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입니다

Three. 고요한 교실엔 너랑 나 둘 뿐

 시간을 빠르게 흘러 어느새 6월 1일, 첫 편입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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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띠링-


 암흑으로 가득찬 방안에서, 핸드폰이 시끄러운 알람음과 함께 유일한 빛을 뿜어댔다. 펠은 눈을 강타하는 밝은 불빛에 대충 화면을 밀어 알람을 끄고 핸드폰을 엎었다. 부르르 떨리던 진동음이 손끝 감촉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는 오늘이 첫 등교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아, 학교 가기 싫다. 

 으으. 앓는 소리를 내며 이불더미에서 비척비척 일어난 펠이 창문 앞으로 향했다. 드르륵. 힘있게 뻗어나간 암흑커튼이 벽 끝과 마주하자 화사하다 못해 눈부신 햇빛이 펠을 마주했다. 

"날씨가 좋네요."
(날씨 좋네.)

한편으론 설레는 마음이 드는, 그런 첫 등교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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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고요한 교실엔 너랑 나 둘 뿐


***


 녹안에 흑발. 한눈에 보아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펠은 학교 아이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오밀조밀 예쁘게 모여있는 이목구비와, 조그만 얼굴까지 겸비한 그녀는 늘 같은 것의 반복이었던 학교의 새로운 품목이었다. 

"안녕, 펠 에반이야. 편하게 펠이라 불러."

 펠이 예쁘게 뻗은 눈꼬리를 곱게 접어 화사하게 인사하자, 반 아이들은 난리가 났더랜다. 순수하게 웃는 그 얼굴이 너무 말갛고 아름다워서. 그 일을 계기로 펠은 선양고등학교의 거대한 소문 제조기가 되었다.

 하지만 펠의 관심은, 뒷자리에서 손을 흔드는 석진에게 온통 쏠려 있었다. 처음 보는 안경 낀 모습. 저번과는 다르게 단정하게 앞머리를 내린채로 입모양으로 '안녕'이라 말하는 석진은, 오늘 따라 어쩐지... 

"반장 옆자리에 앉는 게 좋겠다. 옆에 태형이는 앞자리로 옮기고."

 선생님의 말에 태형이 낮은 목소리로 꿍얼대며 가방을 앞쪽 책상으로 툭 던졌다. 쌤도 진짜, 귀찮게. 드르륵. 의자를 다리로 대충 밀며 일어난 태형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로 교탁 앞에 서 있는 펠을 노려봤다. 

"저 양아치 새끼, 뭘 아려 임마. 빨리 자리에나 앉아."

 하지만 눈치 백 단인 담임 쌤. 멋지게 펠에게 오는 시선을 걷어차냈다. 우리 쌤, 나이스 가이드.

"아 쌤, 제가 언제 아렸다고 그래요."


 아기 고양이처럼 날카롭게 펠을 노려보며 툴툴대는 태형을 지나며 펠은 풉 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야했다.

"야, 웃어? 웃겨, 내가?"

 정말 미세한 웃음이었으나 그 웃음을 날카롭게 캐치한 태형이었다. 펠의 어깨를 한손으로 잡아챈 태형이 펠을 무표정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 그런 태형을 올려다본 펠이 피식 한 번더 웃었다. 바보 같긴, 저걸 표정관리라고 하는 건가? 자연스럽게 태형의 손을 때어낸 펠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귀여운데."

 그 말을 마지막으로 펠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 앉았다. 오오- 하는 반 아이들의 짖궂은 함성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씨발. 낮게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신경질적으로 자리에 앉은 태형의 목이 빨갛게 물들어진 게 눈 앞에 선명히 보였다. 진짜 아기 고양이 같네.


***



 반 아이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내려가 고요한 교실 안에서 석진이 부스스 고개를 들며 일어났다. 

"뭐야..."

 아무도 안 깨워준 건가? 석진이 웅웅 울려대는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눈쌀을 찌푸렸다. 아직 오전이라 햇빛이 뜨거웠음에도 석진은 그 햇빛 아래서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아, 한 교시 날려먹었구나. 라는 걱정이 더 앞섰을 뿐.

 그러다 문득, 교실문이 조용히 열리는 소리와 함께 펠이 나타났다. 어딘가 많이 커 보이는 체육복을 입은 채로. 

"일어났어? 너무 잘 자길래 좀 있다 깨우려고 했어."

"아, 어..."

 석진이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펠을 쳐다보자, 펠이 작게 키득대었다. 

"너 잠 안 깼구나."

"어? 어... 그런가 봐."

 석진은 맑게 웃는 펠의 얼굴을 바라보다, 문득 푸드득 놀라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옷, 갈아입어야 해서."

"기다릴게. 천천히 갈아입고 와."

 펠이 문을 닫고 나가자, 석진은 차가운 두 손으로 뜨겁게 달구어진 얼굴을 꾹꾹 눌렀다. 아... 햇빛 많이 뜨거웠나 보다. 얼굴이... 많이 후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