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ㅣ남을 살리고 나를 죽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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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반복되는 일상. 환자를 치료하고, 진료하며 수술하는 그 일상. 전에는 꿈 꾸던 일상을 직면하니 단점들만 보였다. 여행도 가고 집에서 편히 쉬는 사람들을 보며 매일 부러움을 느끼곤 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복 받았다 얘기했다. 천재적인 지능을 가져 최고의 의사가 된 것이라고. 그러니 행복한 게 맞다고, 부럽다고.
입에 발린 그 말이 나는 듣기 싫었다. 세린 언니가 쓴 가면은 우울한 내면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쓴 가면은 악한 내면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 나를 위한다는 모든 말은 전부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 뿐이었다.
“의사면 공부 잘하는 거잖아, 불행은 무슨… 기만하는 거야?”
“공부 잘하는 사람이 불평불만 늘어놓으면, 우리 같이 공부 못하는 사람은…”
“공부도 잘하면서.”
공부를 잘한다. 겉만 본다면 듣기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편견과 고정관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부를 잘한다는 건, 그만큼 노력을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과정은 생각하지 않은 채 결과만 보고 말을 내뱉는다.
나의 결과는 수능 만점에 의사가 됐다는 것. 사람들은 그 결과를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쳐다보곤 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잘 꾸며진 겉모습일 뿐, 속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의사’ 모든 학생들이 꿈에 그리는 직업. 겉으로는 멋있는 직업이지만, 속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처럼 동료들 간의 전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전쟁.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했다. 멘탈은 무너지지 않아야 하며 의사로서 건강 관리 또한 잘해야 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누누이 말했다. 꿈에 그리던 의사가 됐는데 행복하지 않냐고, 모든 사람들의 선망이 되는 의사는 불행할 자격 없다고. 되고 싶지만 되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그 중 된 사람이 불행하면 안 된 사람들은 어떻겠냐고.
사람들은 모른다, 의사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사람들의 선망을 사는 의사라는 직업이 되면 전부 행복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의사들 중에는 불행히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매일 뛰어다니고 자기 시간 없이 남을 위해 살아가는 의사가 얼마나 힘든지, 사람들은 모른다.
환자들이 나에 의해 살았을 때는 항상 밝은 빛을 보는 듯한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 속은 칠흑 같은 어둠의 연속이었다. 행복감보다는 뿌듯함이었다. 그 뿌듯함은 아주 잠시였다. 금세 사라지고 남은 건 어둠 뿐.
사람들의 편견과 고정관념, 어둠에 잠식되어 살아가며 반복되는 일상은 그저 죽음과 다름 없었다. 사람이 죽어가는 건지 살아가는 건지 모르게 나는 매일 나를 혹사 시키며 죽이고 있었다. 남을 살리며 나를 죽이는 직업, 그게 바로 의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