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기만 한 과외선생

설렘 뒤에 남겨진

두시간 가까이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게 좋긴 
하지만 점점 발목에 무리가 가는게 느껴진다. 괜히 높은 
구두 신었나보다. 선생님이 안보는 사이를 틈타 종아리를
주물렀다. 

"씁. 아..." 

"다리 아파?" 

"괜찮아요. 더 걸을수 있어요." 

"상처 난거 같은데." 

그 말대로 발 뒤축이 마구 긁혀 피떡이 져 있었다.
알려주지 않았으면 반나절 지날때까지 모를뻔 했다. 

"이게 언제 이렇게 됐지?"

"내가 못산다 진짜... 빨리와." 

선생님이 날 가까운 신발 매장으로 끌고갔다. 진열장을 
이리 저리 들여다보는 걸 보니 하나 사려는거 같은데. 
그러다가 운동화 한 켤레를 들고와서 크기를 재본다. 

"이게 딱 맞네." 

"그, 안사주셔도 되는데." 

"그럼 그 상태로 가려고?" 

확실히 뒤꿈치가 심하게 까져서 못 볼 꼴인건 부정을 
못하겠다. 그렇지만 굳이 신발을 새로 사주겠다니. 
내가 이리 안절부절하는데도 그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아니 사주지 마요!" 

"그 구두 벗기나 해." 

내 완강한 태도를 무시하고 억지로 운동화를 구겨넣듯 
신겼다. 그렇게 싫다고 거부한게 무색하게 신발은 꽤 
편했다. 

"쌤 오늘 돈 너무 많이 쓰신거 아녜요?" 

"너 신발 사줄 돈은 있어."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 난 흔쾌히 결제를 마친 그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하루를 
곱씹어봤다. 상상도 못하게 즐거웠지. 진짜 데이트를
하면 이런 기분일까? 오늘은 설레는 감정에 잠을
못 이룰지도 모르겠다. 






벌써 헤어질 시간이 됐다니, 하루가 짧다고 느낀건 
이번이 처음 아닐까 싶다. 

"저 되게 아쉬운데 쌤도 그렇죠?" 

"글쎄." 

"에이 또 안그런척 하신다. 아쉽다고 얼굴에 써있거든요." 

장난스런 말투에 선생님이 흐뭇한 미소를 보이려다 돌연 
서늘하게 인상을 굳힌다. 

"송도아." 

"네." 

"그때 네 옆에 계속 있고싶다고 했던거,
 장난 아니고 진심이었어." 

"가,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그는 잠시동안 허탈한 미소만 그렸다.

"...그러게. 나도 내가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음주에 보자." 

짧은 눈맞춤을 끝으로 저 만치 걸어가 사라져버린다.
오늘 분위기가 꽤 오락가락하네.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는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