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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 처음 보는 것 같다?"
"이 동네 사람 아니지?"
그 애가 내게 묻길
"응..방학이라 할머니댁에 잠시 들른 거거든"
그의 안색이 어두워 지는가 싶더니
낮게 시선을 처리 한다.
잠깐이지만 확실히 그 검은 눈동자가
공허해지는 걸 확인한 것만 같았다
"그럼 금방 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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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계속 맴돈다.
그 애와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할머니댁으로 돌아와
오래된 나무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침대에 풀썩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곤 침대 시트에 묻혀
조용히 아까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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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그렇지? 아무래도 방학이 끝나면
학교는 가야하니까"
"그러는 넌 여기서 살아?"
그 앤 아까 알들을 풀어준 곳에
흙 묻은 손을 씻곤 툭툭 털며
"..응"
흰 나시티에 밝은 청색의 흘렁한 바지를
약간은 젖은듯한 흑색의 머리에
답지 않게 꼭 오리같이 귀여운 입술을
가지고 있는 그 애는
대충 상의에 아직 물기가 남은 손을 툭툭 털고는
날섰지만 동그랗고 큰 눈으로 날 빤히 응시했다.
"..여긴 내 또래 애들이 없거든"
"그래서 그런데 앞으로 나랑 자주 놀래?"
그러고보니 내가 여기 온 지 벌써 3일째,
내 또래의 애는 본 적이 없었다.
내 눈 앞에 쟤를 제외하곤.
그렇다면 넌 지금까지 줄곧 혼자였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부터 날 바라보던
두 눈이 어딘가 슬퍼보였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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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심심하기도 했고
나도 할 거 없었잖아?
엎드렸던 몸을 돌려
천장에 달린 등 줄의 움직임에 맞춰
눈동자를 굴려본다.
근데도 아까 그 아이의 눈이
자꾸만 생각나는 건 뭘까.
..아 그러고보니 나 걔 이름도 모르잖아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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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 하늘도 붉으스름해지고
밭일 가셨던 할머니도 돌아오셨다.
낡아서 정겨운 소리를 내는 선풍기를 쐐며
달콤한 오렌지색 바를 먹고 있는 날 보시더니
연갈색 바구니에 한 가득 담긴 나물들을
보라며 손짓하신다.
오늘 저녁도 오색의 나물이겠거니.
따뜻한 보리밥 되는 소리가 들리면
밥공기에 가득 담아 수북히 쌓아올리신다.
저렇게 많이 못 먹는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할머니, 이 동네 제 또래 애는 많이 없어요?"
수북히 쌓인 밥을 크게 한 숟갈 하곤
푸른 나물들 사이에 숨겨진
샛노란 계란후라이에 몇 번 젓가락질 한다.
"..여긴 다 노인네들 천지여
너 같은 핏덩이들은 다 서울 가고 없제"
"왜 친구가 없으니 심심혀?"
수북히 쌓인 내 밥에 비해
중간도 채워지질 않은 할머니 밥 공기를 보며
물음에 대답했다.
"..아뇨 이제 괜찮아요!"
심심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전파가 안 터지는 휴대폰을 갖고
3일을 버티기란 쉽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이제는 그 전에 날들 보다
지루해질 것 같지가 않다.
내일도 그곳에서 볼 수 있을까.
"근데 할머니 밥 좀 더 드시지..저만 너무 많잖아요"
내 밥공기에 나물들을 몇 개 더 얻혀주시며
"원래 젊은 것들이 더 많이 먹어야혀"
나물은 이제 그만 먹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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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밤과는 사뭇 다른
빛이라곤 한 점 없는 새까만 마을
그 위로 수놓아진 새하얀 별들과
창문 밖 들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귀를 맡기곤 내일을 기약하며 잠에 빠졌다.
<남은 방학 2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