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윤기 선배는 정말 게이일까? |
W. 글쌔
🎵BGM: 10센치의 방에 모기가 있어.🎵
-어… 여주야 안녕!
-하이…
-여주야, 그… 가십 때문에 힘들지? 이럴 수록 더 자신 있게… 응? 시간 지나면, 다 사그라드는 거 알잖아.
어색한 웃음과 어색한 인사들.
어색한 인간들.
어색한 교수들.
어색한 위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기적인 그들의 호기심.
-근데… 루머 사실이야?
당당하려 허리까지 곧게 펴고 강의실에 들어서면 뭐하나, 어느새 그들에게 물들어 쭈글쭈글 몸을 구기고 바닥만 보는 어색한 나 자신으로 변해 있는데. 이게 다 망할 차반, 그 자식 때문이야!
오늘 하루만 벌써 몇번째 같은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아니라고오오오!!!
혹시…
저기…
있잖아…
미안한데…
거참, 어차피 다 똑같은 말 할 거면서 매번 다른 시작을 연다.
-너 진짜 레즈비언이야?
이름: 개차반.
나이: 몰라도 됌.
특징: 이름 그대로 개차반 호로자식 새끼. 불법 업소 간 거 들킨 그 날 바로 날 동성애자로 몰아버린 전남친 되시겠다.
애초에 얼굴만 보고 가벼운 만남을 바란 게 큰 죄였던 건가?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한몫한 까닭으로 벌을 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한적한 복도 벽을 쾅쾅 치는 여주에 다연이 킬킬 웃었다.
-ㅋㅋㅋ너 내가 언제 똥차 한놈 제대로 몰줄 알았다.
-개차반은?
-국방의 의무를 다 하러 가셨다.
-뭐야, 니가 어떻게 알아?
벽에 처박고 있던 머리를 슬쩍 들어 바라보자, 폰을 건네며 다연이 한마디 거들었다. 콧물이나 닦고 말해…
-인스타도 차단 당했냐?
머리를 빡빡 밀어도 얼굴은 조각이네 시발 놈…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아했던 탓에 눈물이 줄줄 흐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근데, 너랑 비슷한 소문 난 선배 하나 있잖아.
-에? 누군데.
-그 뭐라고 했더라… 그 민… 민…
-민윤기?
-뭐야.
-그 선배 인기 많잖아. ‘이거’ 때문에.
손을 얼굴 앞에 가져다대고는 위아래로 흔드는 꼴에, 다연이 혀를 끌끌 차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넌 그냥 천성이… 응. 그 선배 찾아가 보던가.
‘밴드부’
굳게 닫혀있는 문 사이로 일렉기타와 드럼 소리가 간간히 새어나왔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들어서자마자 눈에 보이는 남자 선배 무리에게 무작정 민윤기 세글자를 꺼내려는데, 아니 ‘민’ 한마디에 구석을 가르키는 게 아니겠는가… 제가 ‘민트’를 말하려는 걸 수도 있지 않나요… 감사합니다… 허허… 뻘줌히 웃으며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 쪽으로 몸을 돌렸다.
검은 셔츠.
검은 머리.
검은 바지.
검은 기타.
온통 흙색 뿐인데, 피부만 걱정될 정도로 창백한 남자가 가락지 가득 낀 손가락으로 기타를 연주 중이었다.
-저기… 선배…
-미안, 내가 동성애자라-
-알아요!
무슨 자판기 마냥, 툭 건드리니 자동으로 성정체성을 설명 해오네… 이 선배도 나처럼 된통 당했나 봐.
-…
찾아온 게 무색하게 고개 한번 들지 않던 선배가 드디어 얼굴을 들어냈다. 길다란 손가락으로 모자를 슬쩍 들어 눈을 마주치는데, 세모꼴 눈매가 살짝 무서워서 괜히 둘러본 부실 안에는 아까 그 선배들을 온데간데 없고, 둘 뿐이었다. 미남이시네요. 그것도 냉미남. 아무리 봐도 여기가 고백 맞집인가 보다. 많은 여학우들이 대시하러 다녀간 모양이네… 침을 꿀꺽 삼킨 후 다시 바라본 선배는 여전히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상태였다.
-아는데요… 하…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온 몸에 힘이 쫙 풀려버린 여주가 윤기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아니, 사실이던 거짓이던, 동성애자라는 소문은 타격감이 되게 크거든요?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마다 시선 받고, 하지도 않은 일로 욕 먹구요… 저도 지금 처지가 같아서요.
-선배, 저 어쩌죠?
-
-선배, 진짜 미친 소리인 거 아는데요… 사귀는 척 한번만 해주시면 안될까요?

-음, 사양할게.
-그냥 사귀는 척인데…?? 선배도 루머 없애고…
-그래도 사양할게.
귀에 달린 귀걸이를 연신 만지작거리던 윤기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여주가 안절부절 못하며 윤기를 따라 일어섰다. 차곡차곡 느긋하게 물건을 가방 속으로 집어넣은 윤기가 자리를 뜨려 걸음을 떼자, 그 앞을 여주가 두 팔 벌려 가로 막았다.
-왜요…? 아니, 왜?
-미안, 내가 동성애자-,
-네?
-아, 버릇이야. 무시해.
난 이게 편해서…
편하다고…?
-이건 너 마셔. 입 안 댔어. 너… 땀 많이 난다.
머리라도 맞은 듯한 기분에 여주는 굳어버렸다. 그리고 눈 앞 돌에게 커피를 뻗은 윤기는 몸을 숙여 동상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폈다. 당황스러운 표정과 뻘줌한 표정은 덤이었다.
-여기… 잡아.

여주의 머릿속에 10007번째 error 창이 떴을 때, 윤기는 여주의 손에 직접 커피를 쥐어주어야 했다. 기타 가방을 고쳐맨 윤기가 뒷머리를 연신 쓸어대며 여주를 지나쳐가고, 살짝 스친 어깨에 여주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얻으려던 건 못 얻고, 이게 웬 뜻밖에 아이스 커피야… 손에 들린 얼음 동동 아메리카노를 보며 든 생각은 두가지였다. 민윤기 선배는 얼죽아라는 것과, 잘생기면 다 게이라는 것.
개차반도 어쩌면 동성애자가 아니었을까라는 되도 안되는 잡생각에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캐릭터 소개
민윤기:
대학교 3학년
컴퓨터공학과
여주:
대학교 1학년
문예창작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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