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는 건 당연한 건데 왜 나한텐 뭐라하나요

사람이 죽는 건 당연한 건데 왜 나한텐 뭐라하나요

따르릉_

따르릉_

전화 벨이 2번 울리고 윤기가 전화를 받았다
중저음의 낮은 톤에 툭툭 귀찮음이 풍기는 말투 였지만 그래도 여주와의 전화를 나름 즐겁게 하고 있었다
따분한 윤기의 생활에 가장 재밌는 시간은 여주와 있을 때 였으니까
오늘은 이랬고 저랬고 학교에선 어땠고 등등
조잘조잘 말하는 여주에게 성실하게 답해주는 윤기
그러다 여주가 뜬금없이 물어본다
"근데 나 내일 너네 집 옥상 가 보면 안 돼?"
"안 되는데"
"왜애애.."
"너 자해했던 거 다 봤어 죽으려고 하는 거면 접어 너가 죽어도 우리 집에서 안 죽으면 좋겠으니까"
"ㅇ..이번엔 그런 거 아니거든!!"
"그래도 일단은 안 돼"
"그럼 일주일 후에는 가게 해줘"
"후..알았어"

이 때 나는 알았다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



디-7

"여주야"
"야 민윤기 빨리 와 지각하겠다"

타다다닥_

"세이-잎"
"나이스- 가자 여주야"
"오키도키"

인기 많은 민윤기와 같이 다니는 사람이 남자도 아닌 여자니 여주는 지나다니는 족족 욕만 들었다

"시*년 민윤기한테 100퍼 꼬리쳤다"
"쟨 뭔데 우리 윤기랑 다니냐"
"여우한테 홀렸네 민윤기 ㅉㅉ"

욕을 들으니까 스트레스긴 한데 어쩔 수 없으니까 나한테 친구는 윤기 밖에 없으니까..그리고 나한텐 소중한 친구니까.. 그냥 하루를 또 참는다


디-6

"윤기야"
"왜?"
"만약에.. 아니다"
"뭔데 말해 봐"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알았어"

이 때 난 반드시 끝까지 물어봤어야 했다


디-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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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여주!"
"왜"
"너 존* 피곤해 보임"
"그래 보이냐?"
"응 겁나"
"아이 씨.. 망했네"
"왜 요즘 뭔 일있냐?"
"흠..아니 없어"
"그래 종 친다 나 갈께"

디-4

"야 한여주 너 민윤기랑 사귀냐?"
"아니..안 사귀는데.."
"구라 치지마 시*년아"
"아니..진짜 아니야.."

퍽퍽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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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꽃들이 있는 이 곳에서 난 맞고 말았다


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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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시 뭐임?"
"아- 이번에 백일장 나갈려고 써 본 시임"
"한 번 보고 평가해줘"
"오케이 내가 친히 한여주의 시를 평가해보지"


바람아 바람아 날 버리지 마오 
나무야 나무야 날 버리지 마오
꽃들아 꽃들아 날 버리지 마오

내가 비록 약하고 부족해도
내가 비록 너에 비해 부족해도
너에게 내가 많이 모자라도

날 버리지 마오
내가 떠난다해도 날 기억해주오
날 잊지 말아주시오
난 그댈 기억할테니


"야 존*  쑥스러우니까 빨리 평가 해줄래?"
"음..되게 슬픈데 되게 좋아"
"진짜?"
"어"
"나이스-"

그 때 난 시의 내용을 더 깊이 생각해 보았어야 했다

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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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졸리냐?"

"어 존* 졸림"

"어이구 이 잠만보 새*야"

"어찌라고 똥멍청아"

"시* 똥멍청이? 니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어 하면 안됌?"

"그냥 너랑은 대화를 못하겠다 시*"


디-1

"야 벚꽃 보러 가자 밤에"

"벚꽃은 개뿔 귀찮아

"내 마지막 소원인데 좀 들어주라"

"마지막 소원?"

"다시는 소원 들어달라는 얘기 안할께"

"오케이 근데 그래놓고 소원 들어달라고 하면 뒤졌어 한여주"

"이응"


밤 10시


"야 한여주 가자"

"응"


둘이 나란히 걷다보니 예쁜 벚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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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도 보이고 아름다운 그 때 윤기가 말했다


"제 소원은 한여주가 행복하게 사는 것 입니다"


"뭐야 민윤기 낯간지럽게..ㅋㅋ"

"내 진심을 무시하지 마라"

"그럼 내 소원도 빌래"


"제 소원은 민윤기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하게 있는 것입니다"


"농담 아니지?"

