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원도잖아, 우리

03

Gravatar
쇼윈도잖아, 우리









셔터음 소리가 이 곳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기자들의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 남자는 기자들에게 답변하기 바빴고 나는 거의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대답하려고 하면 그 남자가 '불편하면 내가 할게' 라고 하며 온갖 멋진 척은 다 해댔으니까.









"이여주씨는 답변 안 하십니까?"


"아, 하겠습니ㄷ"


Gravatar
"여주가 많이 불편해 합니다. 질문은
되도록이면 저한테 해주시겠습니까?"


"너무 자기만 하면 힘들잖아. 나도 할게."









그때 내가 어떻게 자기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리고 내가 '자기' 라고 하자 기자분들은 당연하고 그 남자의 눈이 1초에 1만번은 흔들린 것 같았다. 커플인척하라며? 그래서 해줬구만. 뭐가 문제지? 나 좀 잘한 것 같은데.









"그리고 나이는 이여주씨가 2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반말을 쓰기로 한 건가요?"


"개인적인 것까지 답해야 합니까?
여주 불편해 하는데."


"아, 저희 커플 일은 저희끼리
해결하겠습니다. 질문 감사합니다."









Gravatar









"기자회견 수고했어요."


"뭐, 맨날 하던건데. 아 그건 그렇고
몇살입니까? 저보다 나이 많습니까?"


"스물아홉인데요···? 그럼 그쪽
스물일곱이에요? 오빤 줄 알았는데."


"저도 동생인 줄 알았습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됐어요. 밖에서는 커플인척 해야 된다면서요. 그럼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전 얻고 싶은 거 다 얻었으니까."


"그럼, 여주야."


"···네?"









"우리 결혼할래요?"









Gravatar








"겨, 결혼이요?"


"공식 입장도 냈고, 못 할거 뭐 있습니까?"


"아니 우리 만난지 일주일도 안 됐잖아요.
근데 이렇게 바로요?"


Gravatar
"빠를수록 좋다고 말 했지 않습니까. 그럼 계약일보다 더 빨리 이 사이 정리할 수도 있고."


"만나자마자 결혼하면 기사도 안 좋게 날 수도
있으니까. 한달만 더 연애하고 결혼 그거, 해요 나랑."









뭐 뜻하지 않은 프러포즈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뭐 다 가짠데. 빨리 1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저 남자랑 엮이는 일이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어.









"뭐, 그럽시다. 아, 이번 주말에 부모님들
다같이 해서 만날 겁니다. 뭐 알아두시라고."









'저 부모 없는데.'









호적에서 때어지고 싶다. 내 가족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어. 그들만 생각하면 미쳐버리겠으니까.









Gravatar









"할머니 좀 괜찮아?"


"우리 여주, 왜 여기까지 왔어."


Gravatar
"그냥 생각나서."


"이 할미 다 괜찮으니까 여주는 건강해라."


"내 걱정 하지말고 얼른 퇴원할 생각만 하라고.
내일 또 올게,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어이구 우리 손녀, 알았어."


"잘자, 할머니."









우리 할머니는 여든이 다 되어가신다. 때문에 뇌전증을 앓고 계신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도 앓으셔서 힘들어 하셨는데, 한참 괜찮다가 몇년 전 엄마가 죽고 나서 스트레스로 재발한 건지 *무긴장발작을 일으키며 갑자기 쓰러지셨다. 그 날부터 지금까지 쭉 입원해 계시다. 하지만 곧 퇴원하실 것 같다. 많이 괜찮아지셔서 의사 선생님께서 통원치료도 가능하다고 하셨다.


*무긴장발작: 순간적인 의식 소실과 함께 전신의 근육에서 힘이 빠지면서 넘어지는 형태.









나에게 가족은 오직 할머니 뿐이다. 엄마 보험비를 아빠라는 사람에게서 지켜내고 그 돈으로 할머니 치료비에 보탰다. 그리고 받는 용돈에서 반 이상도 치료비와 입원비에 썼다.


나는 부자 집안이었다. 아빠는 사업을 성공해서 지금까지 주식을 계속 들여오며 돈을 꾸준히 많이 벌고 있어 돈이 넘치는 집안에서 살았다. 용돈도 두둑했고. 하지만 아빠의 욕심이었을까, 바람을 피고 엄마가 죽고 우리 집안, 회사가 많이 흔들렸었다.


아빠는 바람핀 아줌마와 결혼하겠다고 나와 여담이 앞에서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둘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되었을 때라서 반대했지만, 우리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미친 여자가 잘해주자 여담이는 마음을 열고 잘 지내고 있지만, 난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미친 여자가 너무 싫다. 우리 엄마를 죽여놓고 이렇게 뻔뻔하게 내 앞에서 엄마라고 지껄이니.


어쨌든, 아빠라는 사람과 미친 여자는 내가 할머니를 만나는 걸 반대한다. 내가 할머니 병원비에 돈을 쓰는 걸 알고 용돈을 줄이겠다고도 했었다. 그래서 한 1년 간은 그 둘 몰래 할머니를 찾아 뵙고 있다.









다음편.


"둘이 있을 때는 정국씨로 부르는 거, 괜찮나요?"









비하인드.


"정국씨는 과거 일반인과 열애설이 났었는데,
그 분 하고는 정리 된 겁니까?"


"그때 열애설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지금 제 옆에 너무나 예쁜 여자가 있어, 다른 여자에게 눈이 가지 않습니다."


"그럼 그 분 하고 아무사이도 아니라는 겁니까?"


"네."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러세요···!'


'지금 제 옆에 있는 건 그 쪽입니다.
당신도 저에게만 집중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