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갈 곳도 없어요"
"왜 없어? 경찰서 가서 자수해야지"
범규는 수빈과 여주의 눈치를 보고
몰래 여주의 아버지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여주의 아버지는 벽에 힘 없이 기대 있었고
범규는 그 앞에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럼 설마 그런 짓을 하고도
그냥 넘어가려고 했어?"
"애초에 제 딸을 제 손으로 죽인것부터
미친 짓이었죠..."
"똑바로 대답해, 그냥 덮으려고 했냐고"
"그것도 모자라서 저 아이도 저렇게..."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 안그래도 짜증나니까"
"그래도...자기들이 죽을 짓을
해서 저렇게 된거잖아요?"
"...역시 그거였어?"
"저는 제 심기를 건드리는 놈들한테
약간의 벌을 준 거 뿐이에요"
"그냥 조용히 지금 벌 받아
저승 가서 영원히 고통받지 말고"
"영원히...지금 자수해도 죽을때까지
고통받고 벌 받는건 똑같지 않나요?"
"아, 저승은 죽고 나서 고통받는거라
몇백만년, 몇천만년이 지나도 아플걸"
"...그런다고 내가 자수 할거같아?"
"난 강요는 안해, 충고해준거 뿐이지
내가 준 마지막 기회를 걷어찬건 너야"
"풉...애송이가 마지막 기회같은 소리하네
저승사자라는것도 다 거짓말이었지?"
"...믿는건 네 자유니까 뭐"
여주의 아버지는 범규를 기분 나쁘다는듯
쳐다보고 범규를 지나쳐 갔다
"...불쌍해라"
"야...그래서 언제 놔줄건데..."
"안풀어줄건데? 너는 나 싫어?"
한편 병실 안에서는 아직까지도 여주를
제 품에서 놔주지 않는 수빈때문에 여주는
자기 심장소리가 들릴까 서둘러 빠져나오려
했지만 수빈은 절대 손을 풀어주지 않았다
"아니...싫다는 말이 아니라..."

"그럼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우리
두 번이나 헤어질 뻔 했는데"
"...마음대로 해, 대신 고백한거
대답은 너 깨어나면 해줄거야"
"아 그런게 어딨어!!"
"뭐!! 유체이탈한 상황에서 고백하는건
또 무슨 경우인데!!"
역시 고백하는 순간까지도 티격태격하는
12년지기 절친이다
"아 나 이제 깨어났잖아...언제 대답 해줄건데..."
"너 멀쩡히 두 다리로 걸어다닐 수 있을 때"
"아아 김여주...나 애타게 하지 말라고..."
수빈이 깨어난 후, 여주는 수빈의 옆에서
수빈을 간호하고 있었고 수빈은 그런 여주에게
계속해서 매달리면서 앙탈부렸다
"나 진짜 용기내서 고백했는데...답 안할거야?"
"너 멀쩡해지면 해 줄테니까 빨리 나아"
"..."
수빈은 자신의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던 여주를 몇초간 바라보더니
여주를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그냥 대답할래, 혼나고 대답할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