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기만 한 과외선생

여자친구 해, 그럼.

아침에 일어나 티비를 켜 뉴스를 보는데 놀랄만한 내용이 보도되는 중이었다.

'어제 저녁 9시 10분경 ××동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칼부림한 30대 남성 체포.'

그 편의점은 내가 자주 들르는 곳이지 않았던가. 심지어 선생님의 그 말이 없었다면 아홉시에 거길 갈 생각이었다. 갔다면 크게 다쳤을수도, 최악의 경우는 죽을수도 있었단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어머 저기 네가 맨날 가는데 아냐? 어휴. 세상 무서워서 어떡하나."

엄마는 아연실색하며 진저리를 쳤다. 오늘이 과외 수업날이 아닌게 아쉽네. 고맙다고 하면 좋을텐데!




야자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오늘따라 길이 어두워보였다. 뭔가 무섭다. 아침에 범죄 관련한 뉴스를 봐서 그런가. 아씨. 가로등은 왜 깜박거리고 난리야.

'뚜벅.'

멈칫하여 걸음을 멈췄다. 누가 뒤에 있는것 같은데. 무시한 채 걸어가자 또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뚜벅뚜벅.'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날 쫓아오는 거겠지. 두렵지만 잡혀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것이다. 다짐하고 뒤를 돌던 그때,

"으악!!"

"아 놀래라!!"

뒤에는 범규 선생님이 가슴을 부여잡고 서있었다. 선생님이 여기 왜 있는거야?

"아유 쌤! 놀랐잖아요!"

"야, 너 때문에 내가 더 놀랐다."

"그런데 쌤 왜 여기있어요?"

"나도 집가는 중인데."

선생님이 턱짓으로 우리집 쪽 방향을 가리켰다. 설마......

"같은 아파트에 살아요?"

"아니. 그 옆 건물 원룸."

단호한 말을 듣자 시무룩해졌지만 그래도 가까운 곳에 사는게 어디인가. 기분이 들떠 활짝 웃었다. 야자 끝나면 가끔 만날수 있겠지.

"그나저나 쌤 덕에 저 살았어요!"

"무슨 소리야?"

진짜 모르는건지 모르쇠 하는건지.

"뉴스 안봤어요? 편의점 칼부림 났잖아요. 아무튼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가 내 눈동자를 빤히 응시했다. 정확히는 눈 너머를 보는 것 같았다.

"멀쩡해서 다행이다 아주."

"히히."

장난스런 웃음을 흘리니 선생님이 내 옆에 다가가 붙었다.

"데려다줄까?"

내가 위험할까봐 걱정되서 그런가. 어쨌든 이 호의를 마다할 이유가 어딨겠어. 당연히 좋지.

"저야 완전 좋죠. 이렇게 따뜻한 사람인데 왜 여자친구는 없을까......"

그는 나를 곁눈질로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여자친구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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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진심은 아닐텐데. 엄청난 얘기를 한 장본인은 정작 시큰둥해 보였다. 저 표정 은근 짜증나네.

"진짜요?"

"그럴리가 있냐."

기대한 내가 바보지. 씩씩거리며 앞서 걸어가니 선생님이 잰걸음으로 뒤따라왔다.

"송도아, 좀 천천히 가."

그 후 한참을 투닥거리다 집에 도착했다. 그는 가벼운 인사를 하고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오늘보니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니까.




도아와 인사를 주고받고 오는 길, 석연찮은 기운이 그녀 주변에 맴도는 걸 못본척 하고 돌아왔다. 아직까진 괜찮을거야. 섣부른 판단은 화를 부를 뿐이니. 어제 예지로 아파트 내 편의점에서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았으나 완전히 막는건 역부족이었다. 중상자는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이제는,

이보다 더 해괴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