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갱에서 사랑을 외치면 안 되는 걸까

Ep.3 절대 한 번에 다정한 법이 없는 애

photo Ep.3 절대 한 번에 다정한 법이 없는 애


따가운 태양볕에 더 누렇게 보이는 

도시의 아스팔트와는 다른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

비포장 도로길에 

파란 끈 슬리퍼를 질질 끌며 

꼭 무언가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생명들의 물소리가 들리는 그곳으로 향한다.


" 아, 왔어?"


멀리서 봐도 낡아보이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보드를 만지작 거리는 그 애.

바래진 연분홍 페인트 사이로는

다 바래져서 형태를 제대로 알 수없는 

영문 단어들이 줄 서 있다.


"그건 뭐야.. 보드?"


평소 자주보지 않았었던 탈 것에

신기해 할 틈도 잠시 그 앤 보드를

습한 여름 바람에 모래먼지가 그득 휘날리는

도로길에 세워두곤 발을 올렸다.

그 앤 약간은 앞쪽으로 발을 둬

뒤에 공간이 남겠금 했다.


"왜, 타볼래?"


남은 공간에 설마 내 발을 둬보라는 것인지

아무리 안 타본 나여도 이게 1인용이라는 것

정도는 안 봐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 발은 머리와는 다르게

그 빈공간으로 자리를 옮긴다.

슬리퍼 사이로 잔뜩 움츠려든 발가락이

색바랜 보드에 안착했다.


"야.! 뭐하는..!"


처음으로 들어본 언성높아진 목소리와 함께

내 몸은 울퉁불퉁한 도로길에 닿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데도 신기하지

지금쯤 얼굴에 닿아야 할 거친 돌멩이들은

어디가고 크고 흰 손이 내 얼굴과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 손에는 약간에 떨림도 함께였다.


"바보냐..?누가 같이 타쟀어. 

당연히 나 내리고 타야할 거 아니야?"


깜짝놀랐네..


자연스레 날 원래 각도로 되돌려 놓더니

눈을 지긋이 감으며 날 위아래로 훑는다.

그 애의 시선은 꼭 날선 고양이 같아서

잔뜩 긴장하게 된다.


"다친덴 없지? 자, 다시 타 봐"

"또? "


아까 넘어질 뻔해서인지 자꾸만

주춤거리기만 하는 내게

그 앤 손을 내민다.


"왜 무서워서 그래?"


그 애의 손을 꼭 잡고선 천천히 발을 딛고 

두 발을 모두 보드에 올렸다. 

조금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잡아준 덕에 다시 넘어지는 일은 없었고

난 조금씩 움직이면서 난생 처음 

보드를 타고 이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봐! 나 이제 된다."


기쁜 마음에 함박미소를 머금고

다시 그 애 쪽으로 보드를 타고 달려 가는데 

가까워질 수록 희미하게 보이던

그 애 무릎팍에 난 상처가

더욱 짙게 다가왔다.


 "뭐야, 이거 나 때문이지?.."


다급히 발을 내려 시선을 아래로

그 애 상처부터 확인했다.

보기만 해도 쓰라려 보이는 쓸린 자국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곤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아마 아까 넘어질 뻔한 날 잡다 저렇게 된 거 겠거니

그때 안쪽에서 느껴지는 부스럭거림에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분홍 밴드를 꺼내곤

그 애의 무릎에 착 붙였다.


"뭐냐 그건?.."

"밴드. 나 때문에 다쳤으니까 미안하잖아"

"이런 건 침 바르면 낫거든.?"


뾰로통해진 표정이 꼭 밴드에 그려진 고양이 같다.

싫은척 해도 아까부터 무릎만 보고 있으면서

마음에 드는게 분명해.



짙은 하늘에 조금은 붉어진 구름이 만개한 늦오후

한 손에 보드를 들고 팔에 끼워 넣는다.

검은 슬리퍼를 질질 끌고선

터벅터벅 걸으며 발걸음을 맞춘다.

이제와서 묻는 것도 좀 뭐하지만


"근데 넌 이름이 뭐야?"


이름도 모르는 친구라니

그런건 용납 못하는 나이기에 이름을 묻곤

그 애 반응을 조심스레 살폈다.

동그란 눈으로 그 애 표정을 엿보는게

들켜서였을까


"알아서 어디 쓰게"


또 툴툴댄다.

고작 이틀 만난 사인데

성격을 조금을 알 것만 같다.

절대 한 번에 다정한 법이 없는 애.


흙투성이가 된 연한 청색 남방이

바람에 하늘거렸고

삐쭉 나와있는 입술에서 그제서야 

제 이름이 나왔다.


"최연준"


뭘 머금은 건지 우물거리는 목소리에 그 애.

아니 연준은

팔 사이에 껴둔 보드를 탁 내려놓더니

노을덕에 붉어진 바닥을 씽하곤 달려갔다.

쾡한 흙먼지들이 괜히 살랑거렸다.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