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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새해를 맞이하고 어느덧 2월 막바지에 다다랐다.
작년, 큰 한파로 겹겹이 옷을 여밀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지연은 벌써 봄이 돌아오는 구나 싶은 생각에 코끝이 찡해졌다.
딸랑-
"어서 오세요! "
맑은 방울 소리와 함께 학생 여섯 일곱이 '우르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강지연- "일곱분이세요?"
김석진- "네"
강지연- "네~, 자리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지연은 그들을 빈 테이블로 안내했다.
그들은 익숙한듯 자리에 옹기종기 앉기 시작했고, 수저 통에 수저를 인원 수에 맞게 꺼내어 테이블에 다소곳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한명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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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여기, 돌솥밥 5개랑요··· 그리고···"
불쑥-
김태형- "형, 저 비빔국수요!"
전정국- "아, 형 저도요"
민윤기- "뭔, 아침부터 면이야..~
밥 먹어 밥-"
정호석- "아이, 얘들 먹고 싶은거 먹으라해요 혀엉-"
김남준- "그냥, 하나 더 시켜서 나눠먹으라 해요
막 성장기라 많이 먹을 나인데-"
강지연-" ...하하; "
지연은 뻘쭘하게 서 눈치를 살폈다.
박지민- "하-, 그냥 돌솥밥 7개 주세요;;"
지민은 진절머리가 났는지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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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연- "네, 그럼 돌솥밥 7개 맞으시죠?"
김태형- "아, 누나..!
제꺼만 비빔국수로 좀···"(작게)
전정국- "아 나는?"
강지연- "알겠어요ㅋㅋ
돌솥5개, 비빔2개 해드릴게요~"
태형은 뭘 해낸 것마냥 처럼 뿌듯해진 얼굴이었다.
김석진- "죄송해요, 저희 얘들 때문에 매번.."
강지연- "아뇨, 괜찮아요..!
밝고 씩씩해서 오히려 좋죠"
동생보는 것 같기도 하고···
지연이 알바하는 식당 당골손님들, 내 또래에 이 건물 지하 1층에서 연습생활을 하는 학생들이다. 그들은 매번 연습이 끝나고 나서 식당을 들리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 얼굴도 익히게 되었고, 몇몇 얘들과는 편하게 말 놓는 사이가 되었다. 가장 오래 본 기간을 말하자만 벌써 3년이 다 되어갈 것이다. 지연이 17살때부터 여기서 일한 지 어언 3년이 넘어가고 있으니까 아마 그쯤 됐을 것이다.
지연은 그들을 3년 동안 보면서 내 또래의 아이들치곤 참 순하고 착한 아이들같다고 생각했다. 이모님께는 얼마나 예의 바르고 싹싹한지 식당 이모님은 얘들을 안 예뻐하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 또한 학생 손님들이 오는 시간대가 좋았다. 학생 분위기에 파릇파릇한 아이들을 볼때면 마치 학교에 있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지연은 이제 막 갓 성인인 20살이지만, 가방끈이 짧은 지연에겐 학교란 곳이 미쳐 이루지 못한 아픈 손가락이었다.
4년전, 아버지가 크게 벌려놓으신 사업으로 망했을 때에 어머니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아 앓아누으셨고 아버지는 어머니 병원비를 모은다면서 사채까지 써 가면서 빚만 더 늘어갔다.
게다가, 얼마 안 가 아버지는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가족을 버리고 해외도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그해에 겨울, 어머니는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
그때의 지연의 나이는 고작 16살이었다.
애석하게도 10살 터울의 6살 친남동생과 둘이서 이 생계를 이어나가야만 했다. 지연은 이제 6살밖에 되지 않은 남동생을 위해서라도 16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알바를 이곳저곳 다니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장례가 있고 1년 뒤, 돌아가신 어머니의 지인이신 식당 이모님 아래에서 안정적이게 자리를 잡고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일만 하는 지연에게 그곳에서 만난 또래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식당건물 지하 1층에 중소기업회사 연습실이 었는데 점심과 저녁타임 식당엔 연습생들이 많이 오곤 했다.
...
그때 만난게 저기 7명의 연습생이었다.
연습에 땀을 뻘뻘 흘리고 다 꺼져가는 배들을 붙잡고 와서는 맛있게 먹고 가는 모습만 봐도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내 나이에 조금 우습지만, 이게 어머니의 마음인걸까..
그렇게
나름 이 생활도 만족하고 느껴질때에도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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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 "지연아, 이건 서비스로 갖다 줘~"
이모님은 계란찜을 건넸다.
강지연- "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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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연- "돌솥5개, 비빔2개 나왔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강지연- "이거, 계란찜은 서비스예요ㅎㅎ"
김태형- "우와!! 감사합니당-"
김석진- "아이, 이모님도 참.. 매번···"
민윤기- "잘먹을게요, 고마워요-"
강지연- "아니에요, 맛있게 드ㅅㅔ···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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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이, 강덕배씨 따님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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