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만 모아모아 과일과일

[태형] Strawberry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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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기를 가르면 빨간 겉면 아래 새하얀 심이 있다. 그의 몸은 딸기처

  럼, 새하얀 피부가 빨간 키스마크로 뒤덮여 있었다.










     "짜증나네?"





     항상 얼굴을 덮는 태형의 앞머리가 답답했던 여주는 얼마 전 그를

  미용실에 데리고 갔다. 그러자 그의 잘난 얼굴이 다들 눈에 들어오

  는지, 여주가 옆에 있건 말건 번호를 내미는 여자들이 제곱은 늘었다.

  바로 지금처럼.





     "저기, 번호 좀 주실래요?"





     한껏 몸을 베베 꼬고 머리를 넘기며 폰을 내미는 번호녀. 태형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분명 거절의 표시였지만, 손사래

  가 크지 않고 음성도 들리지 않아 심상치 않게 느낀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 번호라도 받아주세요!"





     "저, 그게, 제가 번호는 어려운데..."





     평소 같았으면 여기서 여주가 나서 번호녀를 저지했겠지만, 어디

  어떻게 대응하나 보자 싶어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태형은 도와

  주지 않는 여주에 당황스러워하며 도움의 눈빛을 보냈지만, 여주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태형에게 시선만 고정해놓았다. 설마 저걸

  받겠어? 태형이 태생부터 유순하고 거절을 못하긴 하지만, 옆에는

  그의 애인인 여주가 있었다. 여주는 당연히 그가 거절하리라 자부했

  지만, 쉽사리 끝나지 않는 상황에 불안한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나중에 꼭 그 번호로 연락 주세요!"





     허, 참...... 결국 쪽지를 받았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번호녀는

  결국 자신의 번호가 담긴 쪽지를 태형의 왼쪽 호주머니에 골인을 

  성공시켰고, 마지막까지 눈웃음을 치며 후다닥 달아났다. 그리고 그

  녀가 떠난 자리, 그곳에는 우두커니 서있는 태형과 울화가 치미는 여

  주만이 남아있었다. 태형은 손만 꼬물대며 눈치를 보고 있었고, 여주

  는 몇 번이나 말을 하려다 삼키길 반복하다 머리를 쓸어올리며 원망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너는 X발 그년 안위가 먼저니, 내가 먼저니?"





     철벽 같은 거, 바라지도 않았다. 태형이 워낙 무른 성정이라는 거,

  여주는 너무 잘 알았다. 하지만, 그가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여주는

  태형이 적어도 애인 앞에서는 그의 물러터진 성격과는 관계 없이

  오는 번호를 막을거라 생각했다. 자신의 거절로 인해 일개 번호녀가 

  기분이 상하는 게 두려워 자신의 애인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지

  않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미안해......"





     "하아.......차 타."





     우물쭈물대던 태형이 여주의 빨간 스포츠카의 문을 열었다. 그가

  조심스레 조수석에 착석하자마자 여주는 기어를 넣었고, 둘은 고요

  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짐 빼."





     "어......?"





     "못 들었어? 짐 빼라고."





     건물주인 여주의 집에서 태형은 얹혀 살며 그녀와 동거 중이었다.

  그말인즉슨, 여주가 나가라고 하면 태형은 나갈 수 밖에 없는 입장

  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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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가 틱틱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쓰읍 빨아드렸다. 곧

  그녀가 붉은 립스틱이 발린 입술 사이로 하얀 연기를 내뱉었고, 연기

  구름은 무색이 되어 담배 특유의 매캐한 냄새를 남기곤 사라졌다.





     "못 알아들어? 꺼지라고."





     "여, 여주야...... 왜, 왜..."





     "아, 이렇게만 말하면 이해를 못해? 난 다른 년이나 챙기는 새끼

  필요없으니까 헤어지자는 거잖아. 그럼 남인데, 내가 남까지 내 집에

  들여야 해?"





     "여주야, 잠, 잠깐만..."





     "못 하겠으면 내가 할게. 너무 느리다."





     얼마 피우지도 않은 담배를 비벼 끈 여주가 태형의 방으로 빠르게 

  걸어 들어갔다. 이에 놀란 태형도 급하게 여주를 따라 들어갔다.





     여주는 태형의 옷장을 열어 옷가지들을 꺼내 바닥에 던져놓고 있

  었다. 옷장을 비우는 여주의 손목을 급하게 낚아챈 태형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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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뭐하는 거야!"





     "그 년이 번호 쑤셔넣을 때나 손목 잡지 그랬니."





     여주는 태형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정말 마음을 다 정리

  한 것처럼 높낮이 없는 목소리에 태형의 불안은 곧 터질 풍선처럼 아

  슬하고 크게 부풀어올랐고, 손목을 잡은 손은 바들바들 떨림을 멈추

  지 못했다. 





      "제발, 제발 그만해... 내가 미안해. 미안해...."





     "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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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앞으로는 거절 잘할게. 말 걸어와도 단호하게 말할게. 그러

  니까 한 번만. 한 번만 기회 주라. 여주야, 제발. 잘못했어. 내가, 흑, 

  내가 잘할테니까......"





     "......" 여주는 팔짱을 끼고 우는 태형을 가만히 바라보며 고민했다.

  더 데리고 있을까, 말까 같은 고민이 아니었다. 이런 잘생기고 순둥

  하고 자신만 바라보는 황금드래곤 같은 애를 어떻게 딴 년한테 주나.

  당연히 태형을 자신이 데리고 있을 거지만,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할지

  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윽고 결정을 내린 여주가 입을 열었다.





     "벗어."