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기만 한 과외선생

기말고사

과외를 받은지 벌써 한달째로, 이제 슬슬 기말고사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동안 정말 뼈빠지게 공부했는데 
그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네..... 
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니 범규 선생님이 흘끗
쳐다본다. 

"웬일이지? 한숨을 다쉬고." 

"쌤 저 망한거 아니겠죠...?" 

그가 내 말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저 진짜 열심히 하는데 별로 바뀐게 없는거 같아요." 

나는 나름 침울하게 털어놓은건데 선생님은 뭐가 웃긴지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그 얼굴이 화사해서 오히려 더 
화가 났다. 

"얼굴 찌푸리지 마 못나진다." 

"아, 쌤!! 진짜! 저는 심각하다고요." 

"빈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너 잘하고 있어. 
 문제도 더 잘 풀고." 

그 말에 분노가 살짝 누그러졌다. 괜히 주먹 쥐고 있었네. 
내 시선을 느낀 선생님이 팔짱을 끼며 의자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네 실력 믿어봐. 정 못믿겠으면 차라리 날 믿던지." 

"쌤이라면 당연히 믿죠." 

"음... 이제 기운 차린거 같네." 

이렇게 만족스럽다는 투로 개구지게 웃어보이는
선생님을 보니 어쩐지 쾌활한 남고생 모습이 겹치는
듯 하다. 샛노란 후드티를 입어서 그런가? 오늘은 좀 
귀여운 고딩느낌이다. 

"오늘은 숙제 없어. 간다." 

"아 좀만 더 있다가요." 

"어떻게 매번 끝날때마다 붙잡냐. 내가 그렇게 좋아?" 

"그럼요! 찐으로 매일 보면 소원이 없겠어요..." 

가방을 멘 상태로 어정쩡하게 서있던 선생님은 뭔가 
결심했는지 비장하게 돌아섰다. 그리고 짧게 한숨을
쉬더니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잠깐 너무 가까운데? 

"너 중간고사 등급 얼마였어." 

"네? 저, 거의 7등급인데." 

내 입으로 말하고도 부끄러워 말문이 막힌다. 

"그럼 이렇게 하자. 이번 기말에 영어하고 수학 
 4등급 넘으면, 원하는거 한가지 들어줄게." 

눈이 번쩍 뜨인다. 진짜 원하는걸 들어준단 말인가. 

"헐 진짜요?" 

"어. 그러니까 열심히 해." 

"무르기 없기에요." 

나의 결연한 눈빛에 선생님이 불안한 듯 한 발짝 물러난다. 
말을 내뱉어놓고 후회하는 눈치였다. 

"뭐 원하는거라도 있어?" 

"네. 저랑 데이트하는거요." 

"하....." 

아차 싶었는지 이마를 짚는다. 그러든 말든 나는 벌써부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야, 도아야. 그거..." 

"무르기 없다고 했잖아요!" 

기세에 눌린 선생님은 시무룩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알았어, 그래. 대신 딱 하루만이야." 

"아싸." 

선생님이 기운없이 문고리를 열고 나갔다. 
이번 시험은 무조건 4등급 이상으로 받아야지. 
내 데이트를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