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해버린 나

타락해버린 나_02

난 그 영혼을 천계로 올려보내고 그 영혼의 딸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가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골목길, 항상 난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우린 매일 마주쳤고 가끔 인사도 나눴다.

"또 여기 있네요."



"또 여기로 왔네요ㅎ"



"왜 자꾸 여기 있어요?"





"당신이 보고 싶어서요. 그럼 당신은 왜 자꾸 여기로 와요?"

"당신이 누군지... 궁금해서요."


그녀는 날 경계하면서도 나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듯했다.

"알려줘요? 내가 누군지?"

"......네."


난 근처 계단에 앉았고 그녀에게 옆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내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딱 봐도 날 경계하고 있었다.


"나 나쁜 사람 아닌데... 너무 경계하지 마요ㅎ"

"...."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이에 난 조금 머쓱해져 목뒤를 긁적거렸다. 그리곤 다시 본론에 집중해 말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난 천사에요. 여기 뒤에 날개 보이죠?"


난 그녀에게 내 날개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녀는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ㄴ..난 가짜인 줄 알았는데... 만져봐도 돼요?"

"당신이라면 기꺼이ㅎ"


난 누군가 내 날개를 만지는 걸 싫어하지만 그녀는 예외였다. 그녀는 내 날개를 만지작거리며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아이처럼 밝게 웃었다.


"천사가 실제로 있을 준 상상도 못 했어요! 완전...멋져요!"

"날 미친 사람이라 생각해 주지 않고 믿어줘서 고맙네요ㅎ"

"날 수 있어요?"


난 순수한 아이처럼 물어보는 그녀가 너무 귀여워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같이 날아볼래요?"

"네!"


난 힘차게 대답하는 그녀를 들어안았다.


"꽉 잡아요ㅎ"


그 말에 그녀는 내 목에 팔을 둘렀다. 이에 우리 둘의 얼굴 사이의 거리는 단 3cm도 되지 않았다. 떨려오는 심장과 달아오르는 얼굴을 숨기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그녀가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했다. 난 본격적으로 날개를 활짝 펴고 날 준비를 했다. 내 하얗고 큰 날개는 어둠 속에서도 눈에 띄었다.


"우와..."


그녀는 짧게 감탄했다. 난 그녀에게 출발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날개를 펄럭이며 더 높이, 높이 날기 시작했다.


"와..."


그녀는 밤하늘과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을 보며 신기하고 아름답다는 말을 반복하며 내뱉었다. 난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느라 풍경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잠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녀는 날 보며 환히 웃었다. 난 나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그녀는 잠시 놀랐지만 눈을 감고 날 더 꽉 껴안았다. 우린 높은 하늘에 떠 달빛 아래에서 첫 입맞춤을 했다.



*

"잘 자요ㅎ"


난 그녀의 집까지 날아 그녀를 집에 데려다줬다. 그리고 문 앞에서 잘 자라고 인사를 했다. 헤어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도 약간은 아쉬워 보였다.


"내일도 거기 있을 거죠?"

"당연하죠. 항상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요ㅎ"

"네, 내일 봐요ㅎ"


조금 이르긴 하지만 그렇게 우린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매일 저녁 그녀와 만나 하늘을 날았고 63빌딩 꼭대기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기도 했다.

*

그렇게 며칠 후, 혼자 집에서 쉬는 중이었는데 천계에서 편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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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편지를 읽은 후 찢어버렸다. 원래의 나였다면 인간계에 하루라도 더 있기 싫어 서둘러 천계로 갔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가 여기 있기에, 그녀와 더 있고 싶기에 인간계에 더, 더 머물고 싶었다. 난 어리석게도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오늘도 그녀와 만나기로 한 골목으로 향했다.

*

우린 하늘을 날아 또다시 높은 건물의 꼭대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난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해요. 지민 씨랑 이렇게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ㅎ"

"나도요. 평생... 함께하고 싶어요ㅎ"


난 달빛이 비추는 그녀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날 보고 환히 웃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찐득해지는 분위기에 취해 입맞춤은 더욱 거칠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