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기만 한 과외선생
과외쌤 말고, 남친.

쿠션베개
2025.05.21조회수 43
말하자면 그 사람은 날 거리낌없이 바로 여친처럼
대했지만 나는... 그 반대가 되었다.
'아니 내가 원했던 거 아니냐고,
왜 어색해하는데.'
문제 풀다가 서로 손이 맞닿을 때나 수업이 끝나고
다음주에 보자며 은근슬쩍 눈웃음 치는걸
볼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내가 밉다.
연상하고 연애하면 원래 이런건가?
더 놀라웠던 것은 선생님은 사귀게 된 뒤로 아주
대담해졌다는 사실이다.
"어디 봐. 날 봐야지."
"손 잡는게 싫어? 그럼 다른건?"
"얼굴을 왜 가려. 예쁜데."
제발 그 심장 떨구는 발언 할거면 깜박이라도 키고
오시죠...
"쌤 요새 너무 달라진거 알죠?!
내가 들이댈 때는 찬바람 불더니?"
"그래서 별로야?"
"좋...긴 한데."
"그리고 언제까지 쌤이라고 부를건데."
"에이 바로 바꾸기는 좀."
"과외쌤 아니고 남친이잖아."
"그냥 시간을 주세요..."
제가 진정할 시간을 달란 말입니다.
얼굴을 토마토처럼 붉힌 내가 고개를 수그리고
있으니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기요??"
"그러니까, 나한테 들이대던 고딩 어디가고
숙맥만 남았냐."
"......"
"그럼 이제 내가 들이대도 되지?"
저렇게 능글거리는 거 봐. 곰돌이같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냥 빼박 여우다.
"오늘 수업 끝났고 다음주에 보자."
"잘 가요."
그가 유쾌하게 손을 흔들고 현관을 나섰다.
나도 참. 이 고장난 리액션 탓에 고민이다.
'너 주머니. 나중에 확인해.'
나만 알아볼 정도로 입모양을 움직인 그는
그제야 문을 열고 나갔다.
내 방으로 돌아와서 후드 주머니를 살펴보니
웬 초콜릿이 들어있다. 이걸 또 언제 넣었대.
말투도 달라지고 행동도 달라진게 어색했지만
그 어색함이 이루 말할수 없이 좋았다.
사실 진짜 이상한 모습은 다음주에 봤지만 말이다.
토요일 오후. 숙제를 마친 후 잠시 쉬고 있는데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다.
아파트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카톡 한줄.
뭔가 심상치 않다는 직감에 얼른 정문 쪽으로
뛰어갔다.
"쌤 저 불렀어요?"
"으응, 도아야."
어딘가 상태가 이상하다. 자세히보니까 그가
약간 비틀거리고 있었다.
"왜 그래요? 걱정되게."
"그냥... 너 보려고."
그 말 한마디를 끝으로 쓰러진다. 내 품에.
"잠시만 쌤 괜찮아요?!"
몸이 불덩이 같다. 아마 독감 아닌가 싶은데.
근데 병원을 가지 왜 우리집으로 왔냐고!!
나는 이미 정신을 잃은 그를 집 안까지 겨우
끌어다 놨다.
일단 급한대로 이마에 물수건을 올리고 약을 준비해
두었다. 어휴. 집에 아무도 없으니 망정이지.
어쨌든 나는 한동안 곁을 지켰다. 깨어나길 기다리면서.
"으음."
곧이어 살짝 뒤척인 그가 눈을 떴다.
"쌤 정신이 들어요??"
"여기 어디야."
"어디긴요. 저희 집이죠."
"그럴리가."
"쌤이 저희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기억 안나요?"
"?"
지금 물음표 띄우고싶은건 저라구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