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지 않아.
천국

fromerisplanet
2020.09.19조회수 1892
햇살에 반짝이는 야생화들, 그리고 하트 모양 미소를 짓는 남편. 경수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그에게는 단 하나의 후회만 있었다. 자신 곁에서 늙어가지 못한 것이었다.
종인은 멍해졌다. 마지막 순간은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백현은 종인이 거기서 죽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 찬열은 조금만 더 기다려야 했다.
백현은 건물의 구조를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그는 종인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종인이 변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백현은 경수가 크게 상심할 거라는 걸 알았지만, 종인의 정신력이 더 강하길 바랄 뿐이었다.
그는 이전에 시스템을 해킹했기 때문에 백현은 나노 빌더가 함유된 이 혈청에 대해 알고 있었다. 혈청은 완벽하지 않았고, 사람의 성격을 바꾸고 장기를 형성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하지만 일단 몸에 주입되면 되돌릴 수 없었다.
....
경수가 도착했다. 불길은 아직 완전히 진압되지 않았다. 소방관들은 화재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데려왔다.
경수는 완전히 의사 모드에 몰입해 있었다. 그때 시간을 확인했다. 36시간 동안 사람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의 휴대폰은 이미 오래전에 방전된 상태였다.
그는 휴대전화를 충전하면서 낮잠을 자다가 종인이 자신을 곁눈질하며 걸어가는 꿈을 꾸었는데, 종인은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경수는 있는 힘껏 달렸지만 그의 노력은 헛수고였다.
백현이 그를 부르고 있었고, 그는 악몽 속에서 깨어났다.
....
경수에게 종인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종인에게 다시는 그를 알아보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는 제주도의 한 병원에서 종인의 사망 기록을 작성하고 있었다. 환자 번호는 1130번이며, 신원은 알 수 없고, 나이는 25~40세 사이의 남성으로 사인은 내부 화상이었다.
종인은 수술대 위에서 생기 없이 누워 있었다. 그에게도, 그들에게도 너무 늦었다.
경수의 몸속에서 무언가, 혐오스러운 생명체가 자라고 있었다.
그는 연인의 시신을 지킬 수 없었다. 친구들 외에는 아무도 그들이 부부였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에게 남은 것은 종인의 결혼반지뿐이었다.
제주 병원에서의 임무를 마친 경수는 홀로 본토로 돌아갔다.
백현은 찬열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혈청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테니 종인의 시신을 수습해야 했다.
백현은 예전 백현의 비밀 연구실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변씨 일가도 그곳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안전한 곳이 필요했다. 찬열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얻고, 종인이 구해준 두 꼬맹이를 돌보고, 무엇보다 종인이 회복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