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라서 다행이야

2학년 첫 수업

조편성 명단이 떴다.

내 이름이 네 번째 줄에 있었다.

그 아래, 김승민이라는 이름.

 

 

 

 

 

수업 시간엔 대체로 조용한 편이라

누가 누군지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 이름도 딱히 기억나지는 않았다.

 

단톡방은 빠르게 만들어졌다.

간단한 인사, 일정 조율.

나는 시간 되는 날만 간단히 적었다.

 

 

밤늦게,

그가 처음 톡을 보냈다.

“자료 정리한 게 있어요. 도서관에서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공손했고, 이상하게 말이 짧았다.

 

 

 

 

 

 

다음 날,

도서관에서 만났다.

그는 이미 와 있었다.

노트북을 열어둔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고개를 들고 잠깐 나를 봤다.

인사 같은 건 없었지만, 자연스러웠다.

 

나는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준비한 자료를 조용히 설명했다.

 

“이건 이렇게 묶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여기는 설명을 조금 덜어내도 될 것 같고요.”

말은 짧았고, 어조는 조용했다.

 

눈은 화면을 보거나, 내 메모를 스치듯 봤다.

별로 특별할 건 없는 회의였다.

그런데 가끔, 그 사람이 어떤 대목에서 말을 멈출 때

공기 전체가 같이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회의가 거의 끝날 무렵,

그가 한 장의 종이를 내 쪽으로 밀었다.

A4 절반 크기. 그 안에는 짧은 문장 하나.

 

“생각이 많을수록, 말은 단순해지는 것 같아요.”

발표 대본 중간에 넣고 싶은 문장이라고 했다.

 

“이거, 제가 말할까요? 아니면… 괜찮으면 읽어주셔도 돼요.”

나는 잠깐 망설였다.

그 문장이, 이 사람이 하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날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종이가 자꾸 떠올랐다.

 

말이 많지도 않았고,

무슨 감정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