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덕입니다. 이제
[민윤기: 좋아하는 감정도 넣는다고 넣었는데 은근 눈치가 없어서 아마 모를거예요.]
[??: 그래도 이렇게까지 했는데 알지 않을까?]
[민윤기: 걔는 ㅋㅋ 가사봐도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할 사람이에요. ㅋㅋ]
상당히 잘못됨을 느꼈다. 저 '걔'가 나라면 내가 지금 이걸 듣고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우린 둘다 몸이 정지된 상태로 계속 듣고 있었다.
[민윤기: 좋아한다고 말하면 걔 분명히 뛰쳐나갈거예요. 싫어서. 걘 나 이제 안 좋아하니까. 난 처음부터 좋아했는데.]
"어... 그니까.. 그게.. 일단 좀 끄고.."
정신을 차리고 영상을 껐다. 아까보다 더 어색해진 작업실 안. 난 민윤기 얼굴을 똑비로 쳐다봤지만 민윤기는 내 눈을 피했다.
"ㅇ일단 하,함부로 만져서 미안. 좀 진상이었고. 너 괜찮은 거 맞..아?"
"아 어.."
민윤기는 얼굴이 점점 빨개져만 갔다. 내가 아주 단단히 실수를 한 것 같았다. 난 오늘 생일인데. 오늘 개진상을 부린 나. 이건 생일인 사람이어도 이런 선 넘는 건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야.. 야 미안하다 이거 못 들은 걸로 할테니까 야야 미안하다. 내가 음.. 큰 실수했어. 너 지금 얼굴이 너무 말이 아니라 뭐 안 되겠다. 내가 나갈게. 야 미안해! 진짜 미안! 진짜 진짜 미안해ㅐ!"
"잠깐만."
"ㅇㅓ?"
거의 랩 수준으로 미안함을 때려박고 나가려고 했는데 민윤기의 부름에 나가려던 문 앞에서 멈춰섰다.
"방금 그 '걔'가 너라는 건 알아? 눈치 없잖아 너.. 지금 아니면 못 볼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눈치가 없다니 당사자 앞에서 팩폭을 때리네.. 무튼 그 '걔'가 나라는 건 방금 확실하게 알았는데."
"그럼 내가 너,"
"야야 미안하다. 나 간다!!!!"
난 문을 열고 나갔다. 민윤기의 뒷말은 듣지 못한 채. 민윤기가 날 좋아한다는 거면 이해할 수 없는 거고. 그 다른 것들은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냥 민윤기를 볼 수 없다.
"...미쳤어. 대박 나 뭐야."
회사를 나가고 얼마 못가서 민윤기에게 전화가 왔다. 안 받으려고 했지만 굳이 받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느껴져서 받았다.
"어 민윤기"
-전화는 받네.
"하하하하ㅏㅏㅏ"
-왜 나갔어. 나간 와중에 앨범은 들고갔네 ㅋㅋ
"나가는 건 내 맘이지 ㅎ하ㅏ하"
-내 말 아직 다 안 끝났잖아.
"아니~ 난 너 너무 난처할까봐~"
-네가 그런 건 아니고?
"음.. 아닌데?"
-내가 너 좋아한다고 할까봐 나간거야?
"다른거야? 다른거면 나 되게 뻘쭘한데."
-뻘쭘해질 일은 없다. 넌 진짜 눈치가 없다.이제와서 눈치채고 나간 너도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진짜 예상한대로 흘러갈 줄이야.
"날 뭐 꿰뚫고 있다는 뭐 그런 얘기야?"
-너 나 피할거지?
"아니? 내가 널 왜 피해 하하"
-짝사랑 이렇게 끝나네.
"너 진짜 나 좋아해????"
-어.
"언제부터."
-너 내 팬이었을 때부터.
"어째서?"
-내가 왜 너 홈마 시절에 네 카메라만 똑바로 봤는 줄 알아?
"나인 걸 알아? 카메라 커서 모를텐데."
-맨날 키링 달고 다녔잖아. 유빈 이름 적힌 고래.
"헐..."
-너 좋아했던 거 진심이야.
"근데 왜 과거형?"
-방금 차였잖아. ㅋㅋㅋ
"후회 안 하냐? 너 이번 앨범이 나한테 주는 앨범이라며."
-후회는 안 해. 너 덕분에 이런 곡도 나왔는 걸.
"내가 거절한 이유는 안 궁금해?"
-너에게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뛰쳐나간 이유도 분명있을 테니까. 궁금하지. 근데 물어볼 이유가 없어. 내가 너한테 알려달라고 할 그런 이유가 없어. 난 차였잖아? 우린 이제 아무사이가 아닌거지.
"미안해. 그래도 넌 아이돌이잖아. 현실적으로 비밀연애는 무리야. 너도 잘 알텐데."
-아이돌도 사람인 걸. 그래서 거절한 거야?
"어."
-너는 네 마음은? 다른 사람말고 너 말이야.
나... 길은 걸으며 통화하던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네 마음은 뭘까. 팬이었을 때는 그냥 팬이라 좋았고. 탈덕하고 나서 만났을 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민윤기를 좋아하는 감정은 없었다.
"팬과 아이돌 사이에서도 벽이 존재해. 어쩔 수 없는, 보이지 않지만 넘을 수 없는 벽. 다른 사람들은 결국 너와 벽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그 순간 떠나. 난 너와 그래도 가깝게 지냈어서 모르지만 결국 팬이 그래. 아무리 오래 좋아했어도 나에게 회의감이 들면 끝나. 누가 천년만년 한 사람만 좋아해."
-그럼 넌 팬이었을 당시에도 그냥 날 아이돌이다 생각하고 좋아한거네.
"그렇게 해야지. 아니면 이렇게 오래까지 못 했어."
-그럼 왜 탈덕했어?
"회의감이 들어서. 내 인생을 살고 싶었어. 너를 꾸준히 좋아하면서 날 가꿀 순 없었어. 난 너를 따라다닌게 내 전부였으니까."
-우리가 이어질 순 없겠네.
"아이돌도 사람인 건 알아. 근데 난 팬들에게 상처주고 싶진 않아. 팬들도 널 이해한다고 얘기해 줄거야. 근데 말이야. 팬들이 과연 조금이라도 상처받진 않았을까? 난 팬이었으니까. 내가 상처주고 싶진 않아."
-그래. 잘 알겠어. 차였지만 나도 내 일에 지장없게 예전으로 돌아갈게.
"아 다음에 좋아하는 감정이 또 생기면 이런 앨범 또 만들어봐. 팬들이 좋아해주더라. 네가 이런 곡도 쓴다고. 내가 좋은 에너지가 되긴 했다."
-그래. 잘 지내. 다음에 또 이런 앨범 발매 되면 내 생각 좀 해줘.
"세상에 인연은 많단다. 나랑은 아닌거야. 그러니 힘내. 민윤기. 넌 승승장구할 거야. 나를 놓치고 다른 더 좋은 걸 쟁취할 테니 '오히려 좋아' 라는 마인드 가져. 아니면 나 후회하게 더 높은 곳에 올라가. 내가 엄청 후회하게. 그럼 너 기분 진짜 좋을 걸ㅋㅋㅋ 잘 지내. 아프지말고"
-그럴게. 너도 잘 지내. 은빈아.
그렇게 통화가 종료되었다. 처음으로 긴 통화를 했다. 처음으로 고백을 받았고 처음으로 나를 담은 앨범을 받았고 처음으로 민윤기라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았다.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민윤기는 나에겐 높은 사람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같은 곳에 있었지. 나도 내 주재를 알아야지. 민윤기는 날 좋아하기엔 너무 높은 사람이다. 그걸 감수하고 민윤기와 지낼 사람은 무서울게 없거나 더이상 잃을게 없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지만 난 전자다. 무섭다. 내가 받을 질타와 민윤기가 받을 욕들. 나에겐 무섭다. 아주 많이.
난 좋은 선택을 한 거다. 민윤기도 나도 아프지만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은 모르니까
잘 지내볼게. 민윤기. 너도 눈부시게 높이 올라가. 행복해져. 지금보다 더.
"이제 현실로 돌아와야지."
LANY - YOU! 꼭 들어요✔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예전처럼 일을 하고 김태형을 만난다. 하지만 민윤기와의 일정은 없다. 나는 가끔씩 지켜봤다. 민윤기를. 민윤기는 더 높은 곳으로 향했다. 내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아주 높은 곳. 그곳에서도 민윤기는 빛났다. 내가 예상한 빛남과는 더 몇배로 멋지게.
"와... 민윤기 쭉쭉 올라가네. 요즘 일만 하나봐."

