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기만 한 과외선생
설렘 뒤에 남겨진

쿠션베개
2025.03.23조회수 64
하지만 점점 발목에 무리가 가는게 느껴진다. 괜히 높은
구두 신었나보다. 선생님이 안보는 사이를 틈타 종아리를
주물렀다.
"씁. 아..."
"다리 아파?"
"괜찮아요. 더 걸을수 있어요."
"상처 난거 같은데."
그 말대로 발 뒤축이 마구 긁혀 피떡이 져 있었다.
알려주지 않았으면 반나절 지날때까지 모를뻔 했다.
"이게 언제 이렇게 됐지?"
"내가 못산다 진짜... 빨리와."
선생님이 날 가까운 신발 매장으로 끌고갔다. 진열장을
이리 저리 들여다보는 걸 보니 하나 사려는거 같은데.
그러다가 운동화 한 켤레를 들고와서 크기를 재본다.
"이게 딱 맞네."
"그, 안사주셔도 되는데."
"그럼 그 상태로 가려고?"
확실히 뒤꿈치가 심하게 까져서 못 볼 꼴인건 부정을
못하겠다. 그렇지만 굳이 신발을 새로 사주겠다니.
내가 이리 안절부절하는데도 그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아니 사주지 마요!"
"그 구두 벗기나 해."
내 완강한 태도를 무시하고 억지로 운동화를 구겨넣듯
신겼다. 그렇게 싫다고 거부한게 무색하게 신발은 꽤
편했다.
"쌤 오늘 돈 너무 많이 쓰신거 아녜요?"
"너 신발 사줄 돈은 있어."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 난 흔쾌히 결제를 마친 그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하루를
곱씹어봤다. 상상도 못하게 즐거웠지. 진짜 데이트를
하면 이런 기분일까? 오늘은 설레는 감정에 잠을
못 이룰지도 모르겠다.
벌써 헤어질 시간이 됐다니, 하루가 짧다고 느낀건
이번이 처음 아닐까 싶다.
"저 되게 아쉬운데 쌤도 그렇죠?"
"글쎄."
"에이 또 안그런척 하신다. 아쉽다고 얼굴에 써있거든요."
장난스런 말투에 선생님이 흐뭇한 미소를 보이려다 돌연
서늘하게 인상을 굳힌다.
"송도아."
"네."
"그때 네 옆에 계속 있고싶다고 했던거,
장난 아니고 진심이었어."
"가,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그는 잠시동안 허탈한 미소만 그렸다.
"...그러게. 나도 내가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음주에 보자."
짧은 눈맞춤을 끝으로 저 만치 걸어가 사라져버린다.
오늘 분위기가 꽤 오락가락하네.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는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