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왠지 모르게 굉장히 상쾌했었다. 원래 아침에 일어나면 온 몸이 찌뿌둥하고 잠이 오기 마련인데. 이상함을 느낀나는 곧장 엎어져 있던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다.
“•••9시?”
시간을 확인한 나는 눈을 비비적 거리며 아래를 보니 학교 친구들, 선생님들과 같이 학교 관련인들은 태평하게 잠만 자고있던 나에게 수십통의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놨었다.
멍해진 것도 잠시 곧장 일어나 아침을 먹을 틈도 없이 옷장에 쑤셔 넣어둔 교복을 입고 뛰쳐나갔다.
교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자연스레 담을 넘어가려 하자 선도를 마치고 가려던 한3학년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나 어떡하냐•••.’
순간 뇌정지가 오고 담을 넘으려고 하는 이상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나는 굉장히 우스웠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튀어야지.
이 말을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여주는 곧바로 담을 빠르게 넘고 온 힘을 다해 교실로 뛰어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담을 넘자마자 내 뒷덜미는 선도부에 의해 잡혀졌고 이름, 학년, 반, 번호를 적게 되었다.
근데 이게 웬걸. 내 앞에 있는 이 오빠 장난 아니게 잘생겼네.
그렇지만 조신한 나는 그대로 내 정보를 적고 은근슬쩍 빠지려다 운동장10바퀴에 당첨됐다.
“와 너무 행복하다!”
나도 모르게 똥씹은 표정으로 외친 말. 이게 뭐냐고•••.
학교가 끝나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하필이면 오늘 야자도 있다. 하지만 활활 타오르는 낭랑18세 소여주. 야자?그런건 여주 인생에 없다. 그냥 머리가 아프다는 꾀병으로 청소하고 하교했다.
역시 야자를 째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곧 있으면 날개까지 달려서 날아갈 수도.
“니가 왜 거기서 나와하~~.”
턱없는 노래실력으로 요즘 유행한다는 트로트 한 소절을 뽑으니 벌써 집에 도착했다. 슬금슬금 집에 도착해보니 내가 키우는 강아지 한 마리가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다.
“인생 참•••.”
18년 인생. 짧은 인생이지만 정말 여러번 신세한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관절이 비명을 지르지만 일단 어찌저찌 치우면서 강아지한테 혼을 냈다. 아, 혼을 냈기보단 그냥 같이 짖으면서 싸웠다.
“어휴. 저것이 누굴 닮아서 정말. 확!”
이 말과 함께 강아지에게 때리는 시늉을 하자 역으로 물릴뻔했다. 강아지한테도 쪼는 내 인생•••.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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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답답한 교복을 벗어 던지고 후줄근한 옷으로 갈아 입고 동글이 안경을 쓰니 완벽한 집순이가 되었다. 왠지 모르게만족스러웠다.
정말 모자라 보이는 표정으로 실실 웃으며 배를 긁고있는 나를 본 퇴근한 엄마 아빠는 백수가 따로 없다며 등짝에 도장 하나를 찍고 가셨다.
그렇게 새벽까지TV를 보던 나는 하마처럼 하품을 한 뒤 소파에 담요를 덮고 잠에 드려는 순간 갑자기 내 흑역사가 떠올랐다.
“•••. 오늘 잠 다 잤네"
어이없는 나는 바람빠지는 미소를 짓고 그냥 넷플릭스나 정주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