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연애
단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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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
집중력 하나 그리 길지 못한 옆자리 김동현이 여주의 어깨를 콕콕 건드린다. 여주는 고개를 돌려 동현을 바라보았다. 씨익 미소를 짓고 있는 김동현은 말없이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여주는 동현을 향해 뭐?라고 입만 뻥긋. 동현은 엄지를 여주에게 들이밀며 눌러봐라고 눈치를 준다. 또 이상한 장난을 칠 김동현일게 뻔했지만 동현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한 여주였다.
꾹.-
여주가 동현의 엄지손가락을 꾹 누르자 동현의 검지가 쭉 펴졌다. 여주는 머릿속에 물음표만 띄운 채 다시 동현을 바라보았다. 동현은 입 모양으로 당겨봐라며 입을 뻐끔인다. 자세히 보니 김동현의 검지에 작게 볼펜으로 당겨봐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강의 내내 혼자 꼼지락거리더니 이런 걸 위해서였나. 여주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김동현의 지시에 따라 동현의 검지를 쭉 잡아당겼다.
쭉.-
스륵. 손가락을 잡아당기는 동시에 김동현의 쥐여진 나머지 손가락들이 펼쳐졌다. 김동현의 손바닥에 선물이라는 글자와 그 위로 덩그러니 놓인 마이쮸 하나.
"선물"
이라는 말과 함께 김동현은 잔뜩 눈매를 휘었다. 김동현의 전형적인 ◠‿◠ 이러한 미소로. 선물 한 번 특이하게 주네.라고 생각한 여주는 동현의 눈 한 번 마주치고 피식 미소를 머금었다. 가끔 김동현의 이런 이상한 행동에 귀여워 자신도 모르게 저 덩치 큰 녀석을 대형견으로 착각할 지경이다.
스슥.-
여주는 볼펜을 들어 빈 노트에 글씨를 끄적였고 동현은 그런 여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주는 종이에 고마워라고 적었다. 김동현은 그것을 보고는 헤헤 미소를 짓더니 자신도 종이에 볼펜을 가져왔다.
⸝⸝> ̫ <⸝⸝
동현은 말 없이 이모티콘 하나를 그렸다. 눈을 찡긋이며 발그레한 이모티콘을. 저 큼지막한 손으로 저런 하찮은 이모티콘 하나 띨롱 그려놓은 게 웃기면서도 귀엽다고 생각했다. 여주는 푸핫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막고는 김동현의 이모티콘에 답례하듯 종이에 또 한 번 볼펜을 가져다 댔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한 여주는 5초간 볼펜을 허공에 만지작거렸다. 동현은 그런 여주의 손을 빤히 바라본다. 그는 약간 기대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여주는 김동현 얼굴 한번 슥 보고 종이에 볼펜을 끄적였다. 그림에는 소질 없는 나였지만 이 정도면 되려나.
(*˙˘˙)♡
하트를 든 이모티콘. 애교도 없는 여주에게 하트란 큰맘 먹은 애정 표현이었다. 김동현은 그런 여주를 알았기에 아이스크림 녹듯 무장해제된 미소를 지었다. 큰 댕댕이가 인간이 된다면 그것은 김동현이지 않을까. 김동현의 얼굴 뒤로 보이지 않는 꼬리가 붕붕거렸다.
콕콕..-
김동현은 또다시 책상 위로 내 손 등을 콕콕 건드렸다. 방금 전 준 마이쮸를 든 손이었다. 지금 먹으라는 얘기인가라는 생각에 여주는 마이쮸 봉지를 까 입속에 속 넣었다. 하지만 동현은 그게 아니라며 다시 내 손 등을 쿡쿡 건드렸다. 도저히 김동현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여주는 동현의 얼굴만 빤히. 김동현은 자기가 답답했는지 그제야 여주의 손을 덥석 가져가 책상 아래로 손깍지를 만들었다. 여주는 흠칫. 주도권을 빼앗긴 손에 몸을 움츠렸다.
미쳤나, 김동현. 누가 보면 어쩌려고...! 대담한 김동현의 여주는 바짝바짝 등골 사이로 긴장이 흘렀다. 그러나 정작 손깍지를 쥔 김동현은 만족한 듯 싱긋 미소만 지어 보인다.
어느새 맞닿은 손바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김동현의 체온 때문인지, 아니면 나 때문인지. 애써 동현에게서 고개만 돌렸다. 그럼에도 김동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만 꼭 붙들고 있는다.
이건...
비밀연애라고 하지만, 너무 대담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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