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갱에서 사랑을 외치면 안 되는 걸까

2화 7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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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7일차



"근데 너 처음 보는 것 같다?"

"이 동네 사람 아니지?"


그 애가 내게 묻길


"응..방학이라 할머니댁에 잠시 들른 거거든"


그의 안색이 어두워 지는가 싶더니

낮게 시선을 처리 한다.

잠깐이지만 확실히 그 검은 눈동자가 

공허해지는 걸 확인한 것만 같았다


"그럼 금방 가겠네"



그 말이 계속 맴돈다.


그 애와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할머니댁으로 돌아와

오래된 나무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침대에 풀썩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곤 침대 시트에 묻혀

조용히 아까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응..그렇지? 아무래도 방학이 끝나면

학교는 가야하니까"

"그러는 넌 여기서 살아?"


그 앤 아까 알들을 풀어준 곳에 

흙 묻은 손을 씻곤 툭툭 털며


"..응"


흰 나시티에 밝은 청색의 흘렁한 바지를

약간은 젖은듯한 흑색의 머리에

답지 않게 꼭 오리같이 귀여운 입술을 

가지고 있는 그 애는 

대충 상의에 아직 물기가 남은 손을 툭툭 털고는

날섰지만 동그랗고 큰 눈으로 날 빤히 응시했다.


"..여긴 내 또래 애들이 없거든"

"그래서 그런데 앞으로 나랑 자주 놀래?"


그러고보니 내가 여기 온 지 벌써 3일째,

내 또래의 애는 본 적이 없었다.

내 눈 앞에 쟤를 제외하곤.

그렇다면 넌 지금까지 줄곧 혼자였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부터 날 바라보던 

두 눈이 어딘가 슬퍼보였다.


"그래.!"



그래 심심하기도 했고

나도 할 거 없었잖아?


엎드렸던 몸을 돌려

천장에 달린 등 줄의 움직임에 맞춰

눈동자를 굴려본다.


근데도 아까 그 아이의 눈이 

자꾸만 생각나는 건 뭘까.


..아 그러고보니 나 걔 이름도 모르잖아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시간은 흘러 하늘도 붉으스름해지고

밭일 가셨던 할머니도 돌아오셨다.

낡아서 정겨운 소리를 내는 선풍기를 쐐며

달콤한 오렌지색 바를 먹고 있는 날 보시더니

연갈색 바구니에 한 가득 담긴 나물들을

보라며 손짓하신다.

오늘 저녁도 오색의 나물이겠거니.


따뜻한 보리밥 되는 소리가 들리면

밥공기에 가득 담아 수북히 쌓아올리신다.

저렇게 많이 못 먹는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할머니, 이 동네 제 또래 애는 많이 없어요?"


수북히 쌓인 밥을 크게 한 숟갈 하곤 

푸른 나물들 사이에 숨겨진

샛노란 계란후라이에 몇 번 젓가락질 한다.


"..여긴 다 노인네들 천지여

 너 같은 핏덩이들은 다 서울 가고 없제"

"왜 친구가 없으니 심심혀?"


수북히 쌓인 내 밥에 비해

중간도 채워지질 않은 할머니 밥 공기를 보며

물음에 대답했다.


"..아뇨 이제 괜찮아요!"


심심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전파가 안 터지는 휴대폰을 갖고

3일을 버티기란 쉽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이제는 그 전에 날들 보다

지루해질 것 같지가 않다.

내일도 그곳에서 볼 수 있을까.


"근데 할머니 밥 좀 더 드시지..저만 너무 많잖아요"


내 밥공기에 나물들을 몇 개 더 얻혀주시며


"원래 젊은 것들이 더 많이 먹어야혀"


나물은 이제 그만 먹고 싶은데..



서울의 밤과는 사뭇 다른

빛이라곤 한 점 없는 새까만 마을

그 위로 수놓아진 새하얀 별들과

창문 밖 들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귀를 맡기곤 내일을 기약하며 잠에 빠졌다.






<남은 방학 23일>















계속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