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잖아, 우리"전정국씨?"
"네."
"안녕하세요, 이여주입니다."

"아, 네."
그 남자도 원해서 나온 자리는 아닌 것을 한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의 복장은 딱 봐도 '저 여기 불편합니다'를 알려주고 있었으니. 보통 선을 보러 나왔을 때는 조금이라도 갖춰 입고 나오는 게 예의 아닌가?
"음식은 뭐 드실건ㄱ,"
"아뇨, 저 금방 가봐야 할 때가 있어서."
"아니, 그래도 나왔으면 어느정도
맞춰 주는 게 예의 아니에요?"
"제가 원해서 나온 자리가 아닙니다. 아시는 가
모르겠지만 이미 만나는 여자가 있기도 하고."
"그래서 저 지금 고백하지도 않았는데 차인거죠?
이걸 요즘 말로 0고백 1차임이라고 하나요?"

"저는 그쪽 다시는 볼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여자랑 꽤 행복해서 말입니다. 그쪽 어른께 잘 말씀드려보시던지."
나랑 선을 보러 나왔던 남자는 그 말을 뒤로한채 문을 세게 닫고는 나가버렸다. 그렇다고 나도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부모님이 아니, 부모라고 우겨대는 사람들이 하도 나가라고 하니까 나온거지.

"안 나간다고요."
"눈 딱 감고, 한번 나가주는 게 그렇게 힘드니? 이 엄마가 죽기 전에 우리 여주 남편 보는 게 소원이다. 그게 J그룹 회장 아들이면 얼마나 좋아?"
"그 사람이 J그룹 회장 아들이던, 잘생긴 아이돌을 데려오던, 돈 많은 갑부를 데려오던 나 안 나간다고요. 그리고 누가 내 엄마야? 우리 엄마, 어떤 미친 아줌마 때문에 죽었어. 그 미친 아줌마가 내 앞에서 앵앵 거리는 데, 내가 그 말 듣고 싶을 것 같아?"
"이여주! 말 예쁘게 안 해?"

"아빠도 똑같아, 아니 아저씨도. 누가 내 아빠야? 난 처음부터 아빠 없었어.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나 다시는 찾지마."
"여주야, 이여주!"
"좆같다, 시발."
누가 아빠고 엄마야. 우리 엄마는 아빠라는 사람이 바람펴서 자살했어. 그 바람 상대가 내 앞에서 엄마라고 지껄이는 데, 누가 좋아하겠어? 그냥 나 혼자 살고 말지.

이 미친여자는 또 왜이래. 나 진짜 돌아버리겠네. 이래도 나 안 간다고요. 난 우리 엄마 닮아서 고집이 존나 쎄거든.

뭐? 진짜 치사하네. 평생 공주님 소리만 듣고 자라서 돈이 부족한 적 없던 나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아니 소개팅 한번 안 나갔다고 돈을 안 줘? 그것도 모자라서 집에서 내쫓겠다고? 돈 없으면 어떻게 살아. 다음 달에 새로 나오는 신상 백도 하나 사야된단 말야. 그냥 눈 감고 한번 만나?

"지유야, 지금 어디야?"
가기도 싫은 소개팅 억지로 끌려나갔다가 집에 다시 들어오면서 생각난 것은 단 하나, 지유뿐이었다. 지유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돈이 많다고 좋아서 달라 붙는 여자들과는 달리 그냥 인간으로서의 나를 사랑해주었다.
"어디 갔다 왔어?"
"그냥 회사에 일이 생겨서.
그나저나 우리 오늘 뭐할까?"
"회사에 일 있다던 사람이
왜 한식 뷔페에서 있지?"
"무슨 소리야."
"내가 봤어, 너를. 그냥 선보러 나간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됐었잖아."
"···싫어할까봐 그랬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이라고
몇번을 말해. 우리 시간 좀 갖자."
"어?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응?
진짜 다음부터는 솔직해질게."
"도대체 이게 몇번째야, 한두번도 아니고. 내가 먼저
연락할 때까지 연락하지 말아주라, 정국아."
지유는 내가 꼭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고 떠났다. 이 모든 것은 그 여자와 부모님 때문이었다. 난 그들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그리고 지유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아 먼저 연락하기 두려웠다.
"정국아, 선 잘 보고 왔니?"
"
"전정국."
"어머니 때문에 망했어요."
"뭐?"
"지유한테 일부러 말 하셨어요?"
"하, 그 년하고 아직도 만나니? 그만 헤어지라고
좋은 여자도 만나게 해줬는데 뭐가 불만이야?"

"지유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그리고 언젠간 부모님께 다시 되갚아 드릴겁니다. 저를 불효자로 키우신 건 어머니니까 원망하지 마세요."
다음편.
"우리 사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