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복도에서 석진과 펠의 발소리만이 그 공간 안에서 울림을 내다 사라져갔다.
"머리는 어때?"
"괜찮아."
"맞다, 너 체육복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 체육복은..."
"태형이 거 빌렸어. 두 개 있다고 하길래."
태형이라는 말에 석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었다.
"난 둘이 사이 안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래? 태형이랑 몇 마디 나눠 보니까 좋은 애 같더라고."
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으며 석진을 올려다 보는 펠에, 석진은 한 번 더 흠칫할 수 밖에 없었다. 또다, 저 웃음.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순수한 저 웃음. 그 웃음을 보다 정신을 차려 보면, 어느새 넋을 놓고 펠의 웃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 이상한 애야. 처음 봤을 땐 세상 모든 슬픔이 제 것인 것처럼 굴더니... 지금은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고 있잖아.
"...석진아? 머리 또 아파?"
"아, 아니. 미안, 다른 생각하느라 못 들었다."
"그래서, 김태형 걔가 보통 친화력이 아니더라고."
꽤나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펠에 석진이 푸스스 웃었다. 바보, 자기도 김태형 못지 않으면서 꼭 김태형의 친화력이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양 얘기하는 게 너무.
"웃긴다, 너."
"뭐? 욕이야?"
"아, 아니. 재밌다는 얘기야."
"흐음~ 그렇구나. 내가 아직 한국어를 완전히 잘하는 게 아니라, 속뜻을 해석하는 게 좀 어렵거든."
펠의 말에 석진이 작게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너가 한국어를 잘하는 게 아니면 누가 잘하는 거야."
석진은 펠이 정말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다. 이상한데 웃기고 재밌는 애. 이상해서 좋은 애.
잠깐, 좋아해?

Four. 4교시, 오전 11:30
운동장에 들어서니, 한껏 들뜬 아이들이 둘씩 짝을 지어 서로의 발을 묶고 있었다.
"펠이랑 석진이 보건실 다녀온 건 태형이 한테 들었어."
"짝 피구 할 거니까, 여기 줄로 둘이 발목 묶고, 어떻게 하는지는 알지?"
파랑색 끈을 석진에게 대충 던진 체육 쌤이 호루라기를 불며 애들을 불러 모았다. 체육 부장이랑, 반장이랑 각각 팀 나눠라. 라는 말을 남긴채 체육 쌤은 사라졌고, 아이들은 금세 반장과 체육 부장을 찾아내 운동장 한가운데에 새웠다.
운동장 가운데 마주보고 선 태형과 석진이 익숙하다는 듯 대화를 나누었다.
"늘 하던대로 나눌까 태형아?"
"그러던가. 근데."
태형의 길쭉한 손가락이 펠을 향했다. 태형의 손가락 끝을 따라간 석진의 시선이 펠에게 꽂히자, 석진은 펠을 잡은 손에 힘을 더 주었다.
"펠, 나랑 짝궁하면 안 돼?"
석진의 눈동자가 다시 도르륵, 굴러가 태형에게로 향했다.
"...왜?"
후덥지근한 바람이 석진의 머리결을 휘날리게 했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석진의 온몸을 뒤덮었다. 어째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