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웃는다

보란듯이 웃어보일거야.

-1년 6개월 전, 겨울.-

교복을 입은 남자가 유명 악세사리 브랜드 매장에 들어섰다. 그는 승우의 동생인 병찬이었다. 병찬은 매장에 오자마자 직원에게 물었다.

"저기 혹시 이번에 새로 나온 신상 있지 않나요?"
"아 네 고객님 죄송하지만 그게 워낙 인기가 많아서 품절 되서 지금 예약하셔도 한 달 후에 받아 가실 수 있습니다. 저기 저쪽 손님도 한달 좀 넘게 기다려서 받아가셨습니다."

직원의 설명이 끝나자 병찬이 어쩔 줄 몰라했다. 다른 걸 사줄까도 했지만 계속 그 옷을 갖고 싶다고 말하던 자신의 여자 친구를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했다. 
'하 어떡하지. 기다려달라고 해야하나 ㅜㅜㅜㅜ...' 

근처에 서있던 새봄은 당황하는 병찬을 가만히 바라보다 직원에게 물었다. 

"저기 저분은 원하는 걸 못 받으셨나 봐요?"

"아, 네. 이게 워낙 인기 많은 상품이라서요. 여자 친구 분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많이 곤란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

"음 그래요..? 흠 이거 다시 예약하면 얼마 정도 걸려요?"

"한 달 정도 기다려야 받으실 수 있어요. "

"그럼 이 옷 저 분한테 드릴게요. 전 딱히 급한게 아니라서요. 예약할 테니까 그때 다시 올게요 !"

"하지만 고객님도 한달 넘게 기다리셨잖아요."

"아 괜찮아요 저보다 저분이 많이 급하신 것 같아서요 ㅎㅎ."

당황한 직원을 뒤로 하고 병찬에게 다가가 이 옷을 양보하겠다고 하는 새봄에 병찬은 

"진짜요????? 와 다행이다 정말 감사해요 ㅜㅜㅜ 진짜 제 은인이세요 ❤❤.."

"아 아녜요 전 딱히 안 급해서.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에요 ㅎㅎ."


새봄이 가게를 떠나고 긴장이 풀린 병찬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승우와 새봄이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곧 결혼 날짜가 잡혔다.
갑작스럽게 정해진 결혼이라 그런지 주변 사람들은 처음엔 말렸었다.
하지만 승우의 남동생 병찬만은 새봄을 보자마자 결혼에 찬성했다. 

병찬: 형이 이런 분이랑 결혼 하다니 ㅠㅠㅜㅜ 형수님 저희 형이 가끔 말을 좀 못 되게 하긴 하는데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니까 너무 상처 받지는 마세요 형이 못 되게 굴면 저한테 말해요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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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아이 아니에요 고마워요 ㅎ.


***


가족 모두가 함께한 상견례가 끝나고 물 흘러가듯 결혼 준비가 시작됐다. 
새봄은 낮 부터 예비 시어머니인 하연과, 자신의 어머니 혜주와 함께 결혼에 필요한 예단부터 드레스까지 보러다녔다.

하지만 모두가 잠든 밤에는 뜬 눈으로 홀로 밤을 지새우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물을 흘리며 하루를 마감했다. 아무리 괜찮다고 생각해도 자신이 생각하던 미래의 행복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현재의 상황에 무너진 마음은 괜찮지 않았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하는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절망적이었다.

엄마를 할머니로 부터 지키기위해, 할머니로 부터 도망치기 위해 자신을 내건 새봄. 

그녀는 보란듯이 행복해지겠다고, 아무리 자신을 절벽 끝으로 내몰아도 나는 이 자리에서 웃고 말거라고 다짐했다.

☆ 새봄의 가족 사정은 가면서 차차 나올 예정이니 참고해주세요 !! ☆


***

오랜만에 집에서 휴식을 즐기던 새봄은 갑자기 온 승우의 연락에 놀라 바쁘게
집에서 나섰다. 한 쥬얼리샵 앞에 선 새봄은 바깥을 서성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가 승우에게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승우가 고개를 돌렸다. 
승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맘에 드는 거 골라요."

"네..? 예물은 어머님께서 다 골라주셨는데 .."

"알고 있어요. 이건 그냥 내가 주는 거. 부담스러워도 좀만 참아요. 이런 거 안 하면 내가 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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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골라보라고 눈짓하는 승우에 어쩔 수 없이 새봄은 망설이다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한참을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며 승우는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었다.
결국 망설이던 새봄이 못 고르겠다고 하자 승우가 그런 그녀를 타박하지 않고 직접 그녀에게 어울릴만한 목걸이와 귀걸이를 골라주었다. 

"저.. 승우 씨"

"미안하다 , 부담스럽다 라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고마워요"

"아니에요. 병찬이한테 얘기 들었어요. 예전에 양보해줬다고. 그 얘기 듣고 사주고 싶었어요."

