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연극일뿐
그저 연극일 뿐

쿠션베개
2025.11.13조회수 7
아침이었다.
그때 난 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물들였단 이유로
선도부에 걸렸었다. 하필 지금 걸릴게 뭐냐.
"연예림 너 벌점 5점이야."
'어휴...'
어저께 물들인건데. 짜증나네.
분에 못이겨 거칠게 머리칼을 헝클었다.
불퉁하게 벽에 기대서 있을 때 불쑥 나타났었다.
"잠깐만 최연준 너도 넥타이 없잖아."
"어라?? 이게 왜 없지?"
그 남자애는 허둥대며 셔츠 칼라 부분을 더듬었다.
저거 아무래도 까먹은거 같구만.
"빨리 옆에 서."
선도부 재촉에 마지못해 내 옆으로 나란히 섰다.
나는 옆을 흘끗거리며 쳐다봤다.
와, 진짜 잘생겼다. 내가 이런 친구를 여태
모르고있었다니.
단정한 머리와 깔끔한 교복. 넥타이만 없다뿐이지
모범생의 정석처럼 보였다.
"저기... 왜그래?"
"아냐. 아무것도."
내 시선을 눈치챈 남자애가 쭈뼛거리며 물었다.
얘는 조금 소심한 성격이구나. 저 날라리같은
인상하고 딴판이다.
'귀엽네.'
피식 웃는 소리를 내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에이, 그런거 아니라니까! 잘생겨서 본거야."
"그, 그래??"
칭찬이라 생각했는지 남자애는 수줍은 듯 웃었다.
이런 순진한 점도 맘에 들었다. 평소 봐오던 남자애들과
뭔가 달랐으니까.
하지만 나는 결국 보고야말았다.
그 소심해보이는 가면 뒤에 숨은 본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