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기만 한 과외선생

달밤의 고백

영문도 모른 채 선생님의 등을 토닥여준지도 벌써 10분째. 드디어 그는 눈물을 그치고 한 음씩, 말을 꺼냈다. 

"미안하다. 좀 꼴사나웠지." 

"에이 아니에요." 

진정이 된 지금은 괜찮으려나. 나는 눈물을 휴지로 
닦아내는 그에게 질문했다. 

"이제 무슨 일인지 말해주면 안돼요?" 

"음...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되나." 

그러더니 이내 자세를 고쳐 앉고 나와 눈을 맞추었다. 
뭔가 심각한 얘기를 하려는 듯 그 눈에 사뭇 비장함까지 
엿보인다. 엄청난 비밀이라도 내뱉을 분위기였다. 

"너 나 만난지 한달 정도 되잖아." 

"네, 그쵸." 

"그동안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 안해봤어?" 

그 말을 들으니 여태껏 보였던 선생님의 어딘가 기이한 
행동과 말이 떠올랐다. 눈치껏 회피했던 사실이었지만. 

"뭐랄까 좀 숨기는게 있다는 생각은 했는데..." 

"계속 숨기려고 했는데 이제는 말해야겠다." 

그는 계속 주먹을 쥐었다 피는 동작을 반복한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나는 그걸 별다른 반응없이 
보기만 했다. 

"나는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어." 

"......" 

"못 믿을거 아는데, 그냥 알려주는 거야." 

아니 딱히 안 믿겨서 굳은 채 있는건 아니다. 이미 
마음 한켠에서는 그에게 특별한 구석이 있을거라 여기고
있던 참이었으니까. 단지 본인 입으로 사실을 털어놓을거란 
예상을 못한 것 뿐. 

"그거 선천적인 거에요?"

"그건 아니고. 어릴때 열병 앓은 이후로. 
 처음에는 나도 내가 미친줄 알았지." 

그는 잠시 울컥하더니 바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도 나 믿어주는 사람 있어서 좋았어.
 뭐. 지금은 없지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 

허망함이 그 얼굴에 잠깐 스치다 사라진다. 

"중학교 입학식 끝나고 이틀 후에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할 걸 예견했어.
 미래를 볼수 있으니까 막을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아...힘들었겠네요."

순간 나까지 저 감정에 동화될 뻔 했다. 
그가 얼만큼 괴로운 시간을 보냈을지 훤히 그려졌다. 

"저도 그렇게 될까봐 무서웠던 거고요." 

여전히 붉은 기운이 남아있는 눈가를 문지르더니 
해사하게 웃었다. 

"뭐야 왜 웃어요."

"갑자기 너 처음 봤을때가 생각나네. 사실 그땐 너 좀
 귀찮았거든. 너무 이것저것 캐묻는 게 많아서." 

"지금도 귀찮아요?" 

"허 참. 눈치가 없는건지 뭔지." 

"?" 

"그래, 너 귀찮고 자꾸 엮이는 것도 싫었어.  
 근데 왜 자꾸 신경쓰이게 하냐고. 사람 마음
 어수선하게." 

"속에 꾹 담아놓고 있기도 지친다 이제." 

곧 그는 내 손을 툭 건드렸다. 

"좋아해." 

나는 사고회로가 정지한 듯 벙쪄 있었다. 
분명히 방금전까지 선생님의 초능력, 그의 어두운 
과거사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백하는 
분위기로 바뀌다니. 
당황한 나머지 입만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 다치게 안할게. 약속해." 

"저......" 

"이 반응 뭐지? 막상 내가 너 좋다하니까 부담스럽냐?" 

아니, 진짜 좋은데 말이 빨리 안나온다. 
뭐든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싫으면 거절해도 되고." 

약간 풀죽은 표정을 보자 머리가 더 뻣뻣하게 굳는 것 같다. 
너도 빨리 좋다고 말하라고 송도아! 
나오라는 말은 안나오고 얼굴에 열만 올랐다. 

"대답은 해주라, 도아야. 뭐든 상관없으니까." 

그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면서 중얼거렸다. 
심장 터질것 같아 죽겠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들리지 않을까? 

"저도 좋아요. 그러니까 사겨요." 

겨우 말을 쥐어짜냈다. 

"다행이네." 

그는 머리를 기댄 상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온기를 느끼려는 것처럼. 

"지금 집에 갈래?" 

"아뇨." 

"그럼 잠시만 이러고 있자." 

아무도 없는 길에서 한동안 내 심장소리만 은은하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