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정국의 홈마다.

시즌3 9화

[9]

 

 

정국이는 하루 종일 우리 결혼했어요를 하지 말라고 문자폭탄을 보냈지만 그건 내 손에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듣자하니 정국이가 방탄소년단 매니저님한테도 열심히 항의 중인 모양이었다.

 

'내가 윤기형한테 우결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다른 사람보다는 자기가 낫지 않겠냐고 그러는데. 솔직히 맞는 말이라서 짜증나. -꾸꾸'

'확실히 완전히 모르는 사람보다는 윤기가 낫긴 한데. 우리 사귀는 사인 것도 알고. -햄.'

'햄아. 윤기형도 남자야! 남자라고! 언제 바뀔지 몰라. 심지어 저 녀석 매력이 넘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난 왜 그놈 칭찬을 하고 있는 거야? -꾸꾸.'

 

정국이도 많이 혼란스러워했다. 어쨌든 윤기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이기도 해서 정국은 내 우결 상대가 윤기라서 안도함과 동시에 긴장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윤기는 진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일 뿐인 걸.

 

'정국아. -햄.'

'웅. -꾸꾸.'

'난 너뿐이야. -햄.'

 

별일이 없으면 칼 답인 정국이가 어쩐지 답장이 느리다. 스케줄 간 건가. 폰을 내려놓으려는 순간에 정국이한테서 문자가 왔다.

 

'진짜 널 어쩌면 좋냐. 아, 보고 싶어 미치겠네. -꾸꾸.'

 

분명히 멀리 있는데 정국이의 온기가 닿는 것처럼 몸이 따뜻해졌다. 나도 그래. 정국아. 나도 네가 많이 보고 싶어.

 

'윤기형이랑 우결해도 이해할게. 그 대신 스킨쉽은 무조건 안 돼! -꾸꾸.'

'알았어! 안 해! - 햄.'

'그래도 싫어. 싫다고! -꾸꾸.'

 

나는 그렇게 한참을 정국이의 어리광을 받아 줘야했다.

.

.

 

우결 촬영 당일. 나는 남편과 첫 만남을 가지기위해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촬영 장소로 향했다. 촬영 장소는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한 카페였는데 이미 상대가 윤기라는 걸 알아서 별로 긴장되지는 않았다.

 

'나도 예능 스케줄이 있어서 가야된대. 뭐 했는지 꼭 말해 줘야해. 민윤기가 이상한 짓 하려고 하면 확 걷어차 버려! -꾸꾸.'

 

정말 정국이는 못 말린다니까. 완전 질투의 제왕이야. 질투의 제왕. 나는 슬쩍 입가를 올리며 웃었다. 함께 있으면 웃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야.

 

"카페로 조금 있으면 가상 남편이 들어올 거예요. 오늘 하루 함께 보내시고 가상 결혼 결정하실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음. 제작진의 설명을 들으니 결혼을 결정하는 건 난데. 윤기랑 가상결혼을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니면 무지 재미없게 찍어서 조기종영 시키는 방법은 어떨까. 그렇지만 그건 윤기한테 너무 민폐인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카페 안으로 누군가 걸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촬영 중이라 촬영관계자만 들어올 수 있는 카페안. 윤기라는 걸 알면서도 나에게로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에 왜 나는 설레고 마는 걸까. 나 어쩌면 금사빠 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쉽게 설레 버리다니.

 

"뭐야. 이거 뭐에요?"

 

잠깐만. 이 목소리는? 매일 전화너머로 듣던 목소리인 것 같은데. 물론 윤기도 종종 앨범작업 때문에 통화를 하고는 하지만 이 목소리는 윤기가 목소리가 아니다.

 

"정글 간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이거 정글의 규칙 아니에요?"

 

나는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국아?"

"햄아?"

 

나는 나도 모르게 정국이의 이름을 불러버렸다. 분명히 처음 보는 것처럼 굴어야 하는데. 아니, 그것보다 왜 정국이가 여기에 와 있는 걸까? 정국이도 나를 만난 것에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잠깐만. 두 분이 아는 사이세요?"

 

제작진도 나와 정국이의 친분을 몰랐기에 당황한 얼굴이다. 이걸 어쩌면 좋을까.

 

"같은 기획사잖아요. 친한 사이에요."

"아, 그렇네요. 같은 기획사였죠."

 

다행히 정국이가 능숙하게 상황을 모면해줬다.

 

"그런데 왜 제가 여기에 있는 거죠?"

"매니저 분께 설명 못 들으셨어요? 우리 결혼했어요 가상 남편이시잖아요."

"네? 제가요? 윤기형이 아니라?"

"원래는 윤기군이었는데 거절하고 정국군을 추천해서 말이죠."

 

민윤기이! 정국은 주먹을 들고 이를 바드득 갈았다. 아무래도 윤기한테 엄청나게 당했나보다.

 

"그럼 정국이랑 제가 가상 결혼을 하는 건가요?"

"그렇긴 한데. 만나는 장면이 설레 해서 다시 찍도록 할게요."

"아. 이거 리얼이 아니었구나."

 

정국이는 이 와중에 우결이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었다.

 

"그럼 다시 정국씨 들어올게요."

"네."

 

다시 정국이가 카페 밖으로 빠져나갔다. 촬영이 다시 시작되고 카페 안으로 가까워지는 정국이의 발소리가 들린다. 내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

.

 

모처럼 스케줄 없이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거실에 앉아 악보를 끄적 이고 있는 윤기의 눈치를 보고 있다.

 

"지금쯤이면 전정국이 정글이 아니라 우결 가는 거라는 걸 알았겠지?"

"어. 그렇지. 하하."

 

윤기의 물음에 남준이 어색하게 소리 내어 웃으며 윤기의 옆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너 괜찮냐? 이렇게 둘이 밀어주기만 해도?"

"딱히 방해하고 싶은 생각 없어. 내가 치고 들어가는 건 전정국이 햄이한테 못되게 굴거나 소홀하게 할 때 뿐이야. 지금은 둘 다 행복한 상태잖아."

 

남준은 윤기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뭉클해졌는지 윤기를 덥석 품에 껴안았다.

 

"우리 윤기형이 천사야. 천사. 슈가천사!"

"아, 왜 이래. 붙지 마!"

 

스킨쉽을 싫어하는 윤기가 남준의 품안에서 바동거렸지만 남준이는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에는 윤기의 손에 얼굴이 밀리고 나서야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