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라서 다행이야

그 이후의 대화

우리는 주 1회 정도 만났다.

딱히 약속하지 않아도, 수업 끝나고 연락이 왔다.

 

‘지금 도서관 근처인데, 시간 돼요?’

‘도서관 말고 다른 데 가요.’

 

한 번은 교내 작은 서점에서 마주쳤고, 한 번은 편의점 앞에서 어쩌다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둘 다 명확한 계획은 없었지만, 굳이 피하지도 않았다.

 

 

 

 

 

 

3주쯤 지나고 작은 식당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었다.

“라면 먹을 때도 조용하네요.”

나는 웃었다.

“말하면서 먹으면 엄마한테 혼나요.”

그는 젓가락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나도 그랬어요.”

작은 농담 하나에도 공감이 붙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근처 산책로를 걸었다.

밤이었고, 가로등 불빛 아래로 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걷는 내내 딱히 대화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걷는 속도는 같았고, 멈추는 타이밍도 비슷했다.

그게 편했다.

가끔 걷는 게 목적이 아니라, 같이 걷는 게 목적일 때가 있으니까.

 

그날 밤 늦게 연락이 왔다

‘오늘도 고마워요. 별 얘기 없었지만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을 보냈다.

 

‘얘기 없어도 괜찮은 사람, 별로 없거든요.’

답장은 없었지만, 이미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