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진의 큰 손이 여주의 턱을 붙잡았다. 성급하게 내려온 입술은 여
주의 윗입술을 감쳐물었다. 유독 오늘따라 뜨거운 숨은 차가운 바깥
바람과는 정반대였다. 빈틈없이 밀착된 입술과 입술 사이. 곧 헤어진
다는 것을 알아서, 그 이별이 너무 아플 것이라는 걸 알아서, 그들의
입맞춤은 그 어느때보다 애처로웠다.
2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애기간의 종지부는 오늘 밤
의 만남일 것이였다. 떠나지 못하는 여주와 떠나야 하는 석진은 오늘
을 미리 계확해뒀다. 이 날, 우리는 마지막으로 함께 있다가 헤어지
자고. 서로의 마음이 식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게 아니라 찢어져
야하는 우리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이날을 이별점으로
삼자고.
알고 있었는데. 이별이 한 달 후, 일주일 후, 모레, 내일, 그리고 오
늘이 되기까지 꾸준히 자신에게 예고하고 있었으면서, 마침내 헤어
짐의 당일을 마주하자 석진과 여주, 그 누구 하나 울렁대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입꼬리 양끝에 무거운 추를 달아놓은 것 같이 웃음은 쉬이 지어지
지 않았지만,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 둘은 하루종일 옅은 웃음을 버리
지 못했다. 마지막 날은 꼭 그대에게 웃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라,
힘껏 웃음을 지어보였다.
상대에게 제일 예쁜 모습으로 배웅하기 위해 고르고 고른 옷을 입
고 평소엔 하지 않던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졌다. 내가 당신에게 보
여줄 수 있는 최선. 석진과 여주는 최선을 다한 모습으로 둘이 처음
데이트를 한 카페에서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자기 전에 꼭 창문 닫고 자."
"응, 이제 너 없으니까 내가 잘 챙겨야지."
상대 옆에 늘 있던 자신의 자리. 그 자리가 빈자리가 되어감을 여
실히 느끼게 하는 대화는 결국 오래 가지 못했다. 입안이 알 수 없게
계속 텁텁해졌기 때문이었다.
"......가. 이제 헤어,져야지."
카페를 나와 하염없이 걷다가 가로등 아래 걸음을 멈추고 꺼낸
말이었다. 여주는 말을 꺼내자마자 목이 턱 막히는 걸 느꼈다. 맞잡
은 손깍지가 풀리고, 침묵이 이어졌다.
"안녕."
이러다가 애써 참은 눈물이 터질까 여주가 긴 침묵을 먼저 깨고
황급히 등을 돌렸다.
탁! 멀어지려는 여주를 다시 돌려세우곤 석진이 그대로 고개를 내
렸다. 여주의 얼굴을 감싼 석진의 큰 손이 여주를 더 가까이 끌어당
겼다. 한 치의 빈틈도 없는 키스는 석진의 비애를 그대로 여주에게
전달했고, 결국 여주의 눈에선 맺혀있던 눈물이 굵은 선은 그리며
흘렀다. 감긴 석진의 눈에서도 마친가지였다.
석진의 혀가 여주의 입안을 다소 거칠게 헤집다가도 여주의 혀와
만나면 다시금 부드럽게 유영했다. 치열을 훑고, 가감 없이 마찰했다.
수많은 작은 돌기들이 주는 감각이 익숙했다. 수백수천 번을 나눈 키
스기에 익숙한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다. 서로에게 익숙한 이
키스가 더이상 익숙하지 않게 된다는 게, 이 키스가 익슥한만큼 서러
워졌다.
타액이 섞여 누가 누구의 것을 머금고 있는지 더는 의미가 없어졌
을 때, 흘러 손에 맺힌 눈물이 또 한 번 흘러 키스에 스며들었다. 눈믈
이 주는 미묘한 짠맛이 뭐라고, 평소라면 달아서 몸이 아릿할 키스가
한순간에 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키스가 끝나면 정말 모든 게
끝이라, 달고도 쓴 이 키스를 멈출 수 없었다.
누군가 숨이 모자라도 서로 뜨거운 숨을 불어넣어주며 조금이나마
이 입맞춤을 이어가려 노력했다. 이 키스의 끝은 낭떠러지 같은 이별
이기에, 고통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단 1초라도 더
늦게 헤어지기 위해, 상대를 절박히 부여잡았다. 결국 둘 모두의 숨이
벅차져 노력이 발악 같아졌을 때, 맞닿은 입술이 멀어졌다.
사랑한다는 말로 족쇄를 채울 순 없어 사랑한다는 말은 속으로만
전했다. 미안하다는 말도 실례일까 내뱉지 못했다. 좋은 사람 만나란
말도 빈말로라도 차마 전할 수 없어 말하지 못했다. 결국 석진이
속삭인 말은 겨우 두 단어였다.
"진짜,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