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용맹담곰씨

“너 이거 뭐냐?”
“…”
“대답 안 하지”
“아 이거 그냥.. 책상에,”
“또 책상에 부딪혔다고 말하기만 해”
좆됐네. 그래도 며칠 동안 안 들키고 잘 버텼는데; 한껏 구겨진 얼굴로 나를 어디로 데려가나 했더니 도착한 곳은 빈 교실이였다. 복도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있나 없나 한참을 살피던 오빠가 문을 닫고 내 치맛자락을 확 들췄다.
“나 원래 잘 다치고 덜렁거리고 그러잖아요..“
”너 자꾸 거짓말 하지”
“…”
“누가 그랬는지 말 해”
“…”
“나랑 말 안 하기로 한거야?”
아 씨 하민지! 하민지가 그랬어요!
그래 뭐 평생 할 거짓말도 아니였으니 속 시원하게 털어놨지만 정작 이재현은 잔뜩 굳은 몸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노,놀랐죠. 근데 저는 진짜 괜찮”
“그걸 왜…”
왜 이제서야 말 해. 말투서부터 날이 선 모습에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와 이거 진짜..
…진짜 좆됐다.
.
.
.

“걔 진짜 미친년이네? 선도라는 사람이 그래도 되는거야?”
“…아니 그것보다 재현 오빠가 너무 화가 많이 나서”
“당연히 화나지!! 지 때문에 여자친구가 다쳤다는데 어떤 남자가 그 상황에서 태연하겠어”
“어떡하죠 저..“
”뭘 어떡하긴“
존나 빌어야지 걍. 유일하게 찐으로 연애중인 우리의 상황을 알고있던 영훈 오빠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 나도 빌고 싶다고요 근데 그 양반이 안 보이잖아 지금. 어? 잠수 탔잖아
“그 새끼 수업도 쨌어. 뭐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 이재현 진짜 바보 멍청이가”
“풉, 너 그런 말도 할 줄 아냐?”
“내 말도 안 들어주고! 어? 내가 괜찮다는데! 내가 걱정돼서 일부러 숨긴건데!“
”그래 네 마음도 이해된다 야“
그래도 너가 먼저 사과해. 알지?
..그럼요. 알다마다요. 백번 생각해도 내 잘못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이재현 전 여친한테 아무런 반항 없이 얻어 맞음. 근데 그걸 이재현한테 숨김. 뒤늦게 알게 된 이재현은 어떤 마음일까. 생각을 마치자마자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얼굴 보고 사과할게요‘
수업이 끝날 때까지 멍만 때렸다. 오빠에게 답장이 오긴 왔다. ’데리러 갈게‘ 이 다섯 글자가 또 뭐라고 엄청나게 설렜다. 미안해 하던가 설레던가 둘 중에 하나만 하자고;

“끝났어? 집에 가자“
”아아 잠만요!“
"?"
”그.. 미안해요. 제 딴에는 일 키우기도 싫었고 하민지가 저 괴롭히는 거 알면 오빠가 괜한 죄책감이라도 가져서 헤어지자고 할까봐.. 무서웠단 말이에요“
”야 너는,“
”아 알아요! 오빠도 나 좋아하는 거 아는데 내 마음이 그랬다고요. 무서웠다고요 저는“
힐끔 본 이재현의 표정은 알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많이 화났나. 되지도 않는 애교를 함 부려봐?.. 그런 생각이나 할 동안 성큼성큼 빠른 속도로 내 앞에 선 이재현은 막을새도 없이 내 몸을 힘껏 끌어 안았다. 어억,
“..내가 더 미안해”
“..어, 어어..”
“미안해 많이 아팠지“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에..“
”죄책감 보다는.. 화부터 났고. 하루 빨리 잡아서 조지고 싶었어”
“네?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나 너 보기 싫어서 도망간 거 아냐. 해결하고 왔어 하민지”
“..수업까지 째고?”
“다시는 네 근처에 얼씬도 못 할거야“
도대체 어떻게 조진거야.
또다시 학교 앞에서 부둥켜 안고 있는 염병 커플이 되어버렸다. 결국 한 달 뒤에 헤어진 척 하자는 우리의 계획도 자연스레 무산됐다. 싸우지도 않았지만 얼떨결에 화해까지 해버렸겠다 이제 남은 건?
키스지.
.
.
.

“야 이렇게까지 했는데 시험 망치면 개웃기겠다”
“아!!! 빨리 취소 퉤퉤해”
“? 그게 뭔데“
“빨리!!”
“취소 퉤퉤-..”
“옳지.”
축 이재현 수능 D-1
시간이 남아 돈다는 찬희와 깜짝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 이재현은 지금 독서실에 있으니까 앞으로 집에 도착 하려면.. 10분 정도 걸리겠지.
슬슬 케이크를 꺼내 세팅 해놓고 초콜릿과 사탕을 잔뜩 담은 간식 주머니와 벽에 붙여놓은 풍선들까지. 누가 보면 생일인줄 알겠네
‘나 이제 집 앞’ - 💗
다리를 떨며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찬희를 조용히 시키고 서둘러 촛불에 불을 붙였다. 띡띡띡띡- 도어락 소리가 들리자 케이크를 들고 짠!!!!
“…”
“…”
“…”

“나 환영해주는 거야?”
“김선우?”
“형! 집에 여주 있었어요“
케이크를 들고 잔뜩 굳은 나와 찬희를 번갈아 보던 선우가 태연하게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형도 여기 있었네? 하이-. 너가 왜 여기서 나와? 안녕 하겠냐고 지금
우당탕탕!! 선우의 말에 화들짝 놀라 들어오는 이재현도 보였다. 안녕 자기야 지금 무슨 상황인지 물어봐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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