"어 진심이야"

"그럼 됐어"



디데이


"민윤기 오늘 너네 집 가는 날임"

"마치고 같이 가자"

"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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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photo "야 풍경 진짜 예쁘다"

"그치 그래서 여기 자주 올라와"

"나 레몬에이드 좀 가져다 주라"

"알겠어 기다려"


윤기가 내려간 후 나는 멍하니 서있었다

그리곤 내 소중한 유서를 난간에 놓고 바로 툭_ 소리와 함께 난 떨어졌다


"여주야 ㄹ.. 여주야 어디갔어?"

"어 한여주 어딨어"

"ㅇ..어.. 아니야..아닐꺼야..이게 설마.."


이걸 보고 있을 윤기에게

윤기야 이게 내 유서야

너도 알겠지?

내 유서를 끝까지 읽어주면 좋겠어

윤기야 너 덕분에 하루하루가 행복했어

너 덕분에 내가 살아갈 수 있었어

근데 너 덕분에 죽고 싶기도 했어

너와 친하다는 이유로 받았어야 했던 비난과 비판의 화살은 생각보다 많이 날카로웠거든

그래도 너와 있어서 좋았어

너와 있어서 행복했어

친구가 없던 나에게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웠어

힘들때나 기쁠때나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그냥 네가 내 친구여서 고마웠어

너 때문에 행복했고 너 때문에 힘들었어

하지만 난 널 원망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그 모든 비난과 비판의 화살이 너의 탓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난 너무 힘들어

이 괴롭고 추악한 세상을 하루도 살아가기 싫어

그래서 난 이  곳을 떠나려고 해

내가 떠난다고 힘들어하지마

내 소원은 민윤기가 어떠한 상황에도 행복하는 거니까

내 소원 이뤄줄꺼지?

그리고 나 너 좋아했어

넌  나에겐 남친과 다름없는 존재였어

난 널 좋아했고 사랑했어

죽을 때 고백하다니 한심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죽기 전에 표현한 게 얼마나 다행이야

이제 난 이 유서를 끝맺을께

민윤기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친구라곤 민윤기 밖에 없었던 초라하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던 한여주가


"한여주..왜 날 버리고 가는데.."

"왜 우리 집에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건데.."

"제발..거짓말이라고 좀 해줘..어?"



이게 진짜 아닐거라고 빌었다

내 친구가 나의 소중한 친구가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근데 내탓도 있다고

내탓이 아니라고 해도

너무 아픈 건 어떡하지

나에게 보낸 이 유서가 가짜라고

그냥 만우절 몰카라고 해주길 빌었다

그런데 넌 진짜 없더라

옥상 밑을 보니 넌 화단 속에 푹_ 뭍혀 있더라

진짜 답이 없더라 너무 슬퍼서 

너무 두려워서 너무 미안해서

모든 게 미안했다

모든 게 고마웠다

그냥 모든 게 다 슬펐다

넌 예전에 나한테 그럴 이야길 했었다

사람이 죽는 건 당연한 건데 왜 나한텐 뭐라하나요

넌 예전부터 죽고 싶다고 신호를 보냈었다

많이 힘들다고 무섭다고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근데 난 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 탓이다

내 불찰이다

내가 일찍 알아차렸다면

넌 죽지 않았을까

결국은 다 내 탓이었다

내가 다 잘못한 거였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난 너의 신호를 알아채고 싶다

그만큼 난 너가 소중하다

그리고 그 만큼 난 너가 필요하다

너가 없는 나는 결국.. 무너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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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작은 상처를 난 피눈물로 만들었다

너의 피눈물을 난 죽음으로 만들었다

너의 향기가 아직도 나한텐 남아있다

근데 그 향기가 향기롭지 않더라

독하고 쓰고 악한.. 향기보다는 냄새라고 해야할 것

처음에 넌 예쁜 꽃 향기가 났지만 나로 인해 넌 결국 맡기 싫은 독한 냄새만 남았을 뿐이다

이번에 난 웃을 수가 없다

너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할 거 같다

난..나쁜 놈이다

너를 추악하게 만들어버린 ..그런 피해만 주는 친구였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미안해.. 여주야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