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만 모아모아 과일과일

[정국] Blueberry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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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다이빙 레슨장에 혼자 남았다. 낮과 다르게 조명도 은은하게

하나만 켜져 있을 뿐이고, 인기척이라곤 내가 몸을 푸는 소리 밖에

없었다.




조용하게 물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시간. 나는 하루 중 이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물과 조금이라도 더 밀접하게 존재하기 위해서 장비도 없이

수영복 하나의 단신으로 15m에 달하는 깊은 다이빙풀에 스르륵 몸을

넣었다.




찰방이는 물이 몸을 빈틈없이 감싸안았다. 물덩이들을 가르듯 유연하

게 뻗아나가 힘있게 그것들을 밀쳐내며 깊게, 더 깊게 내려갔다. 몸에

힘을 풀고 물에 몸을 맡기면, 그때부턴 물의 소리가 자세히 들린다. 물

이 차 먹먹한 소리, 그 사이로 들려오는 몸짓에 찰랑이는 음.




사람들이 겨울 냄새라고 하는 건, 되려 냄새가 없는, 무향 그 자체를 느

끼는 것이라 했다. 차가운 공기에 냄새 분자가 덜 퍼져서 후각이 감지

하지 못하는 것. 그 여백을 사람들은 일명, "겨울 냄새"라 칭했다. 그럼

겨울냄새가 그리도 후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뭘까? 평소에 끊이지 않

는 자극이 비로소 덜할 때 느끼는 그 여유에, 그 여유가 주는 인상에 매

력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무자극이 주는 평화와 안정. 나는 그것들을 사랑하기에 겨울냄새도,

물이 조용히 귀를 틀어막고 들려주는 잔잔한 소리도 사랑한다.




아... 오늘도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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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공깃방울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과

물 뒤로 비치는 빛이 어우러지는 모습. 어릴 때부터 물에서 보이는 기

포들을 좋아했는데, 그게 아직도 남아있는지 항상 이걸 볼 때마다 이

상하게 가슴이 벅찬 듯 간지러웠다. 나는 물에서 숨이 꽤 긴 편이라, 머

리부터 발끝까지 물에 담겨있을 때면 몇 분간 이것만 바라보고 있는

다.




외롭다.




오늘은 유난히 심적으로 지치는 날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나에게 모두

등 돌리고 윽박지르는 듯한 날. 나 혼자서 허벅지까지 쌓인 눈을 해쳐

나가야하는 느낌을 받는 날이었어서, 현실적이라 느껴지는 물 위보다

비현실적이고 안정적이라 느껴지는 물 속에서 평소보다 더 오래 있어

볼 심산이었다. 물이 날 가득, 벅차도록 껴안는 듯한 이 느낌이 끊이지

않았으면 했다.





그때였다. 풍덩-!!




눈이 크게 띄였다. 누군가의 인영이 빛을 등지고 내게 다가왔다. 그는

마치 외로웠던 나를 수렁에서 꺼내줄 구원 같았다. 손을 뻗고 다리를

힘차게 차며 나를 향해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가 뻗은 손이 순식간에 날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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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당겨진 나에게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술을 부딪혔다. 그가

맞춰진 입술 새로 공기를 불어 넣었고,  짓이겨진 입술 새로 따뜻한 바

람이 들어왔다.




이 사람, 내가 빠진 줄 알았나보다.




마치 나를 잃을 듯 불안한 것처럼 거침없이 다가오는 얼굴이 아이러니

하게도 나를 안정시켜줬다. 날 갈구하는 이 몸부림이 애틋했다. 나를

누군가가 원한다는 걸 몸소 느끼는 것은 물이 날 껴안고 공깃방울들을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가슴벅탄 것이었다.




'나는 괜찮아요.'




그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번엔 내가 다가갔다. 도톰한 아랫입술을 

물었다가 살짝 빨아당겼다. 작게, 부드럽게, 아기를 대하듯 그의 아랫

입술만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그러자 그의 미간이 작게 찌푸려졌다.

허리를 휘감은 팔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졌다. 몸과 몸 사이에 있던

아주 자그마한 틈새조차도 살결이 맞물려지면서 사라져갔다.












첨벙-!




"콜록콜록콜록!!"




아무래도 그는 나와 달리 숨이 길지 않은 사람인지 많이 가빠보였다.

기침을 연신 해대서인지, 아니면 물을 먹었는지 눈과 코에 붉은 끼가 

올라온 게 어여쁘디 어여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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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그의 눈동자가 예뻤다. 사람 눈이 어쩌면

저렇게 반짝일까. 물 속에선 내려가만 있던 눈꺼풀이 올라가 그 속에

품어진 구슬을 보였을 때, 나는 그 깊이에 속절없이 마음을 빼앗겨버

렸다.




"읍!!"




그의 눈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다가온 이 인연이 너무 기꺼워서, 나는

그에게 그대로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엔 인공호흡을 가장한 입맙춤이

아니라, 진짜 키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