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절대 한 번에 다정한 법이 없는 애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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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왔어?"
멀리서 봐도 낡아보이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보드를 만지작 거리는 그 애.
바래진 연분홍 페인트 사이로는
다 바래져서 형태를 제대로 알 수없는
영문 단어들이 줄 서 있다.
"그건 뭐야.. 보드?"
평소 자주보지 않았었던 탈 것에
신기해 할 틈도 잠시 그 앤 보드를
습한 여름 바람에 모래먼지가 그득 휘날리는
도로길에 세워두곤 발을 올렸다.
그 앤 약간은 앞쪽으로 발을 둬
뒤에 공간이 남겠금 했다.
"왜, 타볼래?"
남은 공간에 설마 내 발을 둬보라는 것인지
아무리 안 타본 나여도 이게 1인용이라는 것
정도는 안 봐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 발은 머리와는 다르게
그 빈공간으로 자리를 옮긴다.
슬리퍼 사이로 잔뜩 움츠려든 발가락이
색바랜 보드에 안착했다.
"야.! 뭐하는..!"
처음으로 들어본 언성높아진 목소리와 함께
내 몸은 울퉁불퉁한 도로길에 닿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데도 신기하지
지금쯤 얼굴에 닿아야 할 거친 돌멩이들은
어디가고 크고 흰 손이 내 얼굴과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 손에는 약간에 떨림도 함께였다.
"바보냐..?누가 같이 타쟀어.
당연히 나 내리고 타야할 거 아니야?"
깜짝놀랐네..
자연스레 날 원래 각도로 되돌려 놓더니
눈을 지긋이 감으며 날 위아래로 훑는다.
그 애의 시선은 꼭 날선 고양이 같아서
잔뜩 긴장하게 된다.
"다친덴 없지? 자, 다시 타 봐"
"또? "
아까 넘어질 뻔해서인지 자꾸만
주춤거리기만 하는 내게
그 앤 손을 내민다.
"왜 무서워서 그래?"
그 애의 손을 꼭 잡고선 천천히 발을 딛고
두 발을 모두 보드에 올렸다.
조금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잡아준 덕에 다시 넘어지는 일은 없었고
난 조금씩 움직이면서 난생 처음
보드를 타고 이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봐! 나 이제 된다."
기쁜 마음에 함박미소를 머금고
다시 그 애 쪽으로 보드를 타고 달려 가는데
가까워질 수록 희미하게 보이던
그 애 무릎팍에 난 상처가
더욱 짙게 다가왔다.
"뭐야, 이거 나 때문이지?.."
다급히 발을 내려 시선을 아래로
그 애 상처부터 확인했다.
보기만 해도 쓰라려 보이는 쓸린 자국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곤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아마 아까 넘어질 뻔한 날 잡다 저렇게 된 거 겠거니
그때 안쪽에서 느껴지는 부스럭거림에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분홍 밴드를 꺼내곤
그 애의 무릎에 착 붙였다.
"뭐냐 그건?.."
"밴드. 나 때문에 다쳤으니까 미안하잖아"
"이런 건 침 바르면 낫거든.?"
뾰로통해진 표정이 꼭 밴드에 그려진 고양이 같다.
싫은척 해도 아까부터 무릎만 보고 있으면서
마음에 드는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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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하늘에 조금은 붉어진 구름이 만개한 늦오후
한 손에 보드를 들고 팔에 끼워 넣는다.
검은 슬리퍼를 질질 끌고선
터벅터벅 걸으며 발걸음을 맞춘다.
이제와서 묻는 것도 좀 뭐하지만
"근데 넌 이름이 뭐야?"
이름도 모르는 친구라니
그런건 용납 못하는 나이기에 이름을 묻곤
그 애 반응을 조심스레 살폈다.
동그란 눈으로 그 애 표정을 엿보는게
들켜서였을까
"알아서 어디 쓰게"
또 툴툴댄다.
고작 이틀 만난 사인데
성격을 조금을 알 것만 같다.
절대 한 번에 다정한 법이 없는 애.
흙투성이가 된 연한 청색 남방이
바람에 하늘거렸고
삐쭉 나와있는 입술에서 그제서야
제 이름이 나왔다.
"최연준"
뭘 머금은 건지 우물거리는 목소리에 그 애.
아니 연준은
팔 사이에 껴둔 보드를 탁 내려놓더니
노을덕에 붉어진 바닥을 씽하곤 달려갔다.
쾡한 흙먼지들이 괜히 살랑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