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덥즈고

7. 배신감



- 학생회요? 제가요?




난데없이 찾아온 선배 한 명이 다짜고짜 학생회에 들어오란다. 전학온지 한 달도 안됐는데요.

상관 없단다. 생각해보면 안 좋을 것도 없었다. 학생회에 들어가면 내신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지만.. 거기에 재현 선배도 있는 거잖아. 어제는 흐지부지 넘기긴 했지만..




- 뭐야? 너 귀 빨개졌어

- 아! 그, 좀 더워서..

-그래?..아무튼 난 너가 꼭 들어와줬음 좋겠어

- 네에.. 조금만 더 고민 해볼게요

-핸드폰 좀 줘볼래?





핸드폰? 주머니에 있던 폰을 건네주니 번호를 찍고 전화를 걸었다. 이렇게 번호 교환 하는건가? 나 아직 하겠다는 말도 안 했는데..





- 이거 내 번호니까 꼭 연락줘

- 아.. 네





[하민지]


그렇게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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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야 나 궁금한 거 물어봐도 돼?

- ..으응 뭔데?

- 이재현이랑 드디어 헤어졌어?

- 뭐?





야 무슨 그런 질문을 해! 너는 다 알면서!..

남들이 들을까 조용히 소리치며 주연이의 팔뚝을 때렸다.
저렇게 질문하는 거 보면 내가 그동안 재현 오빠를 많이.. 피해 다녔..나






- ..그리고 선배인데 반말 하면 안되지

- 알았엏

- 못됐어 이주연

- 생각 많아보이길래 장난 좀 쳐봤어






주연아.. 나 학생회 들어갈까?

여주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고민하는 걸 뚫어져라 쳐다봤다. 작고 귀여워 깨물고 싶네. 그렇게 생각하던 주연이 학생회라는 단어에 표정이 굳어졌다. 주연의 표정을 발견 못한 여주는 또다시 말을 이었다.





- 민지 언니가 직접 불러서 들어오라고 했어. 근데 들어가면 매일 매일 재현 선배 마주쳐야 되는거잖아..그건 불편한데

- … 그러게 진짜 불편하겠다

-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지. 쌤 오면 깨워줘!





책상에 엎드리는 여주의 머리칼을 정리 해주던 주연이 핸드폰을 꺼내 재현에게 카톡을 보냈다.




[형 여친 관리 좀 해야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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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얘

- 왜? 뭔데

- 몰라 이 싸가지 없는 새끼

- 주연이랑 그만 싸워 좀





이주연인 거 어떻게 알았냐? 

딱 보면 척이지 뭐. 영훈이 빨간 색연필로 채점을 하며 대충 대답했다. 여친.. 나 여친 없는데. 설마 김여주 말 하는 건가? 버석하게 마른 세수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고백 하지 말 걸.. 

그 이후에 다가가고 싶어도 교묘하게 자신을 피해다니는 여주를 볼때마다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대놓고 피할 이유는 없잖아 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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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저나 너 요즘 여주랑 뜸하다?

- 걔가 나 피해다녀

- 갑자기? 너 뭐 잘못한 거 있냐?

- 아니

- 뭐야.. 그럼 싸웠어?

- 내가 고백 했거든

- …?






뭐..이 미친.

영훈이 들고있던 색연필을 툭 떨어트리며 이재현을 쳐다봤다. 진심으로 극혐하는 표정으로





- 나 같아도 피해다녔어

- ? 왜

- 너네 쌍방이야? 아니잖아

-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거지

- 그래. 여주는 얼마나 당황스럽겠어





으휴 병신아.. 

영훈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도 재현은 별다른 반응 없었다. 좋은 걸 어떡해. 좋은 걸 좋다고 말해야지 뭐라해 그럼

‘수업 끝나고 기다려 집에 같이 가자’

재현은 일단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게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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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안 보이더라?

- ..기, 기분 탓일 걸요

- 아닌데. 코빼기도 안 보이던데





재현의 문자도 씹고 몰래 집에 가려던 여주를 재현이 낚아챘다. 결국 불편해진 하굣길에 한 마디 없이 길을 걷다 재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왜 피해 다녀

조금은 뜨끔해진 여주가 눈동자를 데굴 데굴 굴렸다. 사실 어떻게든 안 마주치려 필사적으로 피해다닌 거 맞거든.





- 선배는 제가 왜 좋아요?

- 몰라

- 뭐야 선배도 모르네! 이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에요 그러니까 선배도 다시 한 번 생각을,

-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돼? .. 그냥 어쩌다보니 스며들었는데

- …아니이

- 너까지 나 좋아하는 거 안 바래. 그냥 내 마음은 이렇다고






그렇게 말 하는 사이 집에 도착했다. 누가 봐도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있는 재현 선배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하다고 말 했다. 

어쩌면 이 사람은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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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자마자 민지 언니에게 학생회에 들어가고 싶다고 카톡을 보냈다. 왠지 모르게 후련했다. 재현 선배만 만나고 오면 근심 걱정이 하나씩 덜어지는 느낌이야..여러모로 고마운 사람,




카톡!


[응 ㅎㅎ 잘 생각했어! 사실 남자친구가 무조건 너 뽑으라고 입김 넣었거든]

[3학년 이재현. 알고 있으려나?]





…뭐?

조금은 열렸던 마음의 문이 완전히 닫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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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20)

1년 꿇음. 이재현과 지독한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