[민윤기, 이번 20×× 시상식 상 휩쓸어]

[민윤기 20××년 브랜드 평판 1위]

[민윤기 이번 앨범도 차트 장악]
네가 이렇게 올라가고 있으니까 이젠 날 후회하게 만드려고 올라가는 건 아닌 것 같다. 넌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오름같아.
"멋있네 민윤기."
난 새로운 덕질을 시작했다. 바로 내 일을. 나 자신을 좋아하기로 했다. 그래서 미련없이 민윤기를 지웠다. 고이 모아뒀던 내 추억이 담긴 마지막 민윤기 굿즈를.
"이게 남았네..."
갈망하던 포카, 시세가 그렇게 비싼 포카. 이것만은 절대 안 된다고 꽁꽁 숨겨뒀던 그 포카였다.
"이제 진짜 지울 자신 있지."
고민없이 마지막 포카를 마켓에 올렸다. 금세 톡이 왔고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바로 거래완료를 눌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두부랑입니다🌸
이제 이 인사말도 곧 끝나겠네요.
이제 다음 글을 마지막으로 끝내려고 합니다. 마지막 글까지 재밌게 보시면 좋겠어요 ㅎㅎ 이 글은 제가 덕질에 권태기를 느끼고 극복해보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댓글과 평점 남겨주셔서 감사드리고 덕질 행복하게 하시는 여러분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전 마지막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새로 구독해주신 2분 감사드립니다.🤗 덕질 행복하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항상 웃기만하는 여러분 되면 좋겠습니다. ㅎㅎ
마지막 글에선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그러니 마지막까지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여러분의 덕질에 스쳐지나갈 수 있게 되서 영광입니다. 앞으로 나올 15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상 두부랑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