"별 것도 아니었는데요 뭘. 암튼 감사해요. 잘 하고 다닐게요." 


헤어지고 나서 새봄은 가끔씩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배려해 주는 모습에 점점 결혼에 대한 불안감을 지워나갈 수 있었다.


***

졸업식 후 각자 살아가느라 바쁜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새봄.
새봄의 연락에 친구들은 일을 미뤄두고 바로 만나주었다.

새봄: 있잖아, 얘들아 나 결혼해.

친구1: 뭐?? 
친구2: 결혼 ..?????? ㅇ..언제 하는데..

새봄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친구 김혜린과 이지현. 

새봄은 예상했다는 듯이 씩 웃으며 말했다. 

"8월에. 그냥 형식적인거야 결혼식은. 그래도 너희는 꼭 와줬으면 해서 ㅎㅎ."

담담한 새봄의 대답에 친구들은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혜린: 남편될 사람은 괜찮은 것 같아??
새봄: 글쎄 ... 몇번 안 만나봐서 잘 모르겠네 ..

새봄은 말꼬리를 늘리며 처음 만났던 승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어떻게 되는 상관없다는 무심한 태도를 유지하던 사람. 종 잡을 수 없는 승우의 행동에 그가 어려우면서도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새봄: 음 .. 잘은 모르겠지만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눈치도 빠르고, 매너도 있고 !! 
지현: 그럼 다행이긴 한데 ...

친구들의 걱정스러운 시선과 마주한 새봄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


친구와의 만남 뒤 카페 알바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힘 없는 발걸음으로 거리를 걷던 새봄은 한참을 걷다가 밝은 불빛에 고개를 들었다.
동생인 여름이와 자신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파는 디저트 카페가 보이자 가게로 들어섰다. 

새봄: 딸기 마카롱이랑 카페 라떼 주시고 티라미수 하나 포장해주세요.
직원: 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새봄: 감사합니다. 

새봄은 좌석 쪽으로 가 자신이 좋아하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던 새봄은 곧 직원이 가져다준 마카롱과 커피를 보고 빙긋 웃었다. 
달달한 마카롱이 입에 들어오자 입에 퍼지는 단 맛에 고단함이 풀리는 듯 했다.

"승우 씨, 나한테 오려던 거 아니었어? "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이름이 들리자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린 새봄.
애처러운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는 예쁘장한 여자와 냉기가 풍기는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미안하다니까. 그러려던게 아니었어 ..."
"그러려던 게 아니었으면? 뭐가 달라져?" 

새봄은 동명이인이겠지 하며 고개를 다시 창가 쪽으로 돌리려했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다시 두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치 봐서는 안될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승우야 .." 

"그냥 차라리 술 먹고 전화해서 미친 척 하고 한번 같이 자달라고 해. 이딴 식으로 나 더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왜 말을 그렇게 해 승우야 너도 알잖아 내가 원해서 한 약혼 아니라는 거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 너도 나 사랑했잖아..."

"그래, 사랑했어. 근데?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데"

"나만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 가지 말라고 나한테 그랬잖아 이번에도 나 붙잡아주면 안돼..??"

"그래서 지금 돌아오겠다고 이딴 짓 하는거야?"

"이제야 돌아올 수 있는거야. 내가 어떻게 파혼 했는데!!.."

"나 결혼해. 그래, 너 말대로 네가 나한테 돌아온다면 난 미친 놈처럼 널 다시 붙잡을 수도 있어. 근데 안 가. 안 갈거야 .."

"승우야 제발 ..."

약간의 기대감을 주고 다시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자리에서 일어선 승우의 큰 키에 기가 눌린 여자가 입을 다물었고 새봄은 모르는 사람인 척 고개를 돌렸다. 새봄은 온 몸에 돋는 소름에 손에 끼고 있던 반지를 꼭 쥐었다.

"내가 너가 돌아오라고 해서 다시 가면 .. 그럼 내가 너무 병신 새끼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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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는 승우는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다.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분노 어린 표정이었다.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던 승우는 고개를 숙인 새봄을 알아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승우가 걸음을 멈춘 걸 느낀 새봄은 애써 진정하며 커피잔을 잡으려고 했지만 떨리는 손은 숨길 수 없었다. 커피잔을 입에 가져가 목을 축이고 여전히 자신에게 고정된 승우의 시선이 느껴져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기류가 흘렀다. 승우는 잠시 눈빛이 흔들리더니 새봄의 눈을 피해 급히 가게 밖으로 나갔다. 순간 숨이 막혔던 새봄은 승우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고 나서야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승우가 선물해준 목걸이가 쥐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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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뎃이 너무 늦어졌네요 ㅜㅜ 죄송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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