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 열기로 운동장이 달궈져 있었다.
응원 소리, 호루라기, 웃음소리…
김여주는 그 속에서 한 사람만 찾고 있었다.
이상혁.
근데 찾는 순간 바로 보였다.
“…또 붙어 있네.”
상혁 옆에는 늘 따라다니는 여자애가 있었다.
물 들고 다니고, 기록지 챙겨주고, 말 걸고…
딱 봐도 좋아하는 티가 나는.
여주는 괜히 시선 피하며 투덜거렸다.
“하… 내가 착각했네.”
그때 반 애들이 소리쳤다.
“야 쪽지 게임 한다! 다 모여!”
종이가 돌아갔다.
여주는 잠깐 고민하다 적었다.
‘가장 미안한 사람’
…이상혁.
좋아하면서도 티 못 내서.
괜히 혼자 삐져서.
종이를 접어 넣었다.
잠시 뒤, 쪽지 뽑고 사람 데려오는 시간.
여주는 물 마시며 구석에 서 있었는데—
“상혁아, 나랑 가자.”
그 여자애였다.
자연스럽게 상혁 팔 잡고 끌고 갔다.
여주 시야가 순간 흐릿해졌다.
“…아.”
역시.
썸 타는 애 있었구나.
혼자만 의미 부여했네.
괜히 웃음이 났다.
민망해서.
그때, 바람에 그 여자애 쪽지가 살짝 펴졌다.
여주 눈에 문장이 들어왔다.
‘가장 보고 싶은 사람’
심장이 턱 막혔다.
“…와 진짜네.”
그 순간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김여주.”
돌아보니 상혁이었다.
숨이 멎을 듯 가까운 거리.
“…왜.”
상혁은 조금 당황한 얼굴이었다.
“아까… 미안.”
“뭐가.”
“그냥… 먼저 잡혀서.”
“…괜찮아.”
여주는 일부러 밝게 말했다.
“너 인기 많잖아.”
그 말에 상혁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아니거든.”
“맞거든.”
“아니라니까.”
잠깐 침묵.
그리고 상혁이 낮게 말했다.
“나 너 데려가려고 했어.”
여주 심장이 내려앉았다.
“…뭐?”
“쪽지.”
상혁이 접힌 종이를 내밀었다.
“보여줄까.”
손이 떨렸다.
여주는 천천히 펼쳤다.
거기엔,
‘가장 좋아하는 사람’
이라고 적혀 있었다.
눈이 멈췄다.
“…야.”
“응.”
“…이거 누구야.”
상혁이 한숨처럼 웃었다.
“모르겠어?”
“…몰라.”
상혁이 한 발 다가왔다.
여주 숨이 막혔다.
“김여주.”
“…응.”
“너야.”
운동장 소리가 멀어졌다.
심장 소리만 들렸다.
“…왜.”
“왜냐니.”
“왜 나야.”
상혁이 잠깐 말 못 하다가 말했다.
“네가 나 볼 때마다 표정 바뀌는 거.”
“…뭐?”
“나 아픈 날 체육복 빌려준 거.”
“…그건 그냥—”
“내 이름 불릴 때마다 네가 먼저 쳐다보는 거.”
여주 얼굴이 빨개졌다.
“…그만해.”
“좋아서.”
“…뭐가.”
“그런 거 다.”
잠깐 침묵.
그리고 상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착각 아니지.”
여주 입술을 깨물었다.
“…몰라.”
“김여주.”
“…응.”
“도망가지 마.”
그 말이 너무 조용하게 떨어져서,
오히려 더 크게 들렸다.
“…안 도망가면.”
“…응.”
“어쩔 건데.”
상혁이 손을 내밀었다.
“…잡을 거야.”
여주는 잠깐 내려다보다가—
손을 올렸다.
손이 닿는 순간,
심장이 진짜로 터질 것 같았다.
상혁이 작게 웃었다.
“…잡았다.”
여주도 웃었다.
“…진짜 안 놓을 거지.”
“…응.”
“…그럼 나도 안 도망갈게.”
운동장에 환호성이 터지고,
둘은 서로 손만 꼭 잡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