미에서 햄이는 참 보는 눈이 없어."
나같이 괜찮은 남자를 두고 찌질한 전정국을 사랑하다니. 윤기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던지며 웃었다. 정국이도 그제야 미소를 보였다.
"햄이가 보는 눈이 있는 거지. 햄이는 영원히 나니까 이제 탐내지마. 불안하니까."
"불안해야지. 그럼. 아직 끝난 거 아니야. 앞으로도 계속 불안해해. 틈만 나면 내가 햄이 뺏어올 거니까. 알지? 나 포기 잘 안하는 거."
"소름. 햄아. 이제 윤기형이랑 둘이서 절대 있지 마. 위험해."
정국이는 그새 기운을 차리고 나의 모습이 윤기에게 보이지 않도록 내 앞을 막아섰다.
"조심할게."
"와. 바로 조심한데. 완전 서운."
윤기는 서운한 눈길을 보내왔지만 어쩔 수 없다. 정국이를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전정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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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와 사이가 회복된 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틈만 나면 연락을 나눴다. 그게 가까운 거리든 먼 거리든. 후회가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햄아. 나 또 햄이가 보고 싶어. 어쩌지? 나 달려갈까? -꾸꾸'
'달려올 수 있어? 여기 일본인데? -햄'
'헤엄쳐 갈 수 있어. 어푸! 어푸! 햄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갈 거야! -꾸꾸'
정국이와 대화를 나누면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아, 진짜 귀여워. 전정국."
정국이와 한창 달달한 연애를 하고 있는 중에 매니저 오빠가 통화를 마치자마자 나에게 달려왔다.
"햄아. 완전 좋은 소식이야."
"네? 어떤 소식인데요?"
"너 우결 캐스팅 됐는데. 이것만 잘하면 지금보다 인지도 상승할 수 있겠다."
"우결이요? 우결이라면 우리 결혼했어요?"
"그래. 가상 결혼 프로그램."
매니저 오빠에게는 좋은 소식인 것 같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이걸 하게 되면 정국이가 엄청 신경 쓸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누군데요?"
"방탄소년단 멤버 중에 하나라는데. 아직은 정확히 몰라."
"방탄소년단이요?"
그렇다는 말은 정국이랑 같이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완전 설레는데.
"이건 거절 안 돼. 어차피 너도 연예인 신분으로 일하다보면 연애하고 싶을 때가 있을 거잖아. 연애한다고 생각하고 하는 거야. 햄아. 응?"
"아, 알겠어요."
싫은 척하면서도 기대했다. 내 가상 결혼상대가 정국이기를 간절히.
'정국아. 나 우결 할 것 같은데. -햄.'
답장이 바로 오지 않는 걸 보니까 정국이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 확인하면 연락이 오겠지. 내 결혼 상대는 무조건 정국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매주에 한 번씩은 볼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자유롭게 손도 잡고 안을 수도 있고. 나는 달콤한 상상과 함께 아주 잠깐 짧은 단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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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이가 잠들어 있는 동안 햄이의 핸드폰 화면이 밝아졌다. 햄이의 핸드폰 화면에는 정국의 문자가 떠 있었다.
'하지 마. -꾸꾸.'
'그거 상대 윤기형이라고! -꾸꾸.'
다급한 정국이의 목소리를 햄이는 차마 듣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