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피를 내게 바쳐라.
블러드 키스.
커튼 새로 은은한 달빛이 떨어졌다. 유일하게 시야를 허락하는
그 빛이 그녀의 입술에 떨어졌을 때, 그녀의 입술은 촉촉하게 빛났다.
도톰한 입술, 입술 새로 보이는 하얀 송곳니, 송곳니에 묻은
붉은 피, 피에 젖은 러그, 러그 위에 널부러진 몸체.
그 모든 건 단 하나의 사실을 가르키고 있었다.
그녀는 뱀파이어였다.
안에
스륵-
몸에 걸쳐진 실크가 바닥에 떨어져 형체를 잃었다.
흠 하나 없는 백옥같은 피부가 숨김 없이 들어났다.
찰랑거리는 흑발의 생머리가 허리 끝까지 뻗어내렸다.
완벽한 여체가 굴곡진 실루엣을 예쁘게 자아내었다.
누군가 보았다면 감탄을 금치 못할, 완벽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몸이었다.
그녀가 발을 떼고 욕조로 한걸음씩 갈 때마다 허리 아래 둔덕이
탐스럽게 움직였다. 허벅지 사이로 스치는 살결이 자아내는
소리만이 욕실을 은은히 울렸다.
하얀 몸이 붉은 물이 가득한 욕조에 천천히 먹혀들어갔다.
발, 종아리, 엉덩이, 허리, 가슴, 끝내 머리까지.
어느 한 곳 빠짐없이 피에 젖어갔다.
"하아......"
수면 위로 머리가 다시 올라오자, 상체를 중심으로 물결이 쳤다.
턱을 타고 아슬하게 내려오던 핏방울이 그녀의 가슴 위로 떨어졌다.
깊은 골 사이로 굴러떨어진 그것은 금세 거대한 수면에 닿아
자취를 감췄다.
똑똑-
이번엔 한 남자가 들어왔다. 여자가 나른한 눈길로 다가오는
그를 보았다. 욕조 옆에 선 남자는 곧 허리를 숙였다.
그녀가 그의 넥타이를 쥐고 그를 끌어당기곤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들어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