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치료가 가능한가요

58ㅣ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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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ㅣ습격








“쓰러져 있어.”

그 말을 듣고 응급처치를 하던 손이 순간 멈췄다. 하기야, 둘이서 상대해도 벅찬데 혼자면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면서도 믿은 내 잘못이었다. 분명 언니는 자기가 다칠 걸 알았을 것이다. 자기보다 환자가 중요한 언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지만 눈물이 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교수님이 수술실로 뛰쳐 들어와 소리 친 덕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교수님, 세린 언니가… 세린…”

쉬이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보며 교수님은 심호흡을 하라는 시늉을 했다. 나는 그대로 교수님을 따라 했고, 조금 진정이 되는 듯 했다. 교수님은 제희 씨를 보며 나에게 말했다.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진세린 보러 가.”

“하지만…”

“어서, 이 환자 잠시 쇼크 온 것 뿐이니 걱정 말고 진세린이나 보러 가.”

“아마 지금은 걔가 더 심각할 수도 있어, 그 범인이 피를 묻힌 채 달아나는 걸 봤으니까.”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병실을 향해 달렸다. 내가 간 병실은 실로 처참한 상태였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세린 언니, 피가 새어 나오는 곳을 지혈 하듯 누르고 있는 지민. 나는 바로 다른 의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세린 언니는 다른 수술실로 옮겨졌다. 아마 범인에 의해 칼이 꽂힌 것 같았다. 제희 씨의 목을 조르다 안 되면 잭나이프를 이용해 찌를 작정이었는지 왠지 모르겠지만 그 상처는 퍽 깊은 상처였다. 심장을 관통한 건 아니었으니 흉부외과에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생각해 다른 과로 옮겨졌다.

교수님의 말로 인해 큰 걱정으로 삼지 않았던 일이 너무나도 큰 일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다시 한 번 패닉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병실에서의 혹렬한 피 비린내가 내 코를 찔렀다. 세린 언니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분명 피는 실습을 하고, 의사를 준비하며 많이 보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대로 포기한 채 물러서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나는 황급히 수술복을 갈아입고 준비를 한 채 교수님이 계시는 수술실로 들어가 제희 씨 수술을 도왔다. 내가 옆에 있으니 더욱 수월하게 진행 됐고, 다행히 제희 씨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세린 언니였다. 퍽 깊숙이 들어간 칼 때문인지 출혈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 뿐더러 꽤나 중요한 곳을 건든 것 같았다. 어떻게 사람이 무자비하게 의사를 찌를 수 있는지, 세린 언니 수술은 다른 의사들에게 맡겨둔 채 교수님과 나는 경